중앙 루터교회 23.03.05
사순절 둘째 주일
교회력을 따르는 교회들은 신구교 다 3년 주기로 성경을 1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개신교에서는 루터교, 성공회, 감리교가 교회력을 따르고 있다고 하고 통합측도 논의가 되고 있는 모양이다.
설교할 성경 본문이 같으니 내용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찬양대 지휘를 내려 놓고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교회들을 가 본다.
제일 먼저 간 교회가 후암동에 있는 중앙 루터교회이다.
유명한 지원상 목사님이 목회하던 교회고 지금은 최주훈 목사님께서 담임목사님이시다.
대학원에서 교회 음악을 공부할 때 신구교 몇 교회를 가 보긴 했지만 내가 지휘하는 찬양대 때문에 많은 주일을 비울 수는 없어서 당시에 루터교회에는 가 보지 못했다.
이번에 가 보면서 소문대로 예배 의식이 참 아름다운 교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공회 서울 주교좌성당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말씀과 성례전이 잘 살아있는 교회이고 Kyrie부터 Agnus Dei까지 전통적인 교회 음악이 잘 보존되어 있는 개신교회이다.
아래는 3월 5일 11시 예배에 참석한 후기이다.
11시 정각이 되자 목사님의 말씀에 따라 예배 위원들이 교회 출입구에 정렬해서 입당송(introit)으로 찬송가 433장 '귀하신 주여 날 붙드사'를 부르며 입장한다. 이때 목사님께서 행렬 제일 앞에 선 촛불 점화자 아이가 든 등에 불을 점화하고 성도들도 목사님의 말씀에 따라 일어서서 뒤로 돌아 보고 찬송을 부르면서 행렬을 따라 서서히 앞쪽으로 돌아선다.
강단 앞쪽에 도착하면 찬양대원들은 정면을 향해서 왼편에 있는 찬양대석으로 가고 예배위원들은 오른편으로 간다.
제일 앞에 등불을 든 예배 위원은 강단에 있는 두 개의 초에도 점화한다.
강단 앞에 도착한 목사님은 강단에 있는 성찬대를 향하여 깊은 절로 예의를 표한다. 이것은 그리스도께서 말씀과 성찬으로 임재하는 그곳을 향한 감사를 의미한다고 한다.
찬송가가 4절까지 계속되니 목사님께서는 이곳에서 계속 찬송을 부르는데 소프라노 멜로디와 베이스 선율을 부르기도 한다.
이 때 찬양대원 가운데 누가 부르는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아주 아름다운 소프라노 데스칸트가 들린다.
귀가 번쩍 뜨일만큼 아름다운 소리다.
찬송이 끝나면 목사님께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라고 말씀하면서 성호를 그으면 회중은 아멘 하면서 '죄의 고백과 용서'의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목사님께서 기도하고 함께 아래 의식문에 있는 기도를 함께 한다.
사죄선언은 목사님께서 "....소명받고 안수받은 말씀의 종인 나는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명하심에 따라 여러분의 죄가 사하여졌음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선포합니다." 라고성호를 그으며 말한다.
그러니까 목사님이 죄를 용서해 주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셔서 우리 죄를 사하셨다는 사실을 선포하는 것이다.
이어서 Kyrie를 기도송으로 아래와 같이 회중과 함께 찬양한다.
이 찬송은 목사님은 neumatic한 plainsong이나 chant 느낌의 찬송을 부르고 응창하는 회중은 syllabic한 노래를 한다.
이 교회는 아직도 이런 단성 성가같은 monophony 찬송을 사용하고 있다.
성공회나 정교회도 이런 음악을 많이 사용한다.
이 찬송은 사회자와 회중이 응창(responsory)으로 노래한다.
찬송이 끝나면 목사님이 강단으로 올라가서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라고 인사하면 회중도 '주님의 종과도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라고 대답하면서 서로 인사한다. 이 인사를 예배 중에 여러 차례 하게 된다.
이어서 주일 공동예배 의식문에는 있지만 아래의 영광송(Gloria in excelsis)은 부르지 않고생략한다.
평소에는 이 찬송을 부르지만 지금은 사순절이어서 이 화려한 찬송을 부르지 않는 것이 구교와 루터교의 오랜 전통이라고 한다.
대림절에도 이 영광송을 부르지 않는 교회들이 많이 있지만 지금은 점차적으로 부르는 교회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이어서 장로님이 오늘의 기도를 짤막하게 한다.
