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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죽음에 관하여

singingman 2023. 1. 7.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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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건강공단에서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대장암 분변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연락을 최은호

사님으로 부터 받았다.

양성반응이란 말의 정확한 뜻을 모르는 나로서는 대장암이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변이 있으면 그것을 양성반응이라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피가 나오는 원인은 치질이나 위출혈이나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암도 그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기 전에는 내가 만약 암에 걸렸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하는 생각이 한 1주일간

심각하게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며칠동안 생각한 내 결론은 이러했다.

 

 

만약 암에 걸려 죽는다면 죽는 것은 그리 무섭지 않았다.

죽으면 천국 가면 된다는 생각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어머니도 만나게 되고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형도 만나고 김서방도 만날 수 있으리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어차피 갈 곳을 조금 먼저 가서 기다리면 아내도 곧 오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과 아내는 어떻게 되나 하는 생각을 해 보니 아이들은 이제 장성해서 자기

밥벌이하고 있고 아내는 내가 없어도 조금 외롭긴 하겠지만 지금까지의 아내를 보면 그런대로 살아가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또 많지는 않지만 연금이 나오니까 사는데는 큰 어려움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강원용 형이 만약 우리가 신앙을 지키다가 일찍 죽는다면 아이들은 어떻게 하느냐는

이야기를 하다가 그 형은 이렇게 말했다.

신앙 때문에 우리가 죽는다면 우리보다 하나님께서 아이들을 훨씬 더 잘 키워주실 것이란 말을 했었다.

역시 목사가 될 사람은 생각이 확실히 달랐다.

지금 내가 돌이켜보니 이제 내 아이들은 다 컸지만 역시 하나님께서 인도하실 것이란 생각이 내게도 들었다. 

문제는 내가 죽지는 않더라도 만약 암 말기가 되어서 오래 동안 고통을 당한다면 그것이 무서웠다.

 

 

지금 아버지께서 요양병원에 누워 계신 것을 보면서 나이가 들면 인간의 존엄성이란 것이 단순히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위대한 일을 했고 똑똑한 사람이었고 위엄이 있었더라도 자기 스스로의 몸을 자기가 돌볼 수 없으면,

대소변도 스스로 가릴 수 없고 음식도 혼자 힘으로는 먹기 어렵고 움직이는 것도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면

사람은 스스로도 자존감을 가지기가 참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녀들에게 짐이 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도 들 것이고 극심한 고통에 시달린다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온갖 부귀영화를 다 누려본 솔로몬 왕은 사는 동안 먹고 마시고 수고한 일에 대해 만족하며 선한 일을

하고 행복해 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말했다.

사는 동안 행복하게 살고 내가 하는 일에서 보람을 찾고 선한 일을 다 할 수는 없어도 내 가족과 이웃들을

사랑하며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 것 같다.

짧은 며칠간의 생각이었지만 앞으로 사는 동안 주의 뜻을 따라 내 일을 열심히 하고 불평하지 않으며 주위

사람들과 행복하게 사는 것이 가장 좋은 삶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