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보가에 나오는 이 소리는 판소리로 자주 듣는 재미있는 곡입니다. 이 노래를 전인평씨가 성악가들이 부를 수 있게 편곡을 했습니다. 어제 세종 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정선화 교수가 이끄는 한국 가곡 연구회에서 이 곡을 연주했습니다. 바리톤 오동국이 이 곡을 맛깔나게 불러주었습니다. 작년에도 이 곡을 이 연주자에게서 들었습니다. 화초장이라는 가구의 이름을 잊어버려서 그 이름을 다시 기억해내려고 하는 놀부의 모습을 아주 코믹하게 잘 그려낸 곡입니다.
판소리의 기원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17세기쯤 남도 지방에서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전성기때는 12마당이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5마당(흥보가,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적벽가)만 전해오고 있습니다.
1인 오페라라고도 할 수 있는 판소리는 서양 음악에서는 같은 유형의 음악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굳이 비교한다면 트루바도르나 마이스터징거같은 중세의 음유시인들이 서사시를 노래한 것이 내용면에서는 좀 비슷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국악 판소리에서 소리꾼이 부를 때는 고수의 장구 반주에 맞추어 들었지만 성악가가 부를 때는 피아노 반주로 듣습니다. 어느 쪽이나 다 재미있습니다만 연주회장에서 성악가가 부를 때는 추임새(고수나 관객이 '얼쑤' '잘한다'등으로 흥을 돋우기 위해 하는 반응 )가 들어가기 어려워 판소리 마당에서 듣는 것만큼 흥을 돋우기는 좀 어렵습니다. 첫 도입 부분의 아니리(노래로 하지 않고 말로 설명하는 부분)는 내용에 있어 양쪽이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만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하는 국악쪽이 내 경우에는 흡인력이 더 있어 보입니다. 발림(소리꾼이 연주하는 도중에 몸동작으로 하는 연기나 손에 들고 있는 부채를 펴거나 하는 등의 행위)은 어쩐지 연미복을 입고 점잖고 엄숙할 것 같은 성악가가 하는 것도 반전이 있어 재미있지만 오랜 전통이 있는 국악 쪽은 좀 더 디테일해 보입니다. 이것은 연미복을 입은 성악가와 한복을 입고 남자 소리꾼의 경우 갓을 쓰고 부채를 든 소리꾼의 복장에서 부터 느낌이 다릅니다. 소리(판소리에서 노래로 하는 부분)는 소리꾼의 걸쭉한 음색이 성악가의 잘 훈련되고 공명된 클래식 창법의 발성과는 많이 달라서 듣는 사람들에게 이미 코믹한 느낌을 줍니다. 국악도 정가를 부르는 사람들의 발성 방법은 공명 방식이 다르긴 하지만 서양 클래식 창법 못지않게 고급스럽고 아주 아름답습니다. 피아노 반주자와 고수의 역할은 둘 다 노래하는 사람을 잘 도와주기는 하지만 피아노 반주자가 고수만큼 노래하는 사람과 직접 호응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아래의 두 연주는 둘 다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가 부르는 것입니다. 국악과 서양 음악으로 연주하는 화초장 타령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