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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조, 새해 다짐> 최주훈 목사님 글을 모셔왔습니다

singingman 2026. 1. 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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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나를 잡아세운 말씀은 엉뚱하게도 신명기와 레위기에 나오는 십일조 관련 본문이다. 수십 번도 넘게 읽어온 구절이 이날 갑자기 새로운 의미로 읽힌다. 십일조는 수입과 소유의 ‘10%’, 그것도 ‘내가 내어 바치는 것’이라고 읽어왔는데, 다시 보니 내 삶에 들어온 모든 사람을 가리키고 있었다. 좋건 싫건 상관 없이 내 삶에 들어온 모든 사람을 위해 일정 부분 비워놓고 내어줌, 이것이 십일조였다.

세상을 살다 보면 어디, 마음에 드는 사람, 고마운 사람, 감사한 사람만 있을까! 목사라고 용가리 통뼈냐. 괜스레 신경 거슬리는 이도 있고, 도무지 이해 안 되는 사람도 있고, 정말 아니꼬운 이도 있다. 목회를 하며 더 자주, 더 가까이서 그런 사람들과 마주친다. 양심에 화인 맞은 목사들, 선의를 오해하는 교인들, 신앙의 가면 쓴 인물들, 말풍선 만들어 떠벌이는 이들, 주변은 아랑곳없이 자기만 챙기는 이들, 입에 따발총 달고 사는 이들, 지적은 번개 같은데 손발은 눈곱만큼도 안 움직이는 밉상들, 입만 살아 숨쉬는 기이한 생물들...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관계들이 있다.

레위기 19장이 다르게 읽혔다. "너희가 너희의 땅에서 곡식을 거둘 때에 너는 밭 모퉁이까지 다 거두지 말고 네 떨어진 이삭도 줍지 말며 네 포도원의 열매를 다 따지 말며 네 포도원에 떨어진 열매도 줍지 말고 가난한 사람과 거류민을 위하여 버려두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이니라."(레 19:9-10) 이 구절을 다시 읽어보니 밭 모퉁이를 남겨두되, 거기 누가 올지는 내가 정할 수 없다는 말도 숨어 있다. 보아스의 밭에 온 것은 이방인 모압 여인 룻이었다. 그는 그녀를 선택하지 않았다. 다만 밭모퉁이를 남겨두었을 뿐이고, 누가 올지 예상할 수 없었다. 나중에, 놀랍게도 그 만남은 다윗 왕가의 계보가 되고, 메시아의 혈통이 되었다.

십일조는 나의 선택이 아니라 수용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골라내고, 좋아하는 이에게만 내어주는 것은 십일조가 아니라 취향이다. '모든 소산'이라 했다. 좋은 것만, 예쁜 것만 골라내어 바치는 게 아니다. 하나님은 내 삶을 완전히 통제하고 소유하려는 욕망을 내려놓으라 하신다. 그리고 누가 내 삶의 밭 모퉁이에 올지 선택하거나 통제하지 말라 하신다.

본회퍼는 "기독교 공동체는 심리적 동질감 위에 세워지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세워진다"고 했다. 서로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연결되었기에 함께한다. 십일조도 그렇다. 내가 좋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연결하셨기에 나눈다.

여기 역설이 있다. 저 아니꼬운 사람을 참아내며 배우는 인내가, 저 신경 거슬리는 이를 받아내며 깨닫는 한계가, 결국 나를 단련하고 다듬어 가시는 하나님의 선물이다. 그러니 그들도 역시 나의 십일조이다. 십일조의 사람들을 마음에 품고 인내하며 참아내련다. 나도 한때 타인의 십일조였고, 누군가의 밭모퉁이에서 이삭을 주웠던 거리끼던 존재였다.

올해 내 삶의 밭 모퉁이에 누가 올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만남들, 피하고 싶은 관계들, 감당하기 버거운 책임들. 하지만 그것이 하나님이 주신 몫이고, 내 몫의 십일조라면, 인색하게 하지 않으리라. 맘 상하더라도 미리 마음 닫지 않고, 움켜쥐지 않고, 기꺼이 열어두리라. 하나님이 주신 십일조라면, 그 일로 내 영혼 상할 일 없고, 내 일상 무너지지 않으리라.

당신이 내 십일조고, 나도 당신의 십일조다. 십일조는 그런 식으로 하나님 나라 사람들을 이어가는 관계의 세금이다. 우리는 서로의 것이고, 결국 하나님의 것이다. 2026년 새해, 이 오래된 진리를 다시 붙든다.

*새해 잡감


Pieter Brueghel the Younger, Payment of the Tithes, or, The Tax-Collector, 1617-1622, oil on p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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