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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ingman 2023. 12. 1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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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정암 미역국

백담사에서 봉정암을 올라본 사람들 가운데는 봉정암에서 준비한 미역국과 밥을 먹어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산길 11km를 걷고 난 후에 먹는 미역국과 밥 그리고 유일한 반찬인 단무지를 곁들인 이 식사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한 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식당에 있는 국과 밥을 원하는 만큼 퍼서 먹고 스스로 설거지해서 그릇을 엎어두면 됩니다.

봉정암 미역국

 
 

봉정암 공양간의 미역국과 쌀밥


이런 질문받아보셨지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무어냐고.
그리고 그 답은 배고플 때 먹는 음식이라고.
5성급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먹는 음식도 물론 맛있겠지만 험한 산길 11km를 걷고 먹는 이 맛은 다른 무엇과도 비교불가입니다.
그리고 역시 식당 앞에 준비되어 있는 봉지 커피도 특별한 맛입니다.
저는 위가 좋지 않아서 평소에 커피를 마시지 않습니다.
그리고 커피를 마시면 밤에 잠을 잘 못 잡니다.
하지만 봉정암에서 마시는 커피는 이런 문제들을 전혀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잠이 오지 않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왕복 22km의 산길을 걷고도 일산까지 졸지 않고 운전을 해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기독교인이어서 주일날 교회 식당에서 먹는 점심도 아주 맛있어하고 평양냉면 마니아여서 이 냉면을 먹기 위해서는 아무리 멀어도 찾아갑니다.
하지만 지치고 허기져서 봉정암에서 먹는 미역국은 또다른 특별한 맛입니다.
관악산 연주대에 있는 암자에서 주는 공양도 맛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만 저는 먹어보지 않아서 뭐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봉정암만큼 오래 걸어야 올라가는 곳은 아니니까 아마도 맛이 좀 다를 거라고 짐작이 갑니다.

오래 전에  단양에 있는 구인사에 친구들과 갔더니 마침 점심 공양 시간이어서 먹은 적이 있습니다.
오래되어 기억이 희미하기는 합니다만  꽁보리밥에 생된장과 짠지를 주었습니다.
공짜로 주는 것이고 내가 싫으면 먹지 않으면 됩니다만 너무 거친 음식이어서 먹기가 힘들었습니다.
일하지 않고 땀 흘리지도 않고 먹는 음식은 그리 맛있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최근에 다녀온 사람들의 사진을 보니 음식이 많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봉정암 아래 있는 영시암에서도 점심 공양을 합니다만 제게는 썩 유쾌하지는 않은 기억이 있습니다.
어느 해인가 대청봉에서 백담사로 내려오는 길에 마침 공양 시간이 되어 들어갔더니 종무소인지 어디에 가서 식권을 받아오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도 아니었는데 귀찮아서 포기하고 내려온 적이 있습니다.
공양 숫자를 확인하기 위해서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구차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산 위에 있는 절에서 등산객들에게 이렇게 한 끼를 대접해 주는 것이 등산객들에게는 큰 도움이 됩니다.
일단 배낭의 무게를 줄일 수 있고 힘들어도 절에 도착하면 배를 채울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공짜로 먹기 미안하면 약간의 음식값을 지불하면 되고요.

제가 다니던 서울 보광동의 어느 교회에는 긍휼의 쌀통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교회 사무실 앞에 있는 쌀통에 쌀을 담아두고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가져갈 수 있게 해 두었습니다.
생각 외로 이 쌀을 필요로 하는 도시빈민들이 많습니다.
매주일 이 쌀통을 채워야 합니다.
우리 나라가 먹는 문제는 해결한 것 같지만 아직도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무료 급식소를 보면 알 수 있지요.

친구들과 구례에 있는  운조루라는 부잣집을 들른 적이 있습니다.
이 집에도 쌀통이 있습니다.
주변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이 언제든지 쌀을 가져갈 수 있게 해두었습니다.
그 쌀통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他人能解 (타인능해)"
누구든지 쌀통을 열고 쌀을 가져가도 된다는 뜻입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잘 실천하는 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주위에는 다른 사람들을 섬기고 도와주는 따뜻한 사람들이나 기관들이 아직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 덕분에 아직도 세상은 살만한 곳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방송을 보다가 먹방이 나와서 갑자기 봉정암 미역국 생각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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