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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사람
안동여행 17-08-07~10 본문
성수네,문목,소목 부부와 함께 하다.
소목은 포천에서 하루만 함께 하고 다음날 아들이 온다고 돌아가고 나머지 3집만 안동 여행을 함께 하다.
포천 고모리 저수지 주변에 있는 갤러리 호텔에서 하루를 묵고 안동으로 가다.
안동에서 이틀을 보내고 9일 밤에는 예천으로 옮겨서 자다.
그리고 예천을 관광하고 서울로 올라오다.
이번 안동여행 코스는 먼저 병산서원(안동 병산서원 17-08-08 (tistory.com)을 들렀다가 주위에 있는 부용대와 겸암정사, 옥연정사를 둘러본 후 (안동 봉정사 17-08-08 (tistory.com)를 거쳐 숙소에서 자다.
다음날은 (영호루 17-08-09 (tistory.com)부터 시작해서 귀래정, 우리 나라에서 가장 긴 목책교로 알려진 (월영교 & 민속마을 17-08-09 (tistory.com))와 안동댐을 거쳐 (안동 도산서원 17-08-09 (tistory.com)과 근처에 있는 (퇴계종택 17-08-09 (tistory.com)과 육사 문학관을 들르고 예안 향교를 갔더니 문이 잠겨서 그냥 통과하고 (한국 국학진흥원 17-08-09 (tistory.com)을 들렀다가 (군자마을 17-08-09 (tistory.com)을 거쳐 예천으로 가서 자다.
다음 날은 비가 오는 가운데 회룡포와 삼강주막을 들렀다가 서울로 올라오다.
안동은 조상들 이름 덕분에 먹고 사는 것 같다.
한문을 모르면 안동에서는 하드웨어만 보고 스프트웨어는 못보고 온다.
한문공부 열심히 해서 안동 가야겠다.
인물사진은 워낙 많고 시간 순서가 뒤죽박죽이다.
그리고 비슷비슷한 사진이 많아서 여기 아래에 올려는 둘테니까 필요한 사람들은 퍼 가시오.
이 집 김치 두루치기가 아주 맛있었다.
74년에 대구에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직장 다닐 때 이 두루치기라는 음식은 내가 아는 가장 맛있고 고급한
음식이었다.
월급이 30,000원도 안 되던 시절, 아마 내 기억이 맞다면 27,000원 정도 받았던 것 같다.
점심은 주로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간혹 도시락을 못 싸가는 날은 자장면으로 시켜 먹었는데 어쩌다 돼지 두루치기를 먹으면 정말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오늘 두루치기를 시켰는데 추억 때문인지 역시 아주 맛있었다.
호텔 아래 저수지 둘레길에 능소화가 아름답게 피어있다.
이 나무는 가지를 긁어주면 잎이 흔들린다고 간지럼나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다른 나무도 긁어봤더니 같은 굵기의 나무는 다들 잎이 흔들린다.
나무가 매끈해서 여자의 나체를 연상시켜서 대갓집 내실에는 심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선비의 청렴 결백을 상징해서 선비의 뜰에는 심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같은 집에서 사랑채에는 심고 내실에는 심지 않으면 선비들은 여자의 나체를 연상하면서 겉으로는
청렴결백을 부르짖는다는 말인가?
절에서도 스님들이 이 나무가 껍질을 벗듯이 세속의 번뇌를 다 벗어버린다는 의미로 심었다는데 역시
여체와 번뇌를 끊는 것이 동시에 상징된다면 어느 쪽을 연상하게 될까 궁금하다.
우리 나라 고건축 전문가들에 의하면 자연과 가장 잘 어울리게 지어진 건물이 바로 이 병산서원과 영주 부석사 그리고 종묘라고 한다.
비탈진 산지에 계단식으로 건물을 짓고 최대한 자연을 그대로 보존한 건물이라고...
이 곳에서 임진왜란이 일어난 후에 전란을 돌이켜 보면서 징비록을 기록했다고 한다.
선생은 이순신 장군을 발탁한 것만으로도 임진왜란에 크게 기여했다고 할 수 있겠다.
나중에 정탁은 이순신이 백의종군 할 수 있게 상소문을 올려서 이순신이 고문으로 죽지 않고 공을 세우고
전장에서 죽을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서애 선생이 하회마을에 있는 충효당 본가에서 이 정사로 오기 위해서는 당시에는 나룻배를 이용했겠지,
육지로 오려면 엄청 돌아야 하니까
병산서원에서 나오면 이 문이 보인다.
