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裸木 2018-12-07 본문

자연, 꽃, 사진

裸木 2018-12-07

singingman 2023. 2. 1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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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있을 때 이기정 선생님께 겨울 산은 나무가 잎 떨어지고 너무 초라해서 보기 안 좋다고 말했더니 이기정
선생님은 겨울 나무는 겨울 나무대로 아름답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그 말을 이해하지는 못하고 미술 선생님이라서 우리가 못보는 뭔가를 보는 모양이다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나도 그 말을 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고봉산을 갔다가 잎이 다 떨어진 나무들을 보니 이제는 나도 이기정 선생님이 보았던 그 무엇인가가 눈에 보이는 것 같다.
잎이 무성한 푸른 나무들은 싱싱하고 힘찬 아름다움이 있지만 잎이 다 떨어진 겨울 나무들은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그리고 생각하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도 햇빛을 받아 반짝일 때 그 아름다움이 있다.
참나무나 다른 나무들은 다 잎을 떨구었지만 혼자 독야청청한 소나무는 왜 선비들이 그렇게 좋아했는지 알게
해준다.
잎이 떨어지고 나니 전에 보이지 않던 주변 산들도 보이고 도시도 보인다.
잎이 무성한 나무의 화려함에 가려져서 나무의 뒤가 보이지 않았지만 잎을 떨군 나무들은 다른 무엇을 볼 수
있게 만들어준다.
나의 아름다움을 벗어버리면 다른 사물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나를 비우면 다른 무엇인가를 채워준다.

이런 솔밭 사이를 걸어가면 잔잔한 행복감이 가슴에 가득차게 된다.
Walden을 쓴 Henry David Thoreau도 이런 행복을 느끼지 않았을까?


이런 호젓한 숲속을 걸어가노라면 노자가 왜 無爲自然을 말했는지도 조금은 알 것 같다.





멀리 북한산이 멋지게 보인다.

오솔길에 떨어진 낙엽이 햇빛에 반짝이고 있다. 마치 물을 뿌린 것 같다.



裸木은 잎을 떨구어야만 자신을 회복하고 내년 봄을 또 준비할 수 있다.


잎이 무성했던 여름에는 보이지 않던 도시가 잎이 떨어지고 나니 한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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