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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암관월도와 고사관수도

singingman 2023. 2. 18.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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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두서 의암관월도 17세기말 견본수묵 21.5×24cm 간송 미술관

우리 나라 그림들 가운데 달을 그린 그림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구 가운데 윤두서의 의암관월도를 보면 세상을 초월한 듯한 선비가 불편할 것 같은 딱딱한 바위에 편안한 소파처럼 앉아서 달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마치 당쟁에서 밀려나 시골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공재 자신을 그린 것 같은 느낌입니다.

저 달을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그저 멍때리고 앉아 있을까요?
그것도 아주 좋습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달을 바라보면서 복잡하고 골치 아픈 한양을 떠나서 시골로 잘 내려왔다고 즐거워하고 있을까요?

불교의 영향으로 달은 진리를 상징합니다.
견월망지 (見月忘指)라는 말속에 이런 의미가 함축적으로 담겨 있지요.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 켰다면 손가락을 볼 것이 아니라 달을 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부처의 가르침이나 경전에만 집착해서 그것만이 절대로 옳은 길이라고 집착하고 있다면 그는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고 있는 어리석은 사람일 뿐이라는 설명입니다.
금수저로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은 공재가 이런 말을 몰랐을 리 없으니 공재는 진리를 우러러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요?

백남준은 "달은 가장 오래된 TV'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달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강희안 '고사관수도'(종이에 먹, 23.4×15.7cm, 국립중앙박물관)


강희안의 고사관수도는 무아의 경지에 이른 듯한 선비가 바위에 엎드려 고요히 흘러가는 물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밤이었다면 이 물 속에 달이 떠 있었을 수도 있었겠습니다.
그의 표정이나 자세를 보면 세상의 부귀영화나 공명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 보입니다.
세상사를 초탈한 도인같아 보입니다.
강희안은 '촌담해이'라는 요즘이라면 19금 책을 쓴 강희맹의 형으로 성삼문등과 함께 집현전에서도 일했고 시서화에 모두 뛰어나서 안견, 최경(崔涇)과 함께 삼절로도 불렸다고 합니다.
그는 원예전문 서적도 썼습니다.
《양화소록》이란 책에서 그는 “한 세상에 나서 오직 명성과 이익에 골몰하여 늙도록 헤매고 지치다가 쓸쓸히 죽어 가니 이것이 과연 무엇을 하는 것인가.”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관직 생활을 하는 동안 귀가하여 달빛 향기에 취해 옷깃을 풀어 헤치고 연못가를 거닐며 노래를 읊조리면 마음만이라도 세상사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위의 그림과 그의 이 말을 연결시켜 보면 위 그림의 주인공은 인재(仁齋) 자신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은 도가의 영향으로 최고의 선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선약수(上善若水)는 도가의 가르침을 압축적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물은 무위자연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 처하면서 모든 것을 다 받아들입니다.
흘러가다 바위를 만나면 돌아가고 웅덩이를 만나면 기다렸다가 갑니다.
무엇을 억지로 하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묵묵히 자기 갈 길을 갈 뿐입니다.
최고의 선은 이런 물과 같다고 말합니다.


김홍도 소림명월도 종이에 수묵담채, 26.7×31.6㎝, 삼성미술관 리움


소림명월도가 좋아서 설명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일반적으로 뛰어난 화가들은 그림의 정중앙에 중요한 소재를 배치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그림이 단순해지고 주변 소재들이 소외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단원은 환한 보름달을 그림의 정중앙에다 그리고 그 앞에 잡목들을 배치합니다. 이렇게 하면 달에만 집중되는 시선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나무들을 자세히 살펴보다 보니 개울도 보이고 흐르는 물소리도 들립니다.
오로지 자연에만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게 해줍니다.
늦가을의 고즈넉하고 쓸쓸한 풍경을 아주 효율적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달은 그 자체로서 매력을 발산할 뿐만 아니라 문학가나 예술가들에게도 영감을 주어서 달을 그리고 노래하고 심지어는 그 달에게 소원을 빌게도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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