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는 없다 2021-05-13

길가나 밭에서 흔하게 보는 풀들 가운데 잡초로 불리는 풀들이 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잡초는 없다.
그 풀들은 각각 자기들의 고유한 이름들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이름을 모르니까 잡초로 분류될 뿐이다.
이름을 알고 보면 모두 아름다운 꽃이고 풀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들국화라는 꽃은 없다.
구절초, 쑥부쟁이, 개미취, 감국등의 통칭이다.
하나하나의 꽃에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가질 때 비로소 김춘수의 시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가 된다

잡초로 분류되는 또 한 가지 경우는 그 풀이 인간이 원하지 않는 곳에 있을 경우 잡초로 불린다.
풀은 자연 환경에 따라 어디서든지 자랄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이 밭을 만들고 비닐 온실을 만들고 하면서 밭이나 온실 또는 정원에서 재배하는 작물 외의 풀들은 잡초로 분류된다.
야산이나 초원에서 자랐으면 그곳에서 아름답게 자라고 피면서 수명을 다 했을텐데 자리를 잘못 잡아서 잡초로 분류되고 뽑히거나 제초제에게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인간도 있어야 할 곳에 있으면 소중한
사람이 되지만 있어서는 안 될 곳에 있으면 잡초와 같은 대접을 받게 된다.

잡초로 불리던 풀에서 인간에게 유용한 어떤 성분이 나 약용으로서의 가치가 발견되면 재배되는 특권(?)을 누리면서 잡초에서 귀하신 몸으로 바뀐다.
뽑아 버려지던 풀이 귀하게 길러지는 식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에게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던 재능이 시대를 잘 만나면 귀한 대접을 받기도 한다.
잡초같은 인생에서 VIP로 바뀌는 것이다.
2억원이 넘는 주급을 받는 손흥민이 조선시대에 그렇게 축구를 잘 했다면 지금같은 VIP가 될 수 있었을까?

농부들에게는 귀찮고 없애야 할 풀이나 꽃들도 도시인에게는 예쁜 꽃이 될 수도 있다.
망초나 씀바귀꽃도 산길에서는 그저 예쁘기만 하다.
몽골 초원에서는 소가 뜯어먹을만큼 흔하디 흔한 잡초인 에델바이스도 우리 나라에서는 설악산 공룡능선같이 특별한 곳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아주 희귀한 꽃이다.
Sound of music이라는 영화가 아니었으면 에델바이스가 그리 귀한 꽃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언제 어디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잡초가 될 수도 있고 귀한 대접을 받는 꽃이 될 수도 있다.

흔히 잡초의 생명력이 왕성하다고 말한다.
이 잡초들도 자기들끼리는 엄청난 경쟁을 하는 모습을 본다.
잔디밭에 토끼풀이 자라기 시작하고 그대로 두면 몇 해 안에 잔디밭은 토끼풀밭으로 변한다.

잡초로 불리는 풀들은 자기들끼리 생존경쟁을 통해서 도태되기도 하고 생존하기도 하는 것 같다.
인간이 어느 선까지 간섭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