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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사람
제천 가은산 17-04-08 본문
학교 선생님 8분과 전제광 선생님의 아들 지환이(3년 9개월된 아들)가 승용차 두 대로 함께 가다.
두 주전엔가 비맞으면서 둥지봉 아래까지 갔다 오긴 했지만 오늘은 옥순봉 쉼터에서 상천리까지 다 가다.
처음 1시간 동안은 아주 편안한 길을 간다.
하지만 둥지봉 아래에서부터는 경사가 심한 곳도 있고 암릉도 있고해서 산행하는 맛이 제법 난다.
월악산 국립공원 안에 있는 산 가운데 하나인 가은산은 그리 높지도 않고 능선에 올라서면 충주호를 계속 보면서 걸을 수 있어서 산행길이 내내 즐겁다.
산행 시작부분이 아주 완만해서 선생님들에게 아주 쉽다고 말했는데 상천리로 내려가는 길은 아주 가파르다.
특히 지환이를 안고 가야하는 전제광 선생님은 아주 힘들었다.
그래서 교감 선생님과 김완상 선생님이 번갈아 도와주면서 내려갔다.
지금은 진달래가 만발한 계절이어서 산행하는 내내 활짝 핀 진달래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멀리 월악산과 금수산, 그리고 바로 앞에 있는 옥순봉을 볼 수 있고 충주호에 떠다니는 유람선도 볼 수 있다.
서울에서 옥순대교까지 가는데 차가 너무 많이 밀려서 1시 20분쯤 시작한 산행이 후미는 6시가 너머서 상천리 주차장에 도착했다.
산행 시작부분은 아기자기해서 동네 뒷산 산책하는 것 같다가 정상 바로 아래 부분부터는 암릉과 가파른 길도 있고 정상에서부터 상천리로 내려가는 길은 제법 산행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절벽길에는 데크나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서 안전하게 산행을 할 수 있고 중간 중간에 충주호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들이 많이 있다.
새바위와 벼락맞은 바위는 출입금지 구역이어서 법을 지키라고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넘어갈 수 없어서 못 가고 등로만 갔다 오다.
날씨가 화창하지는 않았지만 경치를 보는데는 별 어려움은 없었고 초여름 날씨처럼 더운 날씨였다.
퇴계 선생님이 사랑한 단양 관기 두향이다.
18세 절세미인이 가야금과 시와 매화에 일가견이 있어서 퇴계와 교류를 하면서 정을 쌓았다.
이때 퇴계 선생님은 둘째 부인과도 사별하고 외로운 상태였다.
퇴계 선생님이 단양 군수로 있다가 1년도 안 되어 풍기로 임지를 옮기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멀어지는 것으로 된 것 같은데 매화를 그렇게 좋아했던 퇴계 선생님은 두향이 선물한 매화분을 그렇게 아꼈던 것 같다.
매화를 노래한 시가 100수가 넘고 그 시들을 모아서 매화시첩을 냈다고 하는데 혹시 이 매화에 대한 사랑이 두향이 선물한 매화분과 관련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있다.
하지만 퇴계 선생님이 단양에 근무한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기 때문에 이 말은 약간의 무리가 있어 보인다.
매화분을 앞에 놓고 대작하듯이 술을 마셨다거나 몸이 아플 때는 매화분에게 병든 모습을 보일 수 없다고 매화분을 다른 방으로 옮긴 이야기등은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돌아가실 때 하신 유언도 두향이 보내준 '매화분에 물을 주어라'고 했다는 말도 두향에 대한 퇴계 선생님의 각별한 애정을 느끼 수 있게 하는 말로 생각된다.
최인호의 소설 '유림'에는 이 두 사람의 사랑을 아주 아름답게 그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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