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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능,원,묘

창덕궁 후원 부용지 일원 23-02-07

singingman 2023. 2. 1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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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창현고등학교에서 함께 근무했던 우현기 선생님이 서울에 볼 일이 있어 왔습니다.
고궁을 둘러보고 싶다고 해서 지난 화요일에 경복궁을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매주 화요일이 정기 휴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함께 창덕궁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평소 후원은 워낙 인기있는 곳이어서 인터넷 예매를 하지 않으면 입장이 어렵습니다.
혹시나 해서 후원 입구에 갔더니 다행이 바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오늘은 부용지 일원만 여기에 소개합니다.

창덕궁은 1405년(태종5) 경복궁의 이궁으로 동쪽에 지어진 동궐로 불렸습니다.
1592년 임진왜란으로 서울에 있는 궁들이 모두 불탔습니다.
전쟁 후 1610년(광해군 2년)에 지어서 1867년에 대원군이 경복궁을 재건할 때까지 가장 오랜 기간 조선의 법궁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현재 남아있는 조선의 궁궐 중 그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창덕궁은 자연과의 조화로운 배치와 한국의 정서가 담겨있다는 점에서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었습니다.

창덕궁 후원은 1406년(태종 6년)에 조성되었습니다.
후원 가운데 부용지 일원에는 주합루와 영화당, 그리고 아름다운 정자인 부용정이 있습니다.
우리 나라 정원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나라 정원은 가능하면 자연을 있는 그대로 즐기기를 좋아합니다.
창덕궁 면적이 14만평 가량 되는데 그중 9만평이 후원입니다.

담양 소쇄원이 민간 정원으로는 가장 한국적인 정원으로 알려져 있는 것처럼 창덕궁 후원은 유네스코에 세계 유산으로 등록될 만큼 아름다운 정원입니다.

부용지 일대의 아름다운 밤모습입니다.(사진제공=문화재청)




부용지에 비친 주합루의 야경입니다. (다른 사람의 사진을 가져 왔습니다)

주합루는2층 건물로 천지 우주와 통하는 집이라는 뜻입니다.
이 건물 1층에 규장각이 있었습니다.
규장각을 보면 정조 대왕을 생각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종대의 집현전과 비교할 수 있는 최고의 두뇌들을 모아놓은 Brain Trust라 할 수 있습니다.
정조 자신이 워낙 뛰어난 학자 군주였기에 신하들도 이런 왕을 모시기가 아주 힘들었을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노론 세력의 암살 위협을 느끼면서 밤늦게까지 독서로 그 두려움을 이겨냈다고 합니다.
학문을 좋아하고 할아버지의 탕평책을 이어받았습니다.
정조는 자신을 만천명월주인옹(萬川明月主人翁)이라 부를만큼 대단한 자부심을 가진 군주였습니다.
이 규장각에 신하들이 많이 모이고 할 일이 많아지다 보니 공간이 협소해서 후원에서 궐내로 옮겨서 궐내각사를 짓기도 했습니다.

규장각은 처음에는 어제각이라 불렸고 역대 왕들의 글과 초상화 유품들을 보관하기 위해 지었습니다.
송나라의 전례를 참조해서 지었습니다.
규장각에 관한 문헌을 찾아보니
6명의 규장각 '閣臣(각신)' 이 있었습니다. 그외에 적자와 서얼에 관계없이 우수한 학자들을 검서관으로 선발했습니다. 정조의 명재상 채제공도 각신 출신입니다
서얼이었던 이덕무,유득공,박제가,서이수 등이 이때 발탁된 규장각 최초의 검서관들입니다.
각신에겐 많은 특권이 부여되었습니다.우선 왕을 아침 저녁으로 대면할수 있었고,각종 초대및 경연에도 참가할수 있었습니다.
각신들에게는 궁궐안에서 타고 다니는 내구마를 탈 수 있는 특권도 주었다고 합니다
규장각의 각신이 되면 모든 벼슬아치의 죄를 청할수는 있어도 사헌부에서 왕의 허락없이 각신의 죄를 청할수는 없었습니다.
형사상의 특혜도 주어 공무중에는 체포,구금되지도 않았고 상관이 들어와도 일어서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노론의 절대적 우세속에 규장각이 운영되었고 이를 다시 시파와 벽파로 분류하면,시파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따라서 규장각도 노론과 노론의 시파 중심으로 운영 되었습니다.근본적으로 정조의 규장각 설치와 운영은 이를 통해 '척신의 타도,군신 명분의 강화,개혁의 추진,탕평의 실현' 등을 위해 설치했습니다. 이는 실제로 정조의 왕권강화로 이어졌습니다.