동서남북 중앙이 유교의 덕목에 따라 인의예지신으로 방향을 상징하니까 서쪽은 義니까 서의문이겠지?
안동의 유명한 먹거리 버버리 찰떡 - 버버리는 경상도 방언으로 벙어리라는 뜻이다.
떡을 먹고 너무 맛있어서 말을 못해서?
귀래정에 왔더니 여기도 원이 엄마 편지가 있다.
오래 전 이 편지를 처음 봤을 때 얼마나 감동이 컸던지 내게는 아주 충격이었다.
현대의 어떤 시인도 죽은 남편을 그리워 하는 아내의 애달픈 심정을 이렇게 애절하면서 아름답게 쓰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사백 수십년 전의 여인도 지금의 여인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감정을 가지고 있고 남편을 사랑했다.
위의 원본은 아래와 같다.
당시에는 남편도 자네라고 불렀던 것 같다.
(원 본)
〔외면〕
워니 아바님 샹백
〔내면〕
자내 샹해 날드려 닐오듸 둘히 머리 셰도록 사다가 죽쟈 하시더니
엇디하야 나를 두고 자내 몬져 가시노 날하고 자식하며 뉘긔걸하야
엇디하야 살라하야 다 더디고 자내 몬져 가시는고
자내 날 향하여 마음믈 엇디 가지며 나는 자내 향해 마음믈 엇디 가지런고
매양 자내드려 내 닐오데 한데누어셔 이보소
남도 우리가티 서로 에엿비녀겨 서로 사랑하리
남도 우리가튼가 하야 자내드려 닐럿더니 엇디 그런 일을 생각디아녀
나를 버리고 몬져 가시난고 자내 여히고 아무려 내 살 셰 업스니
수이 자내한듸 가고져 하니 날 드려가소
자내 향회 마음믈 차승니 차즐니업스니
아마래 셜운 뜨디 가이 업스니 이내 안박은 어듸다가 두고
자식 데리고 자내를 그려 살려뇨 하노이다 이내 유무 보시고
내꾸메 자셰 와 니르소 내 꾸메 이보신 말 자셰 듣고져 하야
이리 써년뇌 자셰 보시고 날드려 니르소 자내 내밴자식 나거든 보고
사롤 일하고 그리가시듸 밴 자식 나거든 누를 아바하라 하시는고
아무리한들 내안 가틀가 이런 텬디가온 한이라
〔내면 위쪽 여백〕
하늘아래 또 이실가 자내는 한갓 그리 가 겨실거니와 아무려 한들 내안 가티셜울가
그지그지 끝이 업서 다몬서 대강만 뎍뇌 이 유무지셰 보시고
내꾸메 자셰히 뵈고 자셰 니르소 나는 자내 보려 믿고인뇌이다
몰래 뵈쇼셔
〔내면 오른쪽 여백〕
하 그지그지 업서 이만 뎍뇌이다
〔내면 오른쪽 여백〕
병슐 뉴월 초하루날 지븨서
편지의 원문을 현대어로 번역하면 아래와 같다.
지금도 이 편지를 읽으면 눈물이 난다.
원이 아버지께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고,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 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수 없어요.
빨리 당신에게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 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갖 그 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 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 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 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병술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
안동 관광을 마치고 예천으로 오다.
이 Luna의 주인이 문목이 미국에서 목회할 때 그 교회의 피아노 반주자로 있었던 분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와서 이 카페를 경영하고 있다고.
예천 출신이고 부모님이 여기 예천에서 유명한 중앙약국을 하셨다고 한다.
문목 말에 의하면 금수저였는데도 전혀 그런 티를 내지 않고 살고 있다고...
이 분의 아파트에서 오늘 밤 묵는다.
천지원이라는 이 아파트가 우리가 어제 밤 묵은 곳이다. 이번 여행 최대의 해프닝은 샴푸사건이다.
덥고 습해서 샤워하러 들어가서 머리를 감으면서 영어로 샴푸라고 쓰인 병을 찾아서 머리를 감았다.
갑자기 샴푸병에 강아지 그림이 있었던 것 같았다. 얼른 물로 행구고 살펴봤더니 '동물용이므로 사람은 사용하지 마시오' 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미 사용해 버린 걸 어떡해? 비누로 몇 번을 행구었지만 찝찝함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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