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창계 임영이 편집한 '퇴계 어록'을 번역한 것이다. 퇴계어록은 학봉 김성일이 쓴 책으로 여러 사람들이 베끼다 보니 version도 많다. 저자는 학봉집을 자주 참조했다.
경(敬)이란 보통 상대방을 우러러보며 삼가는 태도를 갖는 것을 뜻하지만 그것이 아무 대상 없이 그저 마음의 상태를 가리킬 때는, 마음이 하나에 집중된 상태로 안정되어 어떤 자극에도 흔들리지 않는 경지를 가리킨다. 이런 경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온 사방에 경구를 써 붙이고 살아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것을 이루기 위한 수양이란 그 어느 것 하나 쉽게 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늘 쉬지 않고 쉬운 것부터 실천해 나가야하는 지름길 없는 공부이다.
평범한 교사는 말만 하고, 좋은 교사는 설명을 하며, 훌륭한 교사는 모범을 보이고, 위대한 교사는 제자들의 가슴에 불을 지른다
퇴계는 누가 질문을 하면 아무리 쉽고 가벼운 말이라도 잠깐 생각한 다음 대답했다.
젊은 시절 의정부 사인이라는 요직에 있으면서 잔치 자리에서 기생들을 보며 불현듯 솟구친 욕망을 두고 삶과 죽음의 갈림길이라고 말한 날카로운 의지야말로 그를 이런 삶으로 이끈 힘이 아니었을까?
"어지럽게 화려하고 요란스럽고 방탕한 가운데에서 사람의 마음이 가장 흔들리기 쉽다. 나는 일찍부터 이에 대해 힘을 써서 거의 흔들리지는 않게 되었다. 그런데 일찍이 의정부 사인1>이 되었을 때, 노래하는 기생들이 눈앞에 가득한 것을 보고는 문득한구석에서 기쁘고 즐거운 마음이 생기는 것을 깨달았던 적이 있다. 이에 비록 힘을 다해 욕망을 억눌러서 겨우 구렁텅이에 빠져드는 것을 면했지만, 그 갈림길은 바로 삶과 죽음이 나뉘는 곳이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선생께서 일찍이 말씀하셨다. "나는 정말 복이 없는 사람이다. 기름지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답답하고 체한 것 같은데 거친 음식을 먹고 나면 바로속이 편해진다."
관서關西는 본디 번잡하고 화려한 곳이라고 일컬어졌으니, 구렁텅이에 빠지는 선비들이 앞뒤로 끊이지 않았다. 선생은 일찍이 자문점마馬3)가 되어 일 때문에 의주義州에 한 달 동안 머물렀는데, 아예 여색을 가까이 하지 않으셨다. 평양을 지나올 때에는 감사가 이름난 기생을 꾸며서 들여보냈으나 끝내 한 번도 돌아보지 않으셨다.
업무를 보다 여가가 나면 오직 책을 보며스스로 즐겼으며, 혼자서 구담潭, 석문石門 같은 곳을 찾아가서하루 종일 거닐다가 돌아왔다. > 군을 다스림에 있어서는 청렴함과 품격이 옛사람보다 뛰어났고, 벼슬을 그만두고 돌아올 적에는행장이 쓸쓸하여 겨우 수석 두 개만 실려 있었을 뿐 나머지 물건이 없었다. 풍기豐 군수로 옮기고는 학교에 관심을 가졌다. 무릉도인 신재 주세붕周世98) 이 일찍이 '백운동서원'을 창건했는데, 아직 일을 다 끝내지 못하고 있었다. 선생은 관찰사에게 글을 올려 조정에 전달하도록 했는데, 나라에서 서원에이름을 내리고 책을 나누어주는 일은 선생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선생은 겨를이 있는 날이면 서원에 가서 학생들과 더불어 부지런히 학문을 닦았는데, 반드시 옛사람들이 스스로의 수양에 뜻을 두고 했던 학문을 정성스레 되풀이해서 알려주었다. 과거 공부에 대해서는 비록 금지하지는 않았으나 권하는 바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