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동안 산행을 잘 하지 않아서 모처럼 좀 길게 가려고 위와 같은 코스로 돌았다. 날씨가 많이 시원해져서 더위는 이제 견딜만하고 산 위는 또 시원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산행 입구에서 서양 소년 하나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북한산을 처음 오는 것 같은데 정상을 간다고 하면서 산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이 왔다. 자기는 한라산도 갔다 왔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 내가 가는 코스를 알려 주고 이렇게 가겠느냐고 했더니 자기도 그렇게 가겠다고 한다.
문제는 젊은 아이의 속도를 내가 전혀 따라갈 수가 없어서 코스를 알려 주고 먼저 보내고 나는 천천히 올라갔다. 정상에 갔더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려오는 길도 나와 같이 가겠다고 해서 백운대에서 호랑이굴을 지나 숨은 벽 능선을 타고 밤골로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도 역시 나는 힘들어서 숨은 벽까지만 같이 오고 남은 길은 알려 주고 먼저 가라고 했다. 이 아이와 속도를 맞추느라 너무 힘이 들었다.
그래서 숨은 벽에서 바위에 한참 누워 쉬다가 내려왔다. 물도 두 병이나 가져갔는데 숨은벽에서 거의 떨어졌다. 호랑이굴에서 내려오는 길에 샘에서 물을 보충하려고 했는데 샘을 놓쳐서 물이 모자라서 힘들었다. 올가을에 설악산 대청봉을 갈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체력이라면 대청봉을 올라갈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체력을 많이 키워야겠다. 평일이지만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고 특히 백운대에는 외국인들과 젊은 아이들이 아주 많았다. 정상에 온 사람 절반은 외국인들인 것 같았다. 백운대 정상에서 태극기와 사진 찍은 것을 SNS에 올리는 것이 유행인 것 같다. 나도 몇 년에 한 번씩만 정상에 올라가는데 오늘이 그날이었다. 산행 시간은 5시간 반 정도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