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연꽃이 불교를 상징한다. 그래서 연꽃과 십자가가 함께 있는 그림을 보면 혼합주의로 비판한다. 그러나 성경에도 연꽃이 나오고 기독교 전통에서 연꽃을 기독교 상징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성경 전체에서는 구약 욥기 40장 21-22절에 한 번 등장하는데, 구속의 문맥 속에서 사용했다.
연꽃은 초기 로마 지하교회에서 십자가와 함께 "하나님을 향해 불타는 헌신의 마음"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이용했고, 1세기 이집트의 Coptic 교회와 중세 유럽 카톨릭 교회에서도 사용했다.
그 이전 이집트 종교와 고대 인도 힌두교는 재생, 환생의 상징으로 사용했는데, 인도에서 힌두교의 상징인 연꽃을 불교가 차용했다. 불교는 연꽃 위에 깨달음을 얻은 부처의 모습을 문양으로 많이 사용했다.
고구려 집안의 오회분 벽화를 보면 동서남북 네 마리의 상서로운 동물과 함께 연꽃 위에 피어나는 선녀 모습의 여인을 볼 수 있다. 이 인동연화천인화생 모티브는 일본 나라에 있는 천수국수장(622년 고구려 제작)에 영향을 주었다. 이런 인격화<신격화<천황숭배로 연결되는 것은 다른 이야기.
1세기부터 설립되었다는 인도의 도마교회들은 연꽃 위에 십자가(the Cross of Saint Thomas), 그 위에 비둘기를 그린 상징을 보편적으로 사용했다. 20세기 인도의 기독교회는 연꽃을 순수와 경건, 창조와 부활의 상징으로 널리 이용했다. 연꽃 위의 빈 십자가는 에수의 죽음을 통한 부활을 상징하고, 토착 종교의 바탕에서 기독교가 성장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서구에서는 성모 마리아를 장미로 상징해 왔으나, 이집트, 소아시아와 아시아 기독교에서는 연꽃으로 그녀를 상징했다.
중국에서는 7-8세기에 경교(네스토리우스파 시리아 기독교)가, 그리고 이어서 13-14세기 원 제국 때 경교인 야리가온들이 연꽃 위에 피어나는 십자가(the Nestorian Cross) 상징을 널리 사용했다.
그것은 십자가(기독교)가 연꽃(불교)을 정복하고 짓누르는 승리주의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1) 하나님의 우주 창조 (2) 그리스도의 부활과 신도의 영생 (3) 순수한 마음으로 수도/기도/묵상하는 신자에게 연꽃이 활짝 피듯이 깨달음과 실천으로 피어나오는 것이 십자가임을 상징했다. (4) 혹은 전통종교 바탕 위에 토착화한 기독교를 상징했다. 연꽃도 활짝 피고 십자가도 영광스럽게 빛난다.
한국 개신교는 1세기 교회사의 상징부터 다시 공부하고, 상징이 갖는 의미와 힘을 좀 더 잘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연꽃과 십자가가 같이 간다고 해서 하등 이상할 게 없다. 그것이 이상하다면 그만큼 한국교회의 시각이 좁아진 탓이다.
한국에서는 불교가 연꽃을 상징으로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불교가 독점할 이유가 없다. 기독교에서도 필요하면, 교회사를 연구하고 다른 나라의 용례를 살펴서, 그 좋은 꽃을 상징으로 장식으로 문양으로 이용해야 할 것이다. (여러 해 전에 쓴 글)
사진은 1. 고구려 집안 오회분의 "인동연화천인화생"
2. 편무영, <연꽃의 문법> (민속촌, 2019)
3. Caterina Vilioni’s Nestorian tombstone in Yangzhou, China, 1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