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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사람

하늘에 계신 우리 아빠 최인호 열림원 2008년 278쪽 ~7/13 본문

독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빠 최인호 열림원 2008년 278쪽 ~7/13

singingman 2023. 5. 2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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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고 최인호가 1998년~1999년까지 천주교 서울대주교에서 발행되는 주보에 연재되었던 '말씀의 이삭'을 모은 것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될 만큼 천재적인 소설가이면서 가톨릭 신자인 그의 신앙고백과 같은 글들이다.
말년에 암으로 고통 받으면서 청계산 아래 살았고 불교를 소재로 한 소설 '길없는 길'과 유교를 소재로 한 소설 '유림'이 내게는 아주 인상적인 소설이었다.
기독교 관련 소설도 쓰려고 했지만 암 때문에 아마 못 쓴 것 같다.
여러 시인들의 시가 인상적으로 인용되었다.
님의 침묵( 沈默)" <1926>
한용운(韓龍雲)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야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참어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黃金)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盟誓)는 차디찬 띠끌이
되야서 한숨의 미풍(微風)에
날어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追憶)은
나의 운명(運命)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 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 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源泉)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뜨리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希望)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沈默)을 휩싸고 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