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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정인 이야기

singingman 2023. 1. 2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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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표가 쓴 '한국미를 만나는 법'이라는 책에 나오는 글이다.
다른 책에서도 본 글이다.

혜원 신윤복의 그림 가운데 아주 에로틱한 그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그림에 나와 있는 글도 그런 분위기를 더 해준다.

月沈沈夜三更 兩人心事兩人知

월심심으로 읽어야 할지 월침침으로 읽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야 3경인 것으로 봐서 자정 무렵인 한 밤중이다.
이런 시간에 두 사람이 만나는 마음은 두 사람이 안다고 쓰여 있다.
이런 야심한 시간에 만나야 하는 두 사람의 사정이야 있겠지만 이 그림을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18세기 말인
조선 시대에 남녀가 이렇게 만난다는 것은 일상적인 상황은 분명히 아니다.

여자가 입고 있는 소매 끝동과 깃 그리고 주름을 자주색으로 꾸민 저고리를 삼회장이라고 한단다.

삼회장 저고리


고급스럽고 멋을 한껏 낸 옷이다.
신발도 자주색인데 이 야심한 밤에 어스름한 달빛에 남자가 들고 있는 등불로 그 색깔이 보였을지는 모르겠다.
안 보였으면 또 어떻겠어? 이 그림을 의도한 화가의 마음에는 신발이나 저고리의 색깔이 보이고도 남았을
것이다.
여자의 옥색 치마와 흰색 속옷 바지도 이 그림에 에로틱한 상상력을 더해 준다. (나만 그런가?)

남자의 시선은 여자를 내려다 보고 있고 여자는 시선을 살짝 피하고 있다.
남자의 얼굴 각도와 신발의 각도를 보면 남자는 여자를 데리고 앞으로 가고 싶어하고 여자는 시선은 살짝
피하고 있지만 발의 각도는 엉거주춤하게 남자를 따라가려 하고 있다.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모습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따라가면 안 되지만 마음과 달리 몸은 정인을 이미 따라 가려 하고 있다.
이성을 나타내는 얼굴은 외면하고 있지만 본능인 몸은 이미 그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낮게 뜬 달의 위치와 남녀가 서 있는 위치를 보면 이들은 달빛에 노출되지 않은 담장 아래 그늘에 서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저 정도의 달에는 그림자도 생기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남의 눈에 띄고 싶지 않은 이들의 마음이 이런 자리를 선택한 것 같다.
남자의 얼굴에는 수염도 전혀 없는 동안인 것으로 봐서 이런 밀회에 익숙지 않을 나이의 어린 사람으로 보인다.
여자의 얼굴은 한밤중이지만 빨간 입술과 뽀얀 얼굴이 돋보인다.

그림 속의 달 모양이 일상에서 실제로는 있을 수 없는 모양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혜원이 초승달을 뒤집어서 그릴만큼 관찰력이 없는 사람도 아니고 다른 그의 그림들이 사실적이라는 점에서도
이 달은 특별한 달이다.
그래서 이 그림에 나오는 달모양을 연구한 이태형 천문우주 기획 대표(충남대 천문우주과학과 겸임교수)
이 이 달이 실제로 있었던 달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글을 보면

'그림에 나오는 달은 위로 볼록한 모습이다.
밤에는 태양이 떠 있지 않아 달의 볼록한 면이 위를 향할 수 없다.
달이 지구 그림자에 의해 가려지는 월식일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림 속의 월식은 부분월식이다.
지구의 그림자가 달 아랫부분만 가리고 지나가는 부분월식이다.
<월하정인>에 써 놓은 글을 보면 그림을 그린 시간이 밤 12시를 전후한 삼경 무렵이다.
월식은 보름달이 뜰 때 일어나고 달은 밤 12시경에 가장 높이 뜬다.
런데 그림 속 달은 높지 않다. 마 근처에 걸려 있다.
보름달은 태양의 반대쪽에 있기 때문에 겨울에는 높이 뜨고 여름에는 낮게 뜬다.
신윤복은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중반까지 활동했다.
그 100년 동안 일어난 월식 가운데 서울에서 관측 가능한 부분월식을 조사한 결과, 1784년 8월 30일과
1793년 8월 21일 두 차례 그림과 같은 부분월식이 있었다.
그런데 승정원 일기 등 당시 기록을 확인해 보니 1784년 8월29일부터 31일까지 서울에 비가 내렸다.
따라서 이때는 월식을 관측할 수 없었다. 1793년 8월 21일에는 오후까지 비가 오다 그쳤기에 월식을 관측할 수 있었다. 결국 혜원은 1793년 8월 21일 밤 11시 50분경 부분월식을 보고 이 작품을 그린 것이다.'

승정원 일기가 날씨를 기록해 둔 덕분에 정선의 인왕 제색도도 비 온 후에 그린 그림이고 그의 친구 이병연의
병이나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결론을 낸 글을 본 적이 있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예술 작품도 점점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해 지고 있다. 물론 이것이 꼭 바람직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월하정인 신윤복 국보 135호 18세기 말~19세기 초 종이에 채색.28.2*35.2Cm. 간송 미술관


신윤복의 또 다른 작품으로 "월야밀회"는 위 "월하정인"에 비해 더 에로틱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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