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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사람

한계령의 별빛 성철훈(song419) 2009년 09월 28일 본문

동문회 홈피에 올렸던 글들

한계령의 별빛 성철훈(song419) 2009년 09월 28일

singingman 2023. 3. 1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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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 한밤중에 한계령 휴게소에 사람들이 수십명씩 모여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02시 정각이 되자 드디어 한계령 위에 있는 등산로가 열리고 웅성거리던 사람들이 출발하기 시작한다.


마치 전쟁에 나가는 사람들처럼 재빠르게 움직이고 어떤 사람들에게서는 비장한 긴장감도 느껴진다.
앞사람 발뛰꿈치만 보고 올라가는 한계령이긴 하지만 다들 아무 말도 없고 숨소리만 크게 느껴진다.


한시간 반쯤 올라가니 드디어 한계령 삼거리에 도착한다.
여기서 좌회전하면 귀때기청을 거쳐 대승령으로 해서 장수대로 내려가거나 계속 직진하면

남교리쪽 12선녀탕 쪽으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팀은 우회전해서 중청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그러기를 한 30분쯤 했을 무렵 아무것도 안 보이고 오로지 깜깜한 밤 중에 랜턴 불빛에 비치는

 키 큰 나무들만 보이다가 갑자기 확 트인 하늘이 보이고 보석처럼 쏟아지는 무수한 별이 시야에 들어온다.


지난 여름 통영 밤바다에서 보았던 그 환한 달빛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과 경외심이 마음속에서 일어난다.
우리 가곡에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라는 귀절이 생각난다.
이 시각에 달은 이미 졌고 북두칠성을 비롯한 별무리가 너무나도 아름답게

설악의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5시 반경 끝청에 도착하니 희미하게 사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숨을 돌린 후 오늘 일출 시각이 06시 17분이라는 정보가 있어서 중청을 지나 대청까지 한숨에 다다른다.
하지만 동해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서 바다에서 뜨는 태양은 볼 수 없고 구름 위에서 솟아 오르는 태양만 볼 수 있었다.


그나마 곧 안개가 올라와서 바로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다시 중청 소청을 거쳐 소청 대피소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봉정암으로 내려간다.


이 길은 막 제대하고 온 성수와 1980년 가을에 걸었던 길이다. 29년만에 이 길을

다시 내려간다.
그 때는 길도 제대로 없던 시절이었지만 지금은 사람이 하도 많이 다녀서 거의 신작로 수준이다.


용아장성을 바라보면서 구곡담과 수렴동을 거쳐 백담사까지 가는 길은 그때나 지금이나 아름답기는 마찬가지다.
다른 점은 그 때는 오로지 젊은 기운 하나만 믿고 설악동에서 출발해서 양폭산장에서 1박하고 희운각 대청을

거쳐 라면만 먹고 백담사까지 갔지만

지금은 장비도 그때 보다는 많이 좋아졌고 배낭속에는 먹을 것도 많고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도 더 좋아진 것 같다.


구곡담의 많은 폭포들과 기암절벽들, 그리고 이미 불이 난 것 같은 단풍들이 자꾸만 발걸음을 붙잡는다.
하지만 오늘의 코스가 워낙 길고 비가 간간이 오는 관계로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서 아쉽다.


백담사가 가까워지니 봉정암과 오세암으로 올라가는 불자들이 무슨 행사가 있는지 줄을 서서 올라간다.
오후 1시 드디어 11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백담사에 도착해서 만해 스님의 동상도 보고 이순자 여사의 남편이

기거했던 방도 보고 하다가 마을버스를 타고 용대리에 도착해서 산악회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온다.


어떤 사람은 지리산이 좋아서 해마다 꼭 지리산을 종주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지리산도 좋지만 설악이 참 좋다.


산은 언제나 가도 '니 와 왔노?' 하지 않고 그 넓은 가슴으로 맞이해 준다.
계절마다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언제나 변치 않고 그 자리에 있다.

말하지 않아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친구가 편안한 친구라고 하는데 내게도 그런 친구가 국내에만 아니라

태평양 건너  미국에도 몇명 있으니 내 삶도 그리 잘못 산 것 같지는 않다.

그런 점에서 산은 언제나 편안한 친구다.

 

  최천곤 09-28 산사나이로 인정합니다. 아름다운 장면을 제공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김성수 09-28 나두 2009.9.25.(금)밤에 설악파크호텔에서 자고 아침에 외설악 소공원에서 양폭산장까지 15km정도를 왕복했는데... 비를 억수로 마이 맞았데이
  현상민 09-28 나는 축구에 빠져 있지만...선배님들은 산에 푹 빠졌군요...아주 좋은 일들입니다. 건강해야 오래 오래 얼굴을 보고 살지요...난 지난 토요일에 철심을 다 뺐습니다...이제 재활을 하면 되는데, 철심박고도 베트남까지 가서 축구했으니...ㅎㅎ  
  김성수 09-29 결론은 성철훈과 김성수는 80년 10월에 같이 설악산을 종주(외설악~내설악)했지만, 이번에도 같은 날 설악산에 있었음.
  문승호 09-29 산이 아무리 좋아도 사람만큼 좋은 친구는 못된다. 좋은 친구와 산에가면 최고겠네. 안그렇나? 봐도 별로 할것도 없는데 보고싶은걸 보니 우리 나이 많이 묵었다아이가!  
  김종환 09-30 77이들 가운데 산이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노래부를 친구들이 많이 있네 그려. 한국의 단풍은 역시 아름다워... 나는 이번주 토요일(10월 3)에 LA지역에 갔다가 화요일 집으로 내려감. 모두들 건강하길....  
  송인준 10-06 나는 여기에 30대 중반 쯤에 갔었는데,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은 그 때나 지금이나 같으련만, 마음은 그때와 같지 않으니 이는 어찜이뇨? "아름다움은 때론 당혹스러우니..." -칼릴 지브란-
  김태경 11-11 교육자로 예술가로 어울리는 취미를 가지고 자연을 풍미하는 친우의 생활이 부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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