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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逆鱗) 2020-08-01 본문

살아가는 이야기

역린(逆鱗) 2020-08-01

singingman 2023. 4. 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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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절대적인 힘을 가진 무서운 용(龍)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습니다.

동양에서는 용은 비바람을 불러 오기도 하고 도술을 부리는 등 신비한 힘을 가진 신적인 존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따로 용왕각이라는 전각을 세우고 예배하기도 합니다.

용의 몸은 갑옷과 같은 두꺼운 비늘로 덮여 있어서 웬만한 무기로는 용을 죽이거나 상처를 입힐 수 없습니다.

그런데 목에 있는 비늘 가운데 하나가 방향이 거꾸로 된 역린이 있습니다.

이 비늘을 잘못 건드리면 급소를 찔러서 용이 죽거나 심하게 다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용은 항상 이 역린을 조심하고 보호합니다.

만약 누가 이 역린을 건드리거나 하면 용은 반드시 그 건드린 자를 죽이거나 해를 입힙니다.

 

동양에서는 용이 황제나 왕을 상징하고 그 권력을 용에 비유합니다.

왕이나 황제가 정치를 잘 못 할 때 신하가 충언을 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들도 어찌할 수 없는 자신들의 치명적인 약점인 역린을 공격하게 되면 그 신하는 무사할 수 없습니다.

서양의 용은 불을 내뿜고 무시무시하며 성경의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사악한 이미지가 강하지만 동양의 용은 신비로움이나 두려움과 함께 위엄과 권위를 상징합니다.

그래서 동양의 용이 서양에 비해서는 경외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이 무시무시한 용에게 역린이 있듯이 아무리 뛰어난 인물에게도 용의 역린과 같은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권력이나 명예, 학벌이 역린입니다.

돈을 많이 벌었지만 젊을 때 가난이나 다른 이유로 대학을 나오지 못한 사람은 학벌이 역린이 될 수도 있습니다.

누가 이 역린을 건드릴까 두려워하고 감추려 합니다.

그런데 누가 이 역린을 건드리게 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또 어떤 사람에게는 가문이 역린이 되기도 하고 지위나 명예가 역린이 되기도 합니다.

 

친구 간에도 이 역린을 알아서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은 친구관계를 유지하는 길입니다.

약한 부분을 자꾸 건드리면 상처를 입게 되고 결국은 친구 관계가 파탄이 나기도 합니다.

이 역린을 건드리는 것은 많은 경우 말로 인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의 말이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역린을 건드립니다.

말을 조심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것이 참 어렵습니다.

 

성경 야고보서에서는

"누가 말을 하면서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면, 그는 자기의 온몸을 다스릴 수 있는 완전한 사람"이라고 하였습니다.

우리 모두는 완전한 사람이 없으니 이 말을 거꾸로 하면 우리는 모두 말에 실수를 한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그 말에서 실수하는 빈도가 많고 말에서 얼마나 큰 실수를 하느냐일 것 같습니다.

말 한마디가 평생 쌓아 온 경력과 명예에 먹칠을 할 수도 있고 온 가족을 얼굴을 들 수 없는 수치심에 빠지게 하기도 합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말을 적게 하는 것을 뛰어난 말솜씨보다 더 높이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불가등의 수도원에서 묵언 수행이나 참선도 인격이나 신앙의 수련에 좋은 방편으로 여깁니다.

 

상대를 높여주고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말이 있는가 하면 상대를 깎아내리고 순식간에 분위기를 싸하게 만드는 말들도 있습니다.

시기적절한 말이나 농담이 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기도 하지만 자칫 그것이 지나치면 안 한 것만 못하게 됩니다.

그 상황에 맞는 말을 적절하게 잘하는 지혜가 필요한데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더 지혜롭게 보일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하면 말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성질이 있어서 처음 의도와는 달리 자꾸 더해지고 커지고 부풀려집니다.

나중에는 처음 의도조차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하고 지엽적인 문제로 다투기도 합니다.

 

우정에도 적절한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하듯이 말에도 항상 여지를 남겨두고 단정적인 말을 피하고 자극적인 말을 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는 것과 무례한 것은 아주 다릅니다.

솔직함이 지나치면 진실을 말하긴 하지만 듣는 사람이 불편할 수도 있고 다칠 수도 있습니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솔직한 말은 무례하고 교양 없음을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오해를 풀기 위해서 하는 말도 시기적절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큰 오해를 불러 올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예 말을 하지 않으면 상대를 알 수 없어서 더 큰 오해가 쌓이기도 하니 말을 하기도 어렵고 하지 않기도 어렵습니다.

知者不言 言者不知라고 했는데 우짜모 좋겠습니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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