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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브라토와 찬양대

singingman 2023. 9. 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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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이나 기악에서 적절한 비브라토는 풍부한 음량과 아름다움을 주어서 듣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지나치면 아름다움은 고사하고 소음처럼 되어버립니다.
기악에서는 독주나 합주에서 비브라토가 음악에 방해가 되는 경우를 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현악기나 관악기의 경우 비브라토가 전혀 없으면 너무 심심하지요.
주로 전문가들의 연주를 들었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시대에 따라서는 악기들도 비브라토를 최대한 절제하기도 합니다.

얼마전 영산 아트홀에서 바로크 싱어즈가 연주한 C.Monteverdi의 '윤리적이고 종교적인 숲'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몬테베르디는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작곡가 가운데 한 사람이지요.
이 곡의 연주에는 합창단과 함께 쳄발로, 오르간, 바이올린, 바올라 다 감바, 콘트라베이스가 반주를 했습니다.
르네상스 음악의 특징을 잘 살리기 위해서 모든 현악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non-vibrato로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성악의 경우 전문가가 독창을 할 때 적절한 비브라토는 그 음악을 더욱 풍성하고 성숙한 음악으로 느끼게 해 줍니다.
변성기 이전의 어린이들은 비브라토 없는 깨끗한 소리를 내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비브라토가 생깁니다.
하지만  비브라토가 심해져서 트레몰로 수준으로 가게 되면 듣기가 힘들어집니다.



교회 찬양대의 경우를 살펴보면 요즘은 아주 대형 교회가 아니면 대원들의 평균 연령이 대부분 50~60대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전문적으로 성악 발성을 훈련하지 않은 비전공자들이지요.
그러다 보니 찬양에서 비브라토가 심한 경우를 간혹 보게 됩니다.
어떤 경우에는 듣기에 거북한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힘이 빠지면 목소리도 마찬가지로 윤기 있고 탄탄하던 소리가 맥빠지고 거칠어집니다.
꾸준한 연습에 의해서 어느 정도 지연시킬 수는 있지만 노화 현상에 따른 소리의 퇴보는 어쩔 수 없습니다.

간혹 어린이 합창단에서 두성 발성으로 오랫동안 노래했던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도 비브라토 없는 깨끗한 소리를 내는 경우를 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젊었을 때의 아름다웠던 소리를 회상하면서 그 소리를 다시 내려고 간혹 무리를 하게 됩니다.
그런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힘이 목에 들어가게 되고 특히 고음에서 pitch가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고 힘을 주다 보면 소리에 비브라토가 심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혼성 합창의 경우 저음 비브라토가 방해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아 보입니다.
많은 경우 소프라노나 테너의 고음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혼성 합창의 성부 구조상 소프라노가 가장 높은 성역을 노래하게 됩니다.
높고 날카로운 소리는 우리 귀에 잘 들립니다.
그래서 소프라노의 비브라토가 다른 파트에 비해서 더욱 두드러지게 잘 들리는 것 같습니다.
특히 노래를 잘 해보려고 매우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에게서 이런 현상을 자주 봅니다.
노래하는 자신은 고음의 소리를 비브라토가 심하든 말든 '불러제끼면' 시원할지 모르겠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주먹이 쥐어지고 인상이 찌그러지기도 하지요.
이런 분들은 많은 경우 열심히 특심합니다.
그래서 연습에도 잘 빠지지 않고 온 정성과 힘을 다해 노래합니다.
교회 찬양대 지휘자 입장에서는 비브라토가 심하다고 한두 번 지적을 해 주지만 고쳐지지 않으면 계속 말하기가 거북해집니다.
특히 찬양 대원 숫자가 적어서 한 명이 아쉬운 교회에서는 마음이 여린 지휘자들은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아예 포기하게 됩니다.