정조 6년에 강화도에 외규장각도 짓습니다.
강화 고려궁지에 가면 지금도 이 건물을 볼 수 있습니다.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이곳에 있던 의궤와 많은 유물들을 탈취해 갔지요.

각신제도가 자리잡자 초계문신 제도를 신설해서 37세 이하의 신하들을 3년간 공무에서 면제시키고 규장각에서 교육을 시켰습니다.
이들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정조 자신이 시험 문제를 출제하고 채점까지도 종종 했습니다.
다산 정약용도 이 초계문신 출신입니다.

주합루 아래에 있는 부용정에서 초계문신들에게 시를 짓게 하고 시간 안에 짓지 못하면 연못 안에 있는 섬으로 유배를 보내는 여흥도 즐겼습니다.
또 연못에 잉어를 넣어두고 낚시 대회를 했는데 고기를 잡지 못하면 섬으로 유배를 가기도 하고 벌주를 마시기도 했습니다.
다산도 낚시대회에서 종종 이 섬으로 유배를 가기도 했습니다.
정조가 내리는 벌주는 술을 잘 못하는 다산에게는 아주 힘들었을 것입니다.

단원이 그린 규장각도를 보면 당시에는 부용정에서 연못 가운데 있는 섬으로 들어가는 다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섬으로 유배 가기가 쉬웠던 것 같습니다.


창덕궁 부용지 일원(사진제공=문화재청)

김홍도 규장각도 견본채색 144.4×115.6cm 1776년 국립중앙박물관


창덕궁 후원은 연못을 중심으로 여러 권역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창덕궁 후원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곳이 바로 이 부용지 일원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용지 중앙에는 원형의 작은 섬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소나무를 심고 기암괴석을 장식해서 신선이 사는 곳으로 만들었습니다.
당시 우주관인 하늘은 둥글고 땅은 각지다고 생각한 천원지방설에 따라 연못은 4각형이고 섬은 원형입니다.

연못가에 물고기가 돋을 새김된 돌이 있습니다. 어수문이나 수어지교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

부용지 주변에는 우물이 남아 있습니다.

마니정, 파려정, 유리정, 옥정이라는 이름의 우물 4개가 있었다고 합니다만 지금은 2개만 보입니다.

 

 

원래 이곳 부용지 주변에는 4개의 우물이 있었다고 합니다

 

부용정 사정기 비각 - 4개의 우물을 발견한 것을 숙종대에 정비하고 기념하는 비석이 비각 안에 있습니다.

 

부용지에 있는 부용정의 아름다운 설경입니다.

 

이 정자에서 정조는 신하들과 함께 시도 짓고 낚시도 즐겼습니다.

이 정자 이름인 부용은 연꽃을 말하지만 실제로 부용화는 따로 있습니다.

Hibiscus의 일종으로 접시꽃이나 무궁화를 닮았습니다.

 

 

부용화입니다.

주합루 올라가는 문입니다.

가운데 문은 왕이 다니는 문이고 그 좌우에 아주 낮은 문이 두개 있습니다.
신하들은 이 문을 허리를 바짝 숙이고 공손하게 들어가야 했습니다.
이 문옆에는 취병이라는 키작은 나무들로 울타리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이 문이름을 보면 수어지교(水魚之交)가 생각나지요?
임금과 신하의 관계가 물고기와 물과 같이 서로 분리할 수 없는 관계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맹자는 백성은 물이고 군주는 그 물 위에 떠있는 배와 같다고 했습니다.
배는 물을 뒤집을 수 없어도 물은 배를 뒤집을 수 있으니 백성을 하늘같이 섬기라는 말입니다.
이러니 당시 군주들이 맹자를 좋아할 수 없었습니다.

부용지 앞에 있는 영화당입니다. (다른 사람의 사진을 가져 왔습니다)


이 영화당 앞마당이 춘당대입니다.
영화당 앞에는 춘당대라는 넓직한 마당이 있어서 이곳에서 과거 시험도 치루었습니다.
이 시험을 춘당대시라고 했고 소설 춘향전에서 이몽룡이 이 시험에서 장원급제하기도 합니다.

영화당 옆에 있는 해시계.

임금이 있는 곳에는 해시계가 종종 있었습니다.
경복궁의 편전인 사정전 앞에도 앙부일구가 있습니다.

이곳 외에도 애련지, 존덕지, 그리고 사대부 집으로 만든 연경당도 후원에 있습니다.
겨울과 한여름에는 옥류천은 안전 문제로 탐방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곳은 우리처럼 운좋게 들어갈 수 있는 경우가 간혹 있긴 하지만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을 하고 가야 낭패를 당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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