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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사람
능소화 조두진 위즈덤하우스 2006년 초판및 3쇄 219쪽 ~09.08 본문
'원이 아버지께'라는 편지를 모티브로 썼다고 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1998년 안동에서 이응태의 무덤을 이장하던 중 머리카락과 삼으로 삼은 짚신과 한지에 쓴 편지가 나왔습니다.
이응태(李應台, 1556~1586)는 고성 이씨 후손으로 조선 명종~선조 시대의 인물로 무인이었습니다.
31살의 이른 나이에 죽었고 그에게는 젊은 부인과 원이라는 어린 아들, 그리고 뱃속의 아들이 있었습니다.
족보에 의하면 아버지 이요신과 형 이몽태 그리고 이 편지에 뱃속의 아이로 기록된 원이의 동생 성회가 이응태의 가족들입니다.
히지만 부인과 원이에 관해서는 인적 사항이 전혀 추적되지 않고 있습니다.
부인은 당시 족보를 기록하던 관습 때문에 그런 것 같고 원이는 아마 일찍 죽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됩니다.
이응태가 죽고 난 몇 년 후 임진왜란이 일어났으니까 전화를 입었거나 당시에는 종종 있었던 돌림병 때문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추측을 해 봅니다.
이 소설에서도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작가는 이 편지를 토대로 능소화라는 소설을 썼고 뒷부분에는 허구의 인물인 일본인 기타노라는 교수를 등장시켜 일본에서 발견된 원이 엄마의 일기도 만들어 첨부했습니다.
소설에서는 이 일기는 여늬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여주인공이 이응태가 죽은 이후 쓴 일기로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안동에서 가져간 것으로 설정했습니다.
내가 이 편지를 처음 언론에서 봤을 때 그 충격과 감동이 엄청났습니다.
400년 전의 조선 시대 여인도 우리와 같은 성정을 가졌으니 당연히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그 아픔과 그리움을 글로 나타냈겠지만 그 표현이 너무나도 진솔하고 죽은 남편을 향한 사랑이 절절이 묻어나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현대의 어떤 시나 연애 소설도 이런 감동을 주기는 어렵습니다.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우리 같을까요?”
라는 구절이 특히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줍니다.
그래서 안동 여행 갔을 때 월영교에서도 원이 엄마의 편지를 읽으면서 그 다리에 얽힌 사연도 인상깊게 살펴보았습니다.
이 편지 원문에 의하면 당시 16세기 후반에는 '자내(자네)'라는 말이 부부간에 서로 쓸 수있는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경북 예천 출신의 제 지인은 지금도 자기 아내에게 자네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는데 안동과 예천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해서 당시의 호칭이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원이 엄마가 쓴 편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현대어로 번역한 글입니다.
"당신이 늘 나에게 말하기를 둘이 머리가 세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시더니, 어찌 나를 두고 당신은 먼저 가셨나요?
나하고 자식은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시나요?
당신은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졌고 나는 당신에 대하여 마음을 어떻게 가졌나요?
매번 나는 당신에게 함께 누워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우리 같을까요?”
라고 했는데, 어떻게 그런 일을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나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빨리 당신에게 가고 싶으니 날 데려가 주세요. 당신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 없고, 아무리 해도 서러운 뜻이 한이 없어요.
이 내 마음속은 어디다 두고 자식을 데리고 당신을 그리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 편지를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
꿈에서 이 편지를 보시고 하는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 이렇게 썼습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일러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을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부르라고 할까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을까요.
이런 세상천지에 잔혹한 일이 하늘 아래 또 있을까요.
당신은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이니 아무리 한들 내 마음같이 서러울까요.
안타깝고 끝이 없어 다 못 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어요.
몰래 와서 보여 주세요. (하고 싶은 말이)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병술년 유월 초하룻날 집에서
원이 아버지에게 드림"
원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자내 샹해 날려 닐오듸 둘히 머리 셰도
록 사다가 죽쟈 시더니 엇디
야 나 두고 자내 몬져 가시 날고
식며 뉘 긔걸야 엇디 야 살라
야 다 더디고 자내 몬져 가시고 자내
날 향 믈 엇디 가지며 나 자내 향
믈 엇디 가지던고 믜양 자내려 내닐오 듸 누어셔 이 보소 도 우리
티 서 에엿 녀겨 랑리 도
우리 가 야 자내려 니더니 엇디 그런 이 각디 아녀 나 리고 몬져가시고 자내 여고 아려 내 살 셰 업니 수이 자내 듸 가교져 니 날 려 가소 자내 향 믈 니 줄
리 업니 아려 셜운 디 이 업
니 이 내 안 어듸다가 두고 식
리고 자내 그려 살려뇨 노이
다 이 내 유무 보시고 내 메 셰 와 니
소 내 메 이 보신 말 셰 듣고져 야
이리 서 년뇌 셰 보시고 날려 니
소 자내 내 식 나거든 누
아바 라 시고 아려
내 안 가 이런 텬디 온 이리
(내면 위쪽 여백)
하 아래 이실가 자내 갓 그리 가 겨실 거니와 아려 내 안티 셜울가 그지그지 이 업서 다 몯 서 대강만 뎍뇌 이 유무 셰 보시고 내 메 셰 와 뵈고 셰 니소 나 자내 보려 믿고 인뇌이다 몰태[래] 뵈쇼셔
(내면 오른쪽 여백)
하 그지그지 업서 이만 뎍뇌이다.
