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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의 추억 본문

등산/산림청 100대 명산

설악산의 추억

singingman 2023. 1. 14.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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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하는데 나도 나이가 들긴 들었나 봅니다.
내가 최초로 설악산을 가 본 것은 고등학교 수학 여행 때였습니다.
당시에는 설악산을 고등학교 수학여행으로 많이들 갔던 것 같습니다.
주로 비룡 폭포나 비선대, 와선대, 흔들바위 등을 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갔던 것이 80년에 친구 성수와 둘이서 설악동에서 대청봉을 넘어 백담사로 내려갔던 기억입니다.
이때가 가을이었던 같은데 나는 제대하고 한 6개월이 지나서 군기가 쏙 빠졌고 성수는 갓 제대하고 와서 아직 군인정신이 충일하던 시절입니다.
아침 일찍 서울에서 출발해도 당시에는 버스로 다니던 시절이었으니 설악동에서 산행을 시작해서 양폭 산장에 가니 이미 어두워졌습니다.
그래서 양폭산장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출발해서 대청봉을 향해 천불동 계곡을 지나고 희운각을 지나 중청을 거쳐 대청을 갔겠지요.(성수야, 내 기억이 맞나?)
대청봉까지 올라갔더니 얼마나 배가 고프든지 성수한테 여기서 점심을 해먹고 가자고 했습니다.
당시에는 코펠, 버너에 쌀과 반찬, 물등을 모두 짊어지고 다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밥을 해먹자고 했는데 성수는 군기가 아직 안 빠져서인지 배가 별로 안 고프다고 라면만 먹고 가자고 했습니다.
배는 고픈데 그말에 얼마나 왕짜증이 나든지...
당시에는 대청봉 꼭대기에서 사과나 간단한 간식을 파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산밑에서 백원하는 사과를 오백원에 팔았는데 그 맛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그리고 또 어느 해인가는 학기말 과제곡을 써야하는데 시일은 촉박하고 곡은 잘 안써지고 해서 또 성수랑 둘이 배낭을 메고 설악산으로 곡 쓰러 갔습니다.
서울에서 버스로 춘천까지 가서 소양댐에서 배타고 양구까지 간 다음 다시 양구에서 버스로 설악산을 갔습니다.
소양댐에서 밥을 해서 먹으려고 하는데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배 출발 시간도 다 되고 해서 밥하다 말고 배로 올라간 기억도 있습니다.
당시에는 돈이 없어서이기도 했겠지만 밥은 어딜 가든지 사먹는다는 생각을 못하고 해먹어야 되는 걸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졸업후에는 친구들과 1년에도 몇차례씩 설악산을 가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77이들끼리 울산바위도 올라가고 주전골도 가고 했습니다.

어느 해 겨울에는 선후배 동문들이 함께 설악산을 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당시에는 고속도로가 대관령을 넘게 되어 있었습니다.
대관령 입구에 갔더니 스노우 체인이 없는 차는 대관령으로 올려보내주지를 않았습니다.
체인을 준비하지 않았던 우리는 사려고 물어봤더니 장사꾼들이 폭리를 취하려고 평소 가격의 몇 배나 비싸게 팔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젊은 혈기의 우리는 그 돈이면 모텔에서 자고 와도 될 것 같아서 대관령으로 올라가지 않고 울진으로 내려와서 불영계곡을 너머 영주로 해서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와서 뉴스를 보니 그날 밤에 폭설이 내려서 대관령으로 올라간 차들은 전부 대관령 휴게소에서 발이 묶여 밤을 꼬박 세웠다고 합니다.
승용차고 고속버스고 할 것 없이 모두 휴게소에서 밤을 세웠으니 휴게소의 식료품들이 동이 났다고 합니다.
아기를 데려간 엄마들은 분유가 동이 나서 아기들이 울고
그야말로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고 합니다.
당시 내 기억에는 우리는 조신욱 선배와 현목인가 누군가의 차가 있었습니다.
캄캄한 밤에 눈쌓인 미끄러운 불영 계곡을 용감무쌍하게 넘어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용감무쌍이 아니고 무모하고 무식한 짓이었지요.
하지만 정말 젊음이 좋은 것이었습니다.
아무 사고없이 다들 무사히 서울로 돌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등산을 하게 되면서 부터는 설악산의 거의 모든 코스를 다 올라가 보았습니다.
오색에서 대청으로 올라가는 가장 빠른 코스부터 한계령에서 대청으로 올라가기도 하고 서북능선을 걸으면서 설악의 멋진 풍광을 보기도 했습니다.
흘림골 주전골의 아름다운 가을 단풍도 보고 성인대에서 울산바위를 눈높이로 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설악산의 백미는 제 생각에는 공룡능선입니다.
지금은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서 흔히들 신작로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장 산행다운 산행을 할 수 있는 코스가 공룡능선이란 생각이 듭니다.
어떤 사람들의 산행기를 보면 출입금지 구역인 용아장성을 으뜸으로 꼽기도 하지만 가보지 않은 저로서는 뭐라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한해에도 몇 차례씩 가던 설악산을 최근 몇년간은 정상을 가보지 못했습니다.
근래에는 백담사에서 오세암이나 성인대처럼 만만한 곳만 다녀왔습니다.
다리 힘 빠지기 전에 다시 대청봉이나 공룡능선을 한번 더 다녀와야겠지요?


백담사에서 오세암 가다가 만난 단풍

 

설악산 망경대에서 내려다 본 오세암

 

망경대에서 바라본 공룡능선 방면

 

설악산의 가을

 

중청에서 아내와

 

대청봉의 일출은 3대가 덕을 쌓아야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흘림골 여심 폭포

 

귀때기청에서 본 설악산 봉우리들

 

대승령

 

대승폭포

 

주전골 용소폭포

 

흔들바위

 

77이 가족들이 울산바위를 올라갔습니다.

 

성수네 성인네 그리고 우리 가족이 울산 바위를 올라갔네요.

 

울산바위

 

중청에서 바라본 울산 바위 방면

 

이제는 영원히 이 공룡능선을 다시는 함께 갈 수 없는 사람

 

공룡 능선뿐만 아니라 전국의 많은 산을 가장 많이 함께 다닌 동료

 

설악의 꿈같은 능선들

 

대청봉을 갔다가 내려오는 아내는 너무 힘들어서 얼굴이 퉁퉁 부었다. 천불동 계곡은 속에서 천불이 나도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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