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어느 러시아 순례자의 경험담을 기록한 책이다. 저자가 누구인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그의 기도를 보면 현재 우리 개신교도들의 기도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가 러시아인인 것으로 보아 정교회 신자인 것으로 추측된다. 그는 '예수의 기도'를 아주 중요한 것으로 여기고 항상 외우고 다닌다.
동방 정교의 중요한 전통으로 내려오는 하시캐즘이라는 기도 방법이 있다. 이런 기도 방식은 사실 많은 종교에서 가르치는 것이기도 하다. 가장 가까운 예로 불교 신자들 중 정토종 에 속하는 이들은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끊임없이 외운다. 이른바 염불이다. 일본 불교도중 창가학회 신도 등 니치렌 종에 속하는 사람들은 '나무묘호란게교'를 열심히 외운다. 티벳 불교인들은 '옴 마니반메홈'을 주로 외운다. 심지어 그 말을 기도 바퀴 같은 데 써놓고 그것을 돌리면서 외운다. 힌두교에서는 '하레 크리쉬나' 등 신의 이름을 반복해서 부른다. 이슬람에서도 '라일라하 일랄라 무함마드 라술룰라'를 외운다. 모두 '예수의 기도'를 연상하게 하는 것들이다. 그리고 그것이 아주 유익하다고 말한다.
이 책의 순례자는 하루에 이 기도를 3천 번, 6천 번, 심지어는 12,000번을 반복한다. 이렇게 많은 횟수를 반복하기 위해서는 묵주를 돌리면서할 수 밖에 없다. 이 기도의 내용은 '주 예수 그리스도,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문구다. 이 기도를 반복하면 마음에 평안과 큰 기쁨을 준다고 한다.
그는 한쪽 팔을 쓸 수 없는 불구의 몸으로 일정한 직업도 없이 러시아를 순례하면서 마른 빵과 소금만을 먹으면서 걸식하기도 한다. 성경과 교부들의 말이나 책들을 아주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읽는다. 기도에 관해서 필로칼리아라는 책을 중요한 책으로 자주 언급한다
우리는 기원형 기도를 주로 하고 있는데 이 순례자는 그런 기도를 거의 하지 않는 것 같다. 정해진 기도문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당시에는 글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들에게 기도를 가르쳐 주기도 하고 자기도 어렵지만 불쌍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 주기도 한다. 극도의 청빈한 삶을 산다.
해설에서는 기도에 관해 말하면서 관조적 기도, 혹은 관상 기도를 말한다. 이 기도는 하나님께 말을 하면서 뭔가 도와달라고 매달리고 애원하는 것이 아니라 말없이 고요히 앉아서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 즉, 그분과 교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40일간 기도하시면서 하나님께 당신의 요구사항만을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도가 하나님과의 대화라고 한다면 일방적으로 내가 말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키에르케고르가 말하듯이 하나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듣는 것이기도 하다. 다른 종교들에서도 자기들의 신의 이름을 끊임없이 부르거나 짧은 기도문을 계속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효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종교에는 신비와 기적이 있다. 이 책에서도 기도의 신비와 기적에 관해서도 잠깐 언급된다. 꿈에서 본 것이 현실에 그대로 나타난 사실이나 꿈에서 만난 큰 스승의 말이 그대로 이루어지는 일이 있다. 또 어떤 맹인이 예수의 기도를 계속하다가 자기가 가고자 하는 도시에서 일어나는 화재를 기도 중에 보기도 한다. 기적과 신비는 신앙의 한 부분이기도 한 것 같다.
사물의 본성은 영혼의 내적 성향에 의해 측정된다. 다시 말하면 어느 종류의 인간인가 하는 것은 그가 다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것에 의해 결정된다. 진정한 기도와 사랑에 도달한 사람은 사물을 범주로 분류하지 않는다. 그는 의인과 죄인을 구별하지 않고 모두를 한결같이 사랑하고, 판단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이것은 마치 하나님께서 의인과 죄인들을 구별하지 않으시고 똑같이 햇빛을 주시고 피를 주시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