다른 개신교회의 대표 기도에 비해서 아주 짧고 내용도 간략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봉헌이 끝나고 목사님이 하는 '교회의 기도' 때에 제법 긴 기도가 있다.
장로님의 기도가 끝나면 오르간의 후주가 있고 이어서 목사님과 교인들이 시편 121편 1~8절까지를 교독한다.
시편 교독 후에는 구약 봉독이 있다.
이 구약 봉독은 여자 권사님이 나와서 창세기 12장 1~9절까지 읽었다.
그리고 이어서 어린 아이가 나와서 사도서간을 로마서 4장 1~8절 까지를 봉독한 후 찬송가 455장을 부르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내려가면 회중이 함께 '주님의 마음을 본받는 자'를 부른다.
이 때는 데스칸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회중찬송으로 monophony와 homophony를 다 사용한다.
회중 찬송이 끝나면 복음서 봉독이 있다.
이 때는 모든 교인들이 일어서서 아래의 찬송을 부르고 봉독이 끝난 후에도 부른다.
오늘은 요한복음 3장 1~17절 까지 읽었다.
성경 봉독이 끝난 후 이것은 주님의 말씀입니다라고 목사님께서 말하면 봉독 후의 찬송 '주께 찬양 드리세'를 부른다
이어서 신앙고백을 사도신경으로 한다. 도중에 우리는 '장사된 지 사흘만에' 라고 하는데 여기는 '장사하여 음부에 내리신지 사흘만에' 라고 하는 점이 다르다.
Credo만 노래하지 않고 암송하는 이유가 뭘까 혼자 생각해 본다.
가사가 너무 길어서일까?
아니면 신앙고백은 노래 보다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말로 하는 것이 음악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고백하는 내용도 못 느끼고 노래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해서일까?
이어서 찬양대의 찬양이 이어진다. 이 교회는 지금도 찬양대를 성가대라고 그대로 부른다.
찬양의 내용이 오늘 목사님의 설교 본문과 같은 Josph M. Martin의 '하나님께서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미리 설교 내용을 찬양대가 알아서 매주 이렇게 선곡을 하는지 목사님께 여쭤봤더니 설교와 찬양을 교회력에 맞춰서 하니까 이렇게 일치한다고 대답하셨다..
찬양대원은 오늘은 여자 7명과 남자 8명뿐이었지만 아름다운 찬양을 하였다.
지휘자가 없이 반주자의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찬양을 하였다.
반주자가 오르간과 피아노를 오가면서 바쁘게 연주한다.
예배 후에 찬양대원에게 지휘자 없이 어떻게 연습하느냐고 물었더니 반주자가 연습도 시킨다고 한다.
식당에서 다른 분과 이야기하다보니 지휘자분께서 돌아가셔서 지휘자가 없다고 한다.
소규모의 인원이어서 반주자가 큰 무리없이 소화하고 있는 것 같다.
목사님 설교 시작전까지 약 33분이 소요되고 목사님의 설교가 약 28분 정도 걸린다.
설교는 상당히 지적이고 복음적이다.
설교 후에 잠깐 침묵 기도를 한다.
이 때 오르가니스트가 '주 달려 죽은 십자가'를 연주하는 데 B flat음을 B natural로 연주한다.
그렇게 편곡된 곡인지 의도적인지 모르겠다.
침묵 기도 후 목사님께서 짧은 기도를 하고 봉헌 시간이 되면 아래의 노래를 회중과 함께 부르면서 두 명의 위원이 헌금을 앞으로 가져오고 기도한 장로님이 받아서 강단에 있는 성찬대에 올려 놓는다.
이어서 목사님이 하는 '교회의 기도'가 이어진다. 이 기도가 가장 길고 내용도 많다.
기도 후에 성찬의식이 아래와 같은 말씀으로 시작해서 집례자와 회중이 함께 한다.
성찬식은 목사님께서 예배 위원들을 강단에 올라오게 해서 먼저 성찬식을 베푼 후 예배 위원들이 강단에서 내려가서 포도주를 마신 잔을 수거하게 된다.
목사님과 오늘 기도한 장로님이 먼저 성찬의 떡과 포도주를 먹고 마신 후 찬양대원들이 다음으로 참여하고 이어서 회중이 가운데 두 줄 부터 두 줄로 앞으로 나가면 목사님과 장로님이 떡과 포도주를 회중에게 나누어 준다.
