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관한 표현들과 사후 세계
오늘 예배 시간에 목사님의 설교를 듣다가 죽음에 관해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말에는 죽음을 표현하는 여러 가지 말이 있다.
돌아가다
소천하다
타계하다
세상을 뜨다
숨을 거두다
이외에도 여러 표현이 있지만 위의 말들을 살펴보면 죽음이란 현상을 현재 세상에서 다른 세상으로 옮겨 가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많은 종교적 표현에는 당연히 다른 세상 즉, 내세로 가는 표현이 있지만 일반적인 표현에도 위와 같은 표현들이 많이 있는 것을 보면 사람들의 잠재의식 속에 내세에 대한 관념이 있는 것 같다.
'돌아가다'라는 표현은 어딘가에서 온 곳이 있어서 그곳으로 다시 간다는 표현이다.
우리가 어디에서 왔을까?
인간의 기원에 관해 언급하지 않는 종교도 있지만 기독교적 관점에서 본다면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했으니 그 하나님께로 돌아간다는 표현이 되겠다.
'소천(召天)하다'라는 표현도 하늘의 부름을 나타내는 기독교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늘의 부름을 받아서 하나님의 나라로 간다는 표현이겠다.
이와 비슷한 우리 말로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표현이 있다.
이 말은 하나님으로 부터 소명을 받았다는 뜻으로도 사용되지만 가독교에서는 전통적으로 하나님은 하늘에 계시는 분이니까 죽은 이후 하늘 나라로 부름을 받았다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타계 (他界)하다'라는 표현은 현재의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을 포함하고 있는 말이다.
그러니 죽음으로 인해 현재의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으로 간다는 표현이다.
불교에서는 반야용선을 타고 반야의 세계로 가기도 하지요.
'세상을 뜨다'라는 표현도 이 세상을 떠난다는 표현이니 어딘가 이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으로 간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숨을 거두다'라는 표현은 숨을 멈추다라는 의미가 강하지만 '거두다'라는 말이 또다른 의미로는 흩어져 있는 것들을 한데 모아들인다는 의미가 있으니 누군가가 호흡을 한 곳으로 거두어 간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도 있다.
본인이 본인의 숨을 거두어 들일 수도 있지만
구약 성경 창세기에는 하나님이 흙으로 인간을 만드시고 그 코에 생기를 불어 넣으시니 인간이 생령(生靈)이 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니 숨을 불어 넣어 준 하나님이 숨을 거두어 갔다고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동양의 한자 문화권에서는 사람의 신분에 따라 죽음을 이르는 명칭이 다르다.
황제가 죽으면 붕( 崩 )이라 표현하고 제후나 왕이 죽으면 훙( 薨 )이라고 하며 사대부의 죽음은 졸( 卒 )이라고 표현한다.
일반 서민의 죽음을 사( 死 )라고 한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죽은 직후부터 장례를 치르기 전까지를 사(死)라고 하며 장례를 치른 이후는 망(亡)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후로는 망자(亡者)라고 한다.
서거 (逝去)라는 표현도 어디로 간다는 의미이고 국장, 국민장에 관한 법률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김으로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의 죽음'이라고 규정한다.
천주교에서는 사제의 죽음을 선종(善終)이라 표현해서 선한 마지막을 의미하고
불교에서는 승려의 죽음을 입적(入寂), 또는 열반(涅槃)에 이르렀다고 해서 번뇌로 가득 찬 세상에서 고요한 세상에 들어갔다고 표현한다.
왕이 죽으면 내시가 왕이 머무르던 침전 지붕 위에 올라가서 왕의 윗옷을 흔들면서 '상위복'이라고 세번을 부르짖는다.
이는 저승 세계로 떠나는 왕에게 돌아오라는 부르짖음이다.
그리고 3일을 기다려도 왕이 돌아오지 않으면 종묘와 사직에 왕의 죽음을 알리고 본격적인 장례 절차에 들어간다.
이 과정을 봐도 죽은 후에 다른 세계로 간다는 사상을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무신론자들은 죽음 이후에는 아무 것도 없다고 주장하지만 유신론자들은 죽음 후에 자기가 믿는 그 신의 세계로 간다고 믿는다.
기독교는 천국과 지옥을 말하고 불교는 윤회 사상과 극락과 지옥을 말한다.
우리가 죽은 사람의 사후를 위해 사용하는 말 가운데 '명복(冥福)을 빈다'는 말을 사용하는데 이는 사후에 가는 세계인 명계에서의 복을 말한다.
흔히 말하는 저승에서도 복을 누리라는 덕담이다.
동양에서는 황천을 건너 저승으로 갈 때 노잣돈을 준비하고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망자가 하데스로 가기 위해 건너는 스튁스 강의 뱃사공에게 바칠 동전을 망자의 눈꺼풀 위에 올려주는 풍습도 있다.
이는 다 사후 세계를 염두에 둔 행위들이다.
위의 내용들이 가진 공통점은 죽음 후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아니고 사후에 현재의 세상이 아닌 어딘가 다른 세상으로 간다는 믿음을 표현한 말들이다.
무신론자들은 신의 존재 자체를 믿지 않으니까 위의 표현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유신론자들에게는 사후 세계를 위한 준비를 하도록 만들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