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노래하는 사람

일일부독서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 본문

살아가는 이야기

일일부독서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

singingman 2023. 10. 9. 12:31
728x90

이석증이 이번에는 아주 오래 간다.
두 주가 넘었는데 아직도 어지러운 기운이 남아 있다.
그래서 책을 한 페이지도 읽지 못하고 있으니 사람이 바보가 되는 것 같다.
중앙 루터 교회 최주훈 목사님이 뇌수술로 인해 눈이 잘 안 보여 책을 읽지 못해서 답답하다고 하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내가 지금 그렇다.
최목사님은 어느 정도 낫고 나니까 바로 페이스북에 그림에 관한 글들을 올리던데...

매일 아침 읽던 성경도 읽지 못하고 책도 한 페이지도 읽을 수 없다.
오늘 아침에 그래도 무리해서 책을 몇 십 페이지 읽었더니 머리가 아프다.
책을 읽지 않던 시절에는 일년 동안 안 읽어도 문제가 없었는데 지금은 며칠만 읽지 않아도 무료하고 사람이 멍청해지는 느낌이다.

솔로몬이 공부를 너무 많이 하면 피곤해진다고 했는데 너무 안 해도 오히려 멍청해지고 힘들어진다.
옛 선현들이 하루만 책을 읽지 않아도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말이 이해된다.

우리 나라 정치가 후지고 문제가 많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동의하지만 잘 하는 것도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가 시립 도서관이 잘 갖추어져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에 찾아봤더니 고양시에만도 20개의 시립 도서관이 동네마다 있다.
어린이 도서관과 작은 도서관도 수십 개가 있다.
내가 사는 백석 도서관은 우리 집에서 걸어가면 10분 거리에 있다.
원하는 책을 언제나 마음껏 읽을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이 휴무일이고 토요일과 일요일도 문을 연다.
원하는 책이 백석 도서관에 없을 경우에는 고양 시내 모든 도서관을 인터넷 검색으로 뒤져 찾아서 며칠 안으로 바로 가져다 준다.
이런 점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고마운 일이다.
물론 베스트 셀러는 워낙 찾는 사람이 많아서 대기자 명단에 신청을 해 두면 문자로 연락이 오고 시간이 지나면 읽을 수 있다.
우리 나라가 IT 기술이 발달했다는 사실은 도서관에서도 알 수 있다.
전자 도서 대출증뿐만 아니라 대출과정도 처음에는 신기했다.
원하는 책을 한번에 2~3주 동안  7권까지 빌릴 수 있는데 사서 선생님 앞에 있는 어떤 패드 위에 책을 올려두기만 하면 일일이 조사하지 않고도 무슨 책인지 저절로 스캔이 되어 바로 빌릴 수 있다.
이런 좋은 시스템 덕분에 집에 많은 책을 꽂아두지 않고도 언제나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얼마 전에 미국 사는 친구가 왔을 때 우리 나라 도서관의 이런 시스템을 보여 주었더니 미국도 도시에 따라 좀 다르긴 하지만 이렇게 대규모로 잘 갖추어져 있지는 않다고 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책을 너무 안 읽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도서관에 가 보면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책을 읽고 공부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때로는 정치인들을 욕하기도 하지만 이런 좋은 시스템을 갖추어 준 것은 정말 고맙다.

이석증은 재발을 자주 한다.
이번에는 한 달만에 재발했다.
세상이 빙빙 도는 현상은 내 스스로 고개를 이리 저리 돌려서 해결했지만 잔돌이 남아 있는 것이 계속 어지럽게 만든다.
두 주가 지났는데도 아직도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어지러운 기운이 좀 남아 있다.
의사 선생님이 차츰 차츰 낫는다는 말이 이런 것인가 보다
약을 먹으면 많이 완화되어서 낮에는 생활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

의사는 원인을 모른다고 하지만 내 경험으로는 심하게 과로한 후 2~3일 지나면 이석증이 온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백운대 갔다가 산행을 좀 무리하게 한 다음에 이석증이 재발했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산행이나 트래킹을 안 할 수는 없고 살살 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렇게 되면 대청봉 가는 것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안중근 의사는 일본인들에게는 단순히 이또 히로부미를 저격한 암살범일 수도 있겠지만 젊은 시절부터 한학을 공부했고 논어에 나오는 위의 글을 잘 알고 있었겠지요. 이렇게 열심히 책을 읽은 덕분에 동양 평화론을 구상했고 나라가 위기에 처한 것을 보자 목슴을 내어 준 위대한 인물이 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고양시립 백석 도서관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모님 추도  (0) 2023.12.02
아들 딸이 사 준 신발  (1) 2023.10.26
불감위선 (不敢爲先) (퍼 온 글)  (1) 2023.10.04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0) 2023.10.03
이석증  (0) 2023.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