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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사람
이어령 어록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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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문득 여섯 살 때 기억을 떠올렸다. 잊히지 않는 순간이라고 했다.
“나는 굴렁쇠를 굴리며 보리밭 길을 가고 있었다.
화사한 햇볕이 머리 위에서 내리쬐고 있었다.
대낮의 정적, 그 속에서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아무런 이유도 없었다.
부모님 다 계시고, 집도 풍요하고, 누구랑 싸운 것도 아니었다.
슬퍼할 까닭이 없었다.
그런데 먹먹하게 닥쳐온 그 대낮의 슬픔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때는 몰랐지만, 그게 내게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였다.”
“우선 비전의 바탕, 내 삶을 그리는 바탕을 말하고 싶다.
먼저 ‘인법지(人法地)’다.
인간은 땅을 따라야 한다.
땅이 없으면 인간은 존재할 수 없다.
우리가 어디에 사나.
지구에 살지 않나.
다음은 ‘지법천(地法天)’이다.
땅은 하늘을 따라야 한다.
땅에 하늘이 없으면 못 산다.
해도 있고, 달도 있고, 별자리도 있으니까.
그럼 그게 전부냐.
아니다.
‘천법도(天法道)’.
하늘은 도(道)를 따라야 한다.
다시 말해 우주의 질서를 따라야 한다.
그럼 도(道)가 끝인가?
아니다.
‘도법자연(道法自然)’.
도(道)는 자연을 따라야 한다.”
“누군가 예수님에게 물었다.
‘당신은 신의 아들인가?’
그러자 예수는 ‘예스, 에고 에이미(ego eimi·그리스어)’, 즉 ‘예스, 아이 엠(Yes, I am)’이라고 답했다.
‘아이 엠(I am)’이 뭔가.
‘나는 나이다’ ‘나는 스스로 있다’는 말이다.
그건 무엇에 의지해서, 무엇이 있기 때문에 있는 게 아니다.
그냥 있는 거다.
스스로 있는 것은 외부의 변수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게 ‘자연’이다.
그게 ‘신(神)’이다.”
"우리는 ‘너 예수교 믿어?’하고 묻는다.
그건 교(종교)를 믿느냐고 묻는 거다.
‘너 신을 믿어?’ 하는 물음과는 다른 이야기다.
교를 믿는 것과 신을 믿는 것은 다르다.
기독교든, 불교든, 도교든 모든 종교의 궁극에는 ‘저절로 굴러가는 바퀴’와도 같은 게 있다.
스스로 움직이는 절대의 존재다.
인간은 단 1초도 무엇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존재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자율자동차라는 말, 유발 하라리가 말하는 ‘호모 데우스’ 같은 말처럼 공허하게 들리는 것도 없다.”
[출처: 중앙일보] “암 걸리고 나니 오늘 하루가 전부 꽃 예쁜 줄 알겠다”
[출처: 중앙일보] “암 걸리고 나니 오늘 하루가 전부 꽃 예쁜 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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