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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사람
유식의 즐거움.1. 동양지식의 모든 것 왕경국저 장윤철 편저 휘닉스 423쪽 2013-07-19 18:13:14 본문
중국 고사 성어의 출처들을 모아서 설명한 책
* 유인유여(遊刃有餘)라는 말은 기술이 도의 경지에 이른 것을 말하는 것으로
전국시대 위나라에 포정이라는 소잡는 백정이 그 기술이 너무 뛰어나서 19년이나 된 소잡는 칼이 금방 숫돌에 간 칼같다고 말한다.
이는 서투른 사람이 칼로 뼈를 자르거나 살을 자르면 칼날이 닳기 때문에 자주 칼을 바꿔야 하지만 자기처럼 기술이 도의 경지에 이르면 19년 된 칼도 금방 숫돌에 간 칼과 같다는 것이다.
*忍辱而待(인욕이대)-욕됨을 참고 기다린다
조선(朝鮮) 세종 때 윤회(尹淮)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본관은 무송(茂松), 자는 청경(淸卿), 호는 청향당(淸香堂) 관직은 병조판서와 대제학을 역임했고 문도(文度)라는 시호(諡號)를 받았다.
그가 젊었을 적에 있었던 일로 하루는 시골길을 가다가 날이 저물어서 여관에 투숙하려 했는데 윤회의 인상착의가 험상궂었는지 아니면 무일푼처럼 보였는지 모르겠으나 여관 주인은 특별한 이유 없이 윤회의 투숙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여관 마당에 쭈구리고 앉아 ‘낭패로구나’하며 고민하고 있었다.
이때 여관 집주인의 아이가 큰 진주를 가지고 나와 놀다가 마당에 떨어뜨리게 됐는데 마침 마당을 배회하던 거위가 이 진주를 꿀꺽 삼켜버렸다.
거위가 삼켰다는 사실을 모르는 아이는 아버지에게 진주를 잃어버렸다고 말했고 아버지는 잃어버린 진주를 찾기 위해 마당을 샅샅이 뒤졌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이 지경이 되자 주인은 진주를 훔친 유력한 용의자로 마당에 앉아있던 윤회를 지목하고 그를 묶어두고 아침이 되면 관가에 알리려 했다.
만약에 보통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에 봉착했다면 거위 배를 갈라서 진실을 확인하자며 화를 냈을텐데 윤회는 ‘그 진주는 거위가 삼켜버렸소’라고 변명도 하지 않은 채 다만 ‘저 거위를 내 옆에다 묶어 두시오’라고만 말했다.
그래서 윤회와 멋모르는 거위는 함께 묶여 있게 됐다.
다음날이 되자 진주를 삼켰던 거위는 배설을 했고 그 배설물에서 주인집 아이가 가지고 놀던 진주가 나오자 여관집 주인은 몸 둘 바를 몰라 했고 죄송스런 마음으로 ‘아니 그렇다면 어제 말을 하시지 그랬습니까’라고 묻자 윤회는 ‘만약에 어제 말했다면 주인장이 진주를 찾기 위해서 반드시 저 죄 없는 거위의 배를 갈랐을 것이므로 욕됨을 참고 기다린 것’(故 忍辱而待)이라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