싸울 수도 없고, 지휘자 자신은 보수를 받고 일하지만 이런 분들은 보수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자기 시간과 물질을 바쳐가면서 봉사하는데 상처받을까 봐 계속 말하기도 어렵고 해서 참 곤란해합니다.
간혹 본인이 비브라토가 심하다는 것을 모르는 둔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설명을 해 주어도 이해하는 데 한참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합창은 각각 다른 음색을 가진 여러 사람들이 협력해서 하나의 아름다운 소리를 만드는 아주 섬세한 작업입니다.
내 소리가 다른 사람들의 소리를 압도해서는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여러 사람이 노래하는 합창에서 비브라토는 하나의 소리를 만드는데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한 사람만 비브라토가 심해도 전체의 균형을 무너뜨립니다.
여러 사람이 심한 비브라토를 내게 되면 소리를 하나로 만드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합창을 협창(協唱)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Descant를 하는 대원의 경우는 예외가 되기도 하지만 서로 양보하고 옆 사람 소리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 끊임없이 신경 쓰고 주의해야 아름다운 합창이 만들어집니다.
합창 소리를 만들기 위해 오랜 발성 연습과 Teamwork이 이루어져야 좋은 소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좋은 합창을 만들기 위해서 여러 가지로 노력해야겠지만 우선 비브라토 없는 깨끗한 소리의 합창을 하고 듣고 싶습니다.

 
지휘자가 너무 민감하면 찬양 대원들이 힘들어하고 피곤해 하는 경우도 때로는 있습니다.
지휘자 본인의 수준에 맞추려고 대원들을 몰아세우면 대원들이 너무 힘들어합니다.
대원들 본인들이 좋아서 하는 찬양이기는 하지만 연습의 보람도 느끼고 찬양의 기쁨도 느껴야 하지요.
경험이 적은 젊은 지휘자들의 경우 의욕이 앞서서 찬양 대원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욕심을 내다보면 피로가 쌓이고 연습이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좋은 찬양을 하는 것이 물론 중요하고 꼭 해야 할 일이긴 하지만 그와 함께 놓쳐서는 안 될 일이 대원들의 의욕을 북돋우워 주고 점차적인 향상을 꾀하는 일입니다.
긴 안목을 가지고 계획에 따라서 대원들을 잘 인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요즘 교회 찬양 대원들의 소원 중 하나가 연습을 짧은 시간만 하고도 효과 좋은 찬양을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한두 번은 가능하겠지만 계속될 수는 없지요.
그러다 보니 요즘 교회 찬양곡들이 점점 쉬워지고 있습니다.
연습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곡은 찬양대가 기피하고 따라서 출판사들은 책이 팔려야 하니까 짧은 연습으로도 연주가 가능한 곡들을 출판하게 됩니다.
물론 어려운 곡이 꼭 좋은 곡이거나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곡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짧은 연습으로 연주가 가능한 쉬운 곡들만을 하나님께서 계속 기쁘게 받으실까요?
하나님께서 어려운 곡들은 이해를 못 하실까요?
그저 어린 아기들이 재롱떠는 것을 부모들이 기뻐하듯이 하나님께도 그런 수준으로 계속해도 될까요?
 
교회 학교 찬양대가 없어진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형 교회가 아니면 찬양대에 젊은 대원들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런 상태로 가면 머지않아 많은 교회들에서 찬양대는 사라질 것입니다.
이미 교회 전문가들은 앞으로 20년, 짧게는 10년 안에 많은 교회들에서 찬양대는 사라지고 CCM을 주로 부르는 밴드 형태의 그룹만 남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이 노래를 잘 하는 민족이고 최근에는 K-pop뿐만 아니라 K- classic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만 교회의 음악 저변이 약해지면 이런 현상도 오래가기 어렵겠지요.
학교에서는 입시 때문에 음악 교육이 약화된 지 오래고 교회 학교에서도 찬양대가 사라진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교회 찬양대는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https://www.youtube.com/live/qjivjM2Y6Aw?si=ILVts-dyJ3FmNIR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