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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사람
떠나는 가을을 아쉬워하며 21.11.16 본문
가을이 소리지르머 떠나간다.
화려했던 계절의 망토자락을 휘날리며 맹렬히 달려간다.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단풍잎들이 뜨락에 힘없이 내려앉아 있고 텅빈 나뭇가지들은 찬바람 몰아치는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내 인생도 단풍나무보다 더 빠른 속도로 언제일지는 모르는 끝을 항해 달려간다.
단풍은 내년 가을에 다시 올 수 있지만 한번 떠나간 내 시간은 결코 돌아올 수 없다.
야고보서 4:14은 이렇게 말한다.
"...너희 생명이 무엇이냐 너희는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
최근에 친한 친구의 동생이 오랜 투병 생활을 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엊그제는 모교의 선배이며 총장을 지내셨던 분이 70대 중반에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지난 주에 이석증으로 온 세상이 빙긍빙글 돌다가 병원에서 치료 후 어지러움증은 멈췄지만 아직 머리가 멍하고 힘이 없다.
위와 같은 사정 때문인지 떠나는 가을이 더 아쉽고 우리 생명이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라는 말씀이 더 가슴시리게 느껴진다.
사도 바울이 디모데에게 하는 말 가운데 깊이 생각하라는 말씀이 있다.
이 말은 복음을 깊이 생각하라는 말이지만 나는 내 인생을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
내 인생이 깊이 생각할 만한 무엇을 남긴 것도 없고 그렇다고 깊이 후회할만큼 아주 잘 못 산 것도 아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보람보다는 허무한 생각이 더 많이 드는 것 같다.
솔로몬처럼 세상의 모든 것을 경험하고 섭렵한 지혜자도 '헛되고 헛되다'라고 했다.
남은 인생을 허무하지 않고 헛되지 않게 사는 방법이 무엇일까?
성경은 그날 그날의 삶에 만족하라고 한다.
또 노자는 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라고 했다.위의 말은 결국 욕심을 버려야 오래 간다는 말로 이해된다.
현재 내 삶에서 더 좋은 무엇을 바라지는 않는다.
현재의 내 삶이 지금까지 살아온 생애 가운데 가장 행복한 때라고 생각한다.
내 자녀들을 책임질 일에서 벗어났고 어린 학생들을 가르쳐야 할 직책에서도 벗어나서 그야말로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어 참 감사하다.
상당히 오래 전부터 언제 내가 지휘자를 그만두어야 할 지를 위해서 기도하고 있다.
그만 두어야 할 때를 알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나는 이 지휘자의 직분을 내 소명으로 알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내게 음악과 신학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이 이 직책 때문이라고 믿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내 소명만 생각하다가 교회나 찬양대에 불이익을 주게 된다면 그건 지금까지 노력해 온 것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주일에 이석증으로 교회 가지 못했다.
그래서 교회와 찬양대에 불편을 끼쳤다.
이런 일이 최근 3년 사이에 벌써 두번째다.
그전 40여년 동안은 내 기억에 단 한번도 없었던 일이다.
깊이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횡거철피(橫渠撤皮)를 생각하면 유능한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내 자리를 너무 오래 붙잡고 있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내 인생도 이제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만족할 줄 알고 멈출 줄 아는 지혜를 달라고 더 열심히 기도하고 깊이 생각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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