이 떡을 나누어 줄 때 목사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이것은 당신을 위한 주님의 몸(피)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마스크 때문인지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
회중은 떡과 포도주를 받아서 먹고 마시고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성찬식을 마친 찬양 대원들은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성찬식 동안 찬양을 한다.
오늘 부른 찬양은 WALTER A. SHAWKER의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였다.
목사님께서 위의 "...주의 영광을 찬미하며 노래하기를" 이라고 하면 오르간이 '쌍투스SANCTUS' 시작음
을 눌러주고 회중이 함께 아래의 노래를 한다.
이 노래 후에 성찬 기도와 제정의 말씀 "우리 주 예수님께서 잡히시던 날 밤에...나를 기념하라."는 말씀을 하시면서 떡을 들어 4쪽으로 나누고 잔을 들어 기도한 후 다함께 주님께서 가르치신 기도(주기도문)를 한다.
이어서 주변 사람들과 평화의 인사를 나눈 후 아래의 '하나님의 어린양(AGNUS DEI)'을 부른다.
이 노래를 부를 때부터 성찬의 떡과 잔을 분배한다.
성찬식이 끝나면 회중은 일어서서 시므온의 노래(NUNC DIMITTIS)를 부른다.
그리고 이어서 목사님께서 짧은 기도를 한 후 복의 선언(아론의 기도)을 한다.
이것은 다른 교회의 축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후주가 있고 이어서 목사님께서
"이제는평안히 가십시오 . 그리고 주님을 섬기십시오." 하면
회중이
"하나님께 감사드리세"라고 한다.
회중을 앉게 한 후 마지막으로 목사님께서 교제와 알림의 시간에 광고를 한다.
마지막으로 파송 찬송 322장 '세상의 헛된 신을 버리고'를 부른 후 서로 인사하고 예배당을 나간다.
이 때 찬양대는 퇴장송을 부른다.
이 교회는 교인 숫자가 많지 않아서 그런지 점심 애찬을 교인들 가운데 누군가가 기념일이나 그런 날을 기념해서 교인들에게 대접하는 것 같다.
루터 교회에는 구교의 미사에 사용되는 KYRIE, GLORIA, CREDO, SANTUS, AGNUS DEI가 다 남아 있다.
이 가운데 CREDO만 암송하고 나머지는 다 노래로 한다.
사도신경이 너무 길어서 노래로 만들지 않았나?
회중이 노래하니까 작은 교회들은 이 아름다운 노래들을 HARMONY를 갖춘 합창으로 하지 않고 제창(UNISON)으로 노래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모차르트나 베토벤의 미사곡과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위의 악보들은 음높이는 정확히 표현하지만 길이는 정확하지 않다.non-metric rhythm을 많이 사용한다는 뜻이다.
아마도 chant나 plainsong을 부르던 전통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 찬송가는 대부분 딸림음에서 으뜸음으로 끝나는데 여기는 버금딸림음에서 으뜸음으로 끝나는 변격(아멘) 종지도 많이 사용한다.
혹시 선법(mode)의 영향은 아닐까?
KYRIE 에서 사회자의 노래는 아멘 종지로 끝나고 회중은 정격 종지로 끝난다.
GLORIA도 아멘 종지로 끝난다.
복음서 낭독후 회중이 함께 부르는 노래와 봉헌 후 부르는 찬송도 역시 아멘 종지로 끝난다.
루터 교회는 루터가 신부 출신이어서인지 구교의 전통이나 관습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
미사에 사용되는 음악 요소가 많이 남아 있고 매주일 성찬 예식이 진행 되는 것도 그렇고 성호를 긋는 것이나 성찬대를 향해 인사하는 것, 제1독서부터 제3독서까지 성경봉독하는 것, 또 목사님께서 교인들에게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하면 교인들이
"주님의 종과도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하는 인사는 천주교에서 신부님과 신도들이 미사 중에 하는 인사와 닮았다.
이 교회의 예배에 참석하고 느낀 점은 음악적으로나 LITURGY 측면에서 아주 아름다운 예배를 드리는 교회라는 느낌이고 다른 개신교회들도 본받을 점들이 상당히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페이스북에서 담임 목사님의 좋은 글들을 많이 읽었다.
예배 후에 집에 와서 궁금한 점들을 페이스북에서 여쭤봤더니 아주 친절하고 자상하게 문헌들을 제시하면서 대답해주셨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아래는 2023년 03월 05일 주일 예배 실황이다.
https://www.youtube.com/live/thHNwcfhbHw?feature=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