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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4년만의 출근

singingman 2022. 11. 1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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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손자들을 돌보면서 농손락(弄孫樂)을 즐기고 참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주 금요일 밤 늦은 시간에 내가 퇴직한 학교의 교장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음악 선생님 한분이 갑자기 학교를 그만 두게 되어서 이번 학기 남은 기간 동안 내가 학생들을 가르쳐 달라는 부탁이었다.
손자들 돌보는 문제 때문에 약간 망설이기는 했지만 아내와 의논을 한 끝에 가기로 결정했다.
사립학교는 공립 학교와 달리 선생님들이 한 학교에 30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을 함께 있게 된다.
그러니 애증관계도 공립학교에 비해 상당히 더 끈끈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교장 신생님과 내가 안 지도 30년이 넘었고 같은 해에 교사로 발령을 받았다.
그러니 다급하게 부탁을 하는데 안 들어줄 수가 없다.
또 이 학교는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는 우리 나라에서 가장 좋은 학교라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학교이다.
월요일부터 오늘까지 일주일간 찬양대 동아리 지도와 수업을 하루 4시간씩 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평생 한 일이고 합창을 지도하는 일은 지금까지도 50년 가까이 해오고 있다.
그러니 가르치는 것 때문에 수업준비를 하거나 하는 일이 힘들지는 않다.
오히려 퇴직한 후에도 꾸준히 공부를 했으니 가르치는 일은 퇴직하기 전보다 더 알찬 양질의 수업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지휘자 정명훈이 말하기를 지휘를 하면서 나이가 들어가니 공부도 더 많이 했고 전보다 더 잘 할 수 있다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도 그런 느낌이었다.

또 어린 아이들의 사슴과도 같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바라보니 의욕도 생기고 참 좋았다.
현직에 있을 때 함께 했던 선생님들도 반갑게 맞아 주어서 더 감사하다.
그런데 문제는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다.
퇴직 후 4년 동안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은 좋아졌지만 체력은 많이 약해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퇴직 후에도 등산과 트래킹등 운동을 꾸준히 해 오고 있지만 나이는 역시 어쩔 수 없나보다.

아침 7시 50분 부터 찬양대 동아리를 지도하고 하루 4시간씩 꼬박꼬박 수업을 했더니 목이 견디지를 못한다.
목뿐만 아니고 체력도 한계에 도달했다.

집에만 들어오면 쌍화탕도 마시고 목 보호제도 먹은 후 그대로 꼬꾸라져서 잠을 잤다.
3일째 되는 수요일 오후 수업때는 너무 힘들어서 세상이 흔들렸다.
그래도 요즘은 약이 참 좋다.
약 힘으로 오늘까지 잘 견뎠다.
이제 이틀간 푹 쉬고 보충하면 적응이 되겠지.

몸은 힘들지만 아직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고 또 내가 일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뿌듯하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