(내면 오른쪽 여백)
병슐 뉴월 초날 지븨셔
워늬아바님 샹
「원이 아버지에게」
무덤에서 나온 편지와 미투리 그리고 이응태의 시신은 400년이 지났는데도 썩지않고 미이라가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편지

미투리
chat gpt에게 소설 줄거리를 요약해 달라고 했더니
능소화』의 3단 구조
1. 현대 이야기 — 400년 전 편지를 발견하다
① 안동에서 발견된 무덤
1998년 경북 안동에서 묘를 이장하던 중 놀라운 발견이 이루어집니다.
400여 년 전 죽은 남자의 미라
그의 몸 가까이에 있던 한글 편지
죽은 남편에게 아내가 쓴 애절한 편지가 발견된 것입니다.
이 편지는 훗날 **‘원이 엄마의 편지’**로 알려집니다.
소설 속 화자인 국문과 교수 **‘나’**는 유물 조사와 편지 판독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리고 오래된 편지를 읽으면서, 단순히 역사적 유물을 해독하는 것이 아니라 한 여인이 죽은 남편에게 품었던 사랑과 그리움을 마주하게 됩니다.
② 화자 자신의 상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현대의 화자 역시 개인적인 상실과 그리움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오래전 세상을 떠난 아내를 제대로 묻어주지 못했던 일을 마음에 품고 있습니다. 따라서 400년 전 여인의 편지를 읽는 일은 단순한 학문적 작업이 아닙니다.
400년 전 아내의 슬픔이 현대의 화자 자신의 슬픔과 만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설은 과거의 사랑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기록하는 역사소설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상실이 서로 울림을 주는 이야기가 됩니다.
2. 일본 일기 — 흩어진 기록이 하나의 사랑을 완성하다
① 일본인 교수 기타노 노부시의 등장
화자는 한국에 교환교수로 와 있던 일본인 교수 기타노 노부시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습니다.
일본의 대학 민속박물관에 조선시대 여인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기록이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소설의 중요한 설정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안동에서는
남편의 무덤과 아내의 편지가 발견되고,
일본에서는
아내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기록이 발견됩니다.
이 두 기록은 원래 한곳에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임진왜란이라는 역사적 사건과 긴 세월을 거치면서 서로 떨어져 버린 것으로 상상됩니다.
② 일본의 기록이 갖는 의미
이 일본의 기록은 단순한 보조 자료가 아닙니다.
안동에서 발견된 편지가 **“남편을 잃은 뒤의 절규”**를 보여준다면, 일본에 남아 있던 기록은 그 여인의 삶과 사랑을 더욱 넓게 상상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화자는 두 종류의 기록을 연결합니다.
안동의 편지 ↓
일본에 남은 여인의 기록 ↓
역사적 사실만으로는 알 수 없는 빈 공간 ↓
상상력을 통해 복원되는 응태와 여늬의 사랑
즉, 일본인 교수와 일본의 기록은 소설에서 400년 전 흩어진 사랑의 조각을 연결하는 매개입니다.
3. 응태와 여늬의 이야기 — 400년 전의 사랑
이제 소설의 중심인 조선시대로 들어갑니다.
① 응태에게 내려진 운명
안동의 부유한 무장 이요신에게는 둘째 아들 응태가 있습니다.
응태는 건강하고 총명한 청년으로 자라지만, 아버지 요신은 하운 스님으로부터 불길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응태는 장차 ‘소화꽃을 들고 돌아올 운명’, 즉 젊은 나이에 죽을 운명을 타고났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들을 살릴 방법으로,
아름다운 여인과 결혼해서는 안 되며
매우 못생긴 여인과 혼인해야 한다는 말을 듣습니다.
아버지 요신은 이 예언을 피하기 위해 집안의 소화나무까지 베어버립니다.
여기서부터 소설의 핵심 주제인 운명과 인간의 의지의 싸움이 시작됩니다.
② 여늬와의 만남
요신은 아들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일부러 박색이라는 소문이 난 여인 여늬를 며느리로 맞이하려 합니다.
그런데 운명의 아이러니가 발생합니다.
여늬는 실제로는 흉측한 여인이 아니라 아름답고 마음씨 고운 여성이었습니다.
더구나 응태와 여늬는 혼인 이전부터 서로를 우연히 본 적이 있으며, 이미 서로에게 마음이 끌렸던 인연으로 그려집니다.
아버지는 운명을 피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운명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운명을 피하려는 인간의 행동 자체가 운명을 실현시키는 과정이 되는 것입니다.
