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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구원하신 주 감사 2021-11-21 본문

살아가는 이야기

날 구원하신 주 감사 2021-11-21

singingman 2023. 5. 1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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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예배 시간에 회중 찬송으로 "날 구원하신 주 감사"를 불렀다.
'향기론 봄철에 감사 외로운 가을날 감사~~'하고 부르는데 목이 막혀온다.
2절에서 '응답하신 기도 감사 거절하신 것 감사~~'하고 부르는데 눈물이 터져 나와서 더 이상 찬송을 부를 수가 없었다.
3절에서는 모든 회중이 일어서서 부르는데 나는 일어설 수도 없었다.
어깨를 들썩이면서 울었다.
다행히 다른 사람들이 찬송을 부르고 있었으니 내 울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갑자기 왜 이렇게 울었을까 생각해보니 너무 감사해서 울었다.
작년인가 예배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찬송을 부르다가 너무 감사해서 혼자 울면서 운전을 한 적이 있다.
내 살아온 날들을 뒤돌아 보면 감사할 일이 천지삐까리다.
단지 감성이 풍부해서 운 것이 결코 아니다.

시인 장석주는 이렇게 썼다.
당신은 연두빛 새순 앞에서 벅찬 기쁨으로 울어본 적이 있습니까?
얼음장 밑으로 흘러가는 물소리를 들으며 행복했던 적은 있습니까?
새벽산 능선위로 번져가는 여명의 빛에 마음이 더워지며 참혹할 정도로 강렬한
생에의 의지를 느꼈던 적은 있습니까?
젖냄새 나는 아기를 안고 충일감을 느꼈던 적은 있습니까?
눈 쌓인 참대숲에서 일획을 그으며 날아가는 참새의 기척에 설화가 분분하게
날리는 광경을 보고 한참동안 발을 멈추고 황홀해 했던 적은 있습니까?
부엉이가 우는 밤에 하는 일마다 미욱스런 제 모습이 미워져 목놓아 울어 본 적은 있습니까?

이 시인은 초발심을 잃지 않은 사람만이 위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내 생각에는 시인답게 감성이 풍부해서 목놓아 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분 가운데 한 분인 이 어령 선생님은 문득 여섯 살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고 한다.
잊히지 않는 순간이라고 했다.

“나는 굴렁쇠를 굴리며 보리밭 길을 가고 있었다.
화사한 햇볕이 머리 위에서 내리쬐고 있었다.
대낮의 정적, 그 속에서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아무런 이유도 없었다.
부모님 다 계시고, 집도 풍요하고, 누구랑 싸운 것도 아니었다.
슬퍼할 까닭이 없었다.
그런데 먹먹하게 닥쳐온 그 대낮의 슬픔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때는 몰랐지만, 그게 내게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였다.” 

이어령 선생님은 내가 아는 가장 뛰어난 천재 가운데 한 분이다.
그래서 그때는 몰랐다고 하지만 이미 6살 때 저런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이 든다.

나는 뛰어난 감성의 소유자도 아니고 천재는 더욱 아니지만 내 삶을 생각해보니 너무 감사해서 목놓아 울 수 밖에 없었다.
응답하신 기도도 감사하고 거절하신 것도 정말로 감사하다.
'은혜 아니면 나 서지 못하리'가 나의 솔직한 고백이다.
우리 집을 윗층에 사는 아들과 바꾸어 살기로 해서 새로이 대대적인 renovation을 하고 있다.
그래서 아들과 한 달간 같은 집에 살기로 하고 지난 17일부터 함께 지내고 있다.
귀여운 손자들과 함께 있으니 참 행복하다.
히지만 이 귀여운 손자들이 계속 함께 놀아달라고 하니 아내는 체력이 고갈되었다.
이사하느라 이미 많은 힘을 쓴 데다가 손자들이 계속 놀아달라고 하니 쉴 수가 없다.
이런 사정을 알고 사위네가 호수공원 옆에 있는 소노캄 고양 호텔을 예약해 주었다.
그래서 지금 호텔 침대에 누워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이것 또한 감사한 일이 아닌가!
앞으로의 삶도 이 은혜 가운데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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