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의 사람 공부 이황 저 이광호 옮김 홍익출판사 2019년 255쪽 ~12.03
퇴계와 그의 삶, 학문을 소개한 책.
옮긴이는 퇴계집이라는 책을 썼고 나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 1장에는 퇴계의 시들을 소개하고 해설했다.
퇴계는 벼슬에 연연하지 않았고 자연을 깊이 사랑했다.
깊은 지식을 가졌으나 겸손하고 경과 의를 중시했다.
도를 알려고도 하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익과 명예의 늪에 빠져 산다고 탄식하고 있다.
더욱 부끄러운 것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자신도 아직 학문의 성취를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진정한 도는 겨울에는 가죽옷을, 여름에는 베옷을 입는 이상과 같은 것이다.
도를 어렵게 생각하고 뭔가 신비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도는 그만큼 일상적인 것이다.
퇴계는 도를 때에 맞게 하는 올바른 행동 양식으로 묘사했다.
우리의 삶에서 늘 함께 있는 것이고 어려운 것이 아니다.
사람은 왜 태어날까? 태어나면 무엇을 해야만 할까? 삶에서 가장 즐거운 일은 무엇일까? 퇴계에게 물으면 답은 명백하다.
천명을 부여받아 완수함으로써 우주 자연의 창조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 역시 타고난 천명인 본성을 온전히 알고 실천하는 것이다.
물론 퇴계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는 공자, 맹자 이래로 이어져 온 유학의 전통적인 가르침이다.
본성의 실현이 곧 인간 삶의 진실한 도이다.
그래서 맹자는 요순은 본성대로 사는 사람이다. 탕과 무는 본성을 회복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본성을 회복하여 본성대로 온전하게 살면 누구나 성인이라는 것이다.
유학에서 인간의 본성은 선하며 그 본성을 온전히 실현한 사람이 바로 성인이다.
춘추에서는 오랑캐에 대해 이렇게 기록했다.
"오는 자는 막지 않고, 가는 자는 붙잡지 않는다."
이처럼 적극적으로 다스리지 않음으로써 다스려지게 만드는 것이 바로 잘 다스리는 것이다.
의리란 무엇인가?
일의 마땅함을 의미한다.
일의 마땅함이란 무엇인가?
어떤 상황에 처하여 자신의 내면에서 빛나는 천리에 합당한 행위를 말한다.
아래는 68세이던 1568년 선조 1년 12월에 올린 성악 10도의 서문에 해당하는 차자이다.
" 원하건데 위대한 임금님께서는 먼저 뜻을 세우시고 순은 어떠한 사람이고 나는 어떠한 사람인가 노력하면 순처럼 된다고 생각하시고 분발하여 배움과 생각이라는 두 가지 공부에 힘 쓰십시오.
그런데 경을 유지하는 것은 생각과 배움에 다 필요하고 움직일 때나 고요히 머물때나 경을 유지해야 합니다.
마음 안과 마음 밖을 합치시키고 드러난 것과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 방법입니다.
그러므로 공부하는 방법은 반드시 몸가짐을 삼가고 엄숙하고 고요하고 하나에 집중하는 때에 이 마음을 지키는 것입니다. 배우고 묻고 생각하고 변별할 때의 진리를 궁구해야 합니다.
남들이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곳에 있을 때에도 더 엄히 경계하고 두려워하고 공경스럽게 행동해야 합니다.
은미하고 그윽하여 홀로만 아는 마음의 작은 기미에 대하여 더 정밀하게 성찰해야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경외함이 떠나지 않게 되어 완벽하게 중화를 이루면 천지가 제자리에서 운행되고 만물이 육성되는 성취를 이룰 수 있습니다.
덕행이 일상의 윤리를 벗어나지 않는 가운데 천인합일의 오묘함을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아래는 퇴계의 시다.
소나무
바위 위 천년이 되어도 늙지 않는 소나무
검푸른 비늘로 뛰어오르는 용의 기세로다.
깎아지른 골짜기 끝없는 벼랑에 살지만
기운은 하늘에 떨쳐 높은 봉우리를 누르네.
청홍으로 본성을 헤치지 않으니
어찌 복숭아 오얏처럼 아름다움 자랑하리 뿌리깊게 박아 거북 뱀 같은 기골 기르니
눈설이 내리고 끝내 한겨울을 지키누나
유학에서의 진리는 창조적 이법이다. 태극이 음양을 낳고 음앙은 오행을 낳고 태극과 음양과 오행은 오묘하게 합하여 모든 생명을 낳는다.
우주자연을 객관적 법칙의 세계로 이해하기보다 원형이정으로 끊임없이 유행하면서 낳고 낳는 생명의 세계로 이해하는 것이 유학이며 성리학이다.
다시 말해 유학은 낳고 낳는 생명의 입법을 중심으로 삼아 전개되는 학문이기에 무엇보다 수행을 중시한다.
진정한 수양이란 나쁜 것은 없애고 좋은 것은 기른다는 과정이다.
이 때의 좋은 것이 바로 자연이 부여한 순수한 진리이다.
성리학의 두 기둥은 마음이 현상으로 드러나기 이전에 이 진리를 함양하고, 현상으로 드러날 때는 마음의 기미를 성찰하여 나쁜 것을 막고 좋은 것을 기르는 것이다.
이 좋은 것은 하늘의 이법이기에 천리라고 부른다. 천리가 곧 진리인 것이다.
아래는 주돈이의 통서에 나오는 문장이다. "성인은 자연처럼 되기를 희망하고, 현인은 성인처럼 되기를 희망하고, 선비는 현인처럼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