③ 행복한 사랑
응태와 여늬는 혼인한 뒤 서로 깊이 사랑합니다.
두 사람의 사랑은 화려하거나 극적인 사건보다는 서로를 아끼고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행복 속에서 더욱 아름답게 나타납니다.
그러나 독자는 처음부터 알고 있습니다.
응태에게는 이미 죽음의 운명이 예언되어 있다는 것을.
그래서 두 사람의 행복한 시간은 처음부터 언젠가 끝날 것을 예감하게 하는 행복입니다.
④ 피할 수 없는 죽음
아버지 요신은 온갖 방법으로 아들의 운명을 바꾸려 합니다.
소화나무를 베고
아름다운 여인과의 혼인을 피하려 하고
삶의 환경까지 바꾸려 합니다.
그러나 결국 응태는 병을 얻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납니다.
이 부분에서 인간의 노력은 무력해 보입니다.
하지만 소설은 단순히 **“운명은 피할 수 없다”**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응태가 죽은 다음부터입니다.
4. 응태가 죽은 뒤 — 사랑은 끝나는가?
남편 응태가 죽자 여늬에게 남은 것은 깊은 슬픔입니다.
실제로 ‘원이 엄마의 편지’가 주는 강렬한 감동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남편은 이미 죽었지만, 아내에게 남편은 완전히 사라진 존재가 아닙니다.
여늬에게 죽음은 사랑의 끝이 아니라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사랑이 더욱 선명해지는 사건입니다.
그녀는 남편에게 말을 걸고, 그를 그리워하며,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따라서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사람이 죽으면 사랑도 끝나는가?
『능소화』의 대답은 사실상 아니오에 가깝습니다.
몸은 사라져도 기억은 남고, 기억은 편지가 되며, 편지는 400년의 시간을 건너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서 다시 살아납니다.
5. 능소화의 상징 — 하늘을 거스르는 꽃
작품의 제목인 능소화(凌霄花) 는 단순한 배경의 꽃이 아닙니다.
소설 속에서 능소화는 여러 의미를 가집니다.
① 죽음의 예언
응태에게 ‘소화꽃’은 죽음의 운명을 상징합니다.
아버지 요신은 소화꽃을 없애면 운명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꽃을 베어낸다고 운명까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② 여늬와 응태의 만남
소화꽃은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과 연결됩니다.
따라서 꽃은 죽음의 상징인 동시에 사랑의 시작을 상징합니다.
③ 하늘을 이기는 사랑
소설에서 ‘능소화’는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하늘을 능히 넘거나 거스르는 꽃이라는 상징성을 갖습니다.
여늬의 사랑은 결국 이런 선언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늘이 당신을 내게서 빼앗아 갔더라도
내 사랑까지 빼앗을 수는 없다.”
따라서 능소화는 운명에 대한 인간의 저항이며, 죽음조차 끝내지 못하는 사랑의 상징입니다.
전체 구조를 한눈에 보면
【현재】
안동에서 400년 전 무덤 발견
↓
미라와 '원이 엄마의 편지' 발견
↓
국문과 교수 '나'가 편지를 해독
↓
일본인 교수 기타노 노부시 등장
↓
【일본의 기록】
일본에 남아 있는 조선 여인의 기록
↓
임진왜란과 세월 속에 흩어진 사랑의 흔적
↓
안동의 편지와 연결
↓
【400년 전 이야기】
응태에게 내려진 죽음의 운명
↓
아버지가 운명을 피하려 함
↓
여늬와 응태의 만남과 사랑
↓
행복한 혼인 생활
↓
응태의 죽음
↓
여늬의 끝없는 그리움
↓
능소화 = 하늘과 죽음을 거스르는 사랑
↓
【다시 현재】
400년 전의 편지가 발견됨
↓
죽은 사람들의 사랑이 현대인에게 되살아남
『능소화』의 가장 중요한 구조적 의미
저는 이 작품의 핵심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고 봅니다.
현대 이야기
1998년 이후
무덤과 편지의 발견, 화자의 상실
일본 기록
400년의 간극을 연결
흩어진 사랑의 기록을 이어주는 매개
과거 이야기
조선시대
응태와 여늬의 사랑과 이별
결국 이 세 이야기는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늬가 남편에게 편지를 쓴다 → 편지가 400년 동안 살아남는다 → 현대의 누군가가 그 편지를 읽는다 → 다시 응태와 여늬의 사랑이 살아난다.
이것이 『능소화』의 가장 아름다운 구조입니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능소화』는 400년 전 죽은 남편을 잊지 못한 한 여인의 사랑이 편지와 기록으로 남아, 국경과 전쟁과 세월을 넘어 현대의 한 사람에게 다시 발견되고, 마침내 소설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이야기입니다.


차례
프롤로그 – 400년 전의 편지
1장 – 꽃잎에 스민 서약
2장 – 연분(緣分)
3장 – 바람이 품은 뜻
4장 – 그대 없는 날들의 노래
5장 – 붉게 피어 흩어지다
에필로그 – 무덤에서 나온 사랑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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