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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 첫눈산행을 하다.2012-12-03 14:21:26 본문
딸과 함께 북한산을 갔다.
가서보니 산에는 눈이 상당히 많이 쌓여있다.
진관사 아래 차를 세우고 딸이 힘들까봐 진관사 뒤로 올라가지 않고 절앞에 있는 개울건너 계곡길로
올라가면 향로봉 아래 불광동에서 올라오는 길과 기자촌에서 올라오는 길 그리고 이 길이 만나는 사거리
안부가 있다.
여기를 목표로 하고 올라갔는데 도중에 눈때문에 계곡길이 잘 보이지 않아서 처음가는 능선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그런데 가다보니 점점 가팔라지고 위험해진다.
위험한 절벽길을 만났는데 돌아갈려고 하니 내려가는 것도 이미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딸에게 위험하다는 느낌을 주면 딸이 더 놀랄것 같아서 순간 나도 당황스러웠다.
왼쪽이 절벽인데 두 발도 나란히 설 수 없는 좁은 절벽길이다.
할 수 없이 딸에게 아빠를 믿고 내 손을 잡고 올라오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행히 여기를 지나서 길도 없는 산속을 헤매고 다니다 무사히 목표지점에 도달하기는 했다.
문제는 집에 온 후에 밤에 잠이 안 온다.
사고는 안 났지만 괜히 귀한 딸을 내가 위험에 빠뜨렸다는 생각에 후회되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미안하다고 딸에게 말하기는 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나중에 딸이 한 말이 더 가슴을 아프게한다. "내가 만약 그 절벽에서 떨어져서 사고가 났으면 아빠가 엄청
슬퍼했겠지..."
슬픈 정도가 아니지, 세상이 무너진 거지.
북한산을 아마 대략 어림잡아도 300번은 갔을텐데 이런 말도 안되는 위험한 상황을 만든 내가 쉽게 용서가
안된다.
언젠가 문목사가 성경이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린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아마도 이런 마음이었던 모양이다.
몇년간 떨어져 있다가 만나서 함께 산에도 가고 같이 T.V 도 보고 하면서 그동안 딸에게 못주었던 사랑도
주고 딸이 엄마랑 이야기하는 것도 듣고 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아마도 최천곤 학장도 이런 느낌이 있는 모양이다.
페이스북에 쓴 글을 보면 그런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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