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홍난파 가곡제
세종 대극장에서 열린 이 음악회에 아내와 함께 가다.
바리톤 고성현이 출연한다고 해서 가게 되었다.
역시 고성현이다.
다른 출연자들도 다 좋았지만 급이 다르다.
오늘 음악회는 피아노 반주가 아니고 양승열이 지휘하는 아파쇼나타 오케스트라가 반주했다.
오케스트라 이름처럼 몸을 흔들어대면서 아주 열정적으로 지휘했다.
고성현은 사공의 노래, 비목, 청산에 살리라 3곡을 불렀다.
다른 성악가들은 한 곡씩만 부르고 들어갔는데 그는 1부에서 세 곡을 불렀고 2부에서도 난파 합창단과 함께 금강에 살으리랏다를 부른다고 프로그램에 나와 있다.
홍난파는 친일 행적이 문제가 되어 말이 많지만 우리 나라 초대 작곡가로 우리 가곡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일본과 미국에 유학했고 그가 작곡한 '나의 살던 고향은'은 한 때 경기도민의 노래로 불리기도 했던 것 같은데...
하지만 지금 중고등학생 아이들은 초등학교때부터 교과서에 이 노래가 나오지 않아서 모른다.
오늘 음악회에는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극장을 거의 가득 채울만큼 청중이 많았다.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인 음악회는 처음이다.
그래서 그런지 내 자리는 3층 제일 뒷자리여서 가장 꼭대기에 앉아서 무대를 내려다 볼 수 밖에 없었다.
마치 예당 오페라 하우스 제일 뒷자리에 앉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많은 사람이 모이다 보니 음악회 청중의 수준은 최악이었다.
연주 도중에 휴대폰 불빛을 계속 내보내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고 연주 중에 잡담하는 사람들도 있고 심지어는 아는 노래가 나왔다고 내 옆에 어떤 아줌마는 따라 부르기도 한다.
배도 고프고 고성현 노래도 다 들었고 해서 결국 1부만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
로비에서는 프로그램북을 1만원에 핀매했다.
가곡제에서 프로그램을 만원씩이나 받고 판매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떤 관계자는 그 프로그램북을 로비에 들고 다니면서 사라고 흔들어대고 있었다.
음악회가 시장통같은 분위기였다.
이 음악회 주최 단체가 서울시나 문체부의 지원을 받는 단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음악회를 나와서 광화문 광장에서 유튜브 촬영중인 모회사 촬영감독인 문목 아들 오경이를 만났다.
가을밤의 좋은 가곡제가 음악은 좋았는데 너무 요란스러워서 시장바닥이 되어 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