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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사람
존경 2020-01-07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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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의 상좌였던 원택 스님이 쓴 '성철 스님이 들려 준 이야기'라는 책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경허 스님의 제자였던 만공스님에게 다른 사람이 물었습니다.
"만공 스님은 스승인 경허 스님을 얼마나 존경하십니까?"
한참 생각하던 만공 스님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만약 경허 스님을 모시고 먼 길을 가다가 음식이 떨어졌다고 하자. 그러면 나를 잡아서라도 잡수시게 해야 하지 않겠나?"
이 글을 읽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존경했으면 이렇게 말할 수 있었을까요?
얼마전 헬기 추락 사고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 헬기에 장군과 부하 참모들이 함께 탔는데 헬기가 추락하는 위급한 순간에 참모들이 한 행동은
"장군님을 보호해!"
장군을 가운데 두고 모든 부하들이 감싸 안아서 자기들은 죽어도 장군은 살리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담임 목사님을 이렇게 존경하는 부목사님이 있을까?
나는 진심으로 이렇게 존경하는 분이 있나?
예수님을 이렇게 존경하나?
경허의 말년은 우리 범인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삶을 삽니다.
파계한 사람같고 술과 고기와 여자를 마다하지 않으며 시골벽촌에서 훈장을 하면서 보냅니다.
자기의 신분을 숨긴채 그렇게 살다 병들어 죽습니다.
경허의 유명한 3제자로는 3월로 불리는 혜월, 수월,만공(월면)이 있습니다.
만공의 흔적은 덕숭산 수덕사에 가면 만나볼 수 있습니다.
최인호 소설 '길없는 길' 3,4권에 보면 경허 스님과 만공 스님 이야기가 나옵니다.
경허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들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경허가 성불한 후 서산 앞바다의 어느 큰 배를 가진 도갓집에 머슴으로 들어가 그 집 새색씨와 통정하였습니다.
이 여인은 김진사라는 사람의 딸로 시집가기 전에 이미 경허와 통정을 한 사이입니다.
시집간 여인을 다시 찾아내어 계속 정분을 나누었습니다.
그런데도 위대한 선사로 존경받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원효가 파계승인데도 불구하고 존경받는 것과 같은 걸까요?
우리 같은 범인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큰 깨달음이 있어서 입전수수를 이렇게 실천했을까요?
아니면 아무리 대오각성한 위대한 선사라도 자기 관리를 꾸준히 철저히 하지 않으면 다시 탐진치의 삼독에 빠져 허덕이게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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