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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사람
농손락 3(나를 찾는 사랑스러운 건후) 본문
세상에 이렇게 나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연애할 때 아내도 이렇게까지 좋아하지는 않았을 듯.
내 부모 외에는 어느 누구도 이렇게 나를 애타게 찾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나도 하루만 보지 못해도 손자들이 있는 3층과 11층을 자꾸 쳐다보게 된다.
그리고 결국은 전화를 하거나 찾아가게 된다.
어느 시인이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했는데 여기서 '오래'는 오랜 기간동안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말로 이해된다.
핏줄은 1년에 한두번만 보아도 사랑스럽긴 하지만 매일 보는 사람은 그 사랑이 더 잘 표현되는 것 같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를 향한 사랑뿐만 아니라 손주가 할아버지 할머니를 향한 사랑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할아버지 할머니들과는 달리 어쩌면 손주들은 1년에 명절에나 겨우 한 두번 만나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는 큰 사랑을 표현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했으니 1년에 한두번 만나는 조부모에게 자연스럽게 사랑을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해외에 나가 사는 손주들은 더 말할 것도 없겠다.
가까이 함께 오손도손 살면서 자주 만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른다.
작곡가 이영조님의 페북에서 재미있는 글을 보았다.
어느 교회 목사님께서 설교시간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100세에 얻은 외아들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라고 하셨을 때 아브라함은 주저하지 않고 순종했다.
만약 아브라함에게 손자가 있었고 그 손자를 번제로 바치라고 했다면 아브라함은 안 바치고 도망갔을 거라는 목사님의 재미있는 농담이었다.
아마 이 목사님은 손자가 있는 목사님이었을 듯.
위대한 일을 이루어서 느끼는 만족감도 큰 행복이겠지만 손자의 앙증맞은 작은 손을 잡고 함께 걷는 것도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른다.
내가 두 팔을 벌리면 주저하지 않고 와서 안길 때 얼마나 큰 기쁨과 만족감을 느끼는지 모른다.
혼자서 내가 알아들을 수도 없는 말로 노래하면서 거실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도 정말 가슴뛰게 행복하다.
내가 놀이터에서 다들 함께 놀다가 셋째 손자를 잠깐 집에 데려다 주러 간 사이에 보이지 않으니까 막내 손자가 이렇게 간절히 찾고 있다.
보는 내가 얼마나 가슴이 뛰는지 모르겠다.
세상에 그 누구도 나를 이렇게 간절히 찾아주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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