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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냉면 2 본문
내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어 하는 음식이 평양냉면이다.
내가 먹어본 유명한 냉면집들의 냉면들을 비교해 보고자 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이 널리 알려져 있다.
평양냉면은 메밀로 면을 만들지만 함흥냉면은 감자나 고구마 전분으로 면을 만든다고 한다.
그래서 면의 식감이 좀 다르다.
물론 이 두 냉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황해도 냉면도 있고 남쪽에는 진주 냉면도 있다.
이 냉면들은 각 지역의 특색이 있고 그래서 각각 고유한 맛을 가지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냉면의 역사는 오래 되었다.
성현의 용재총화에 의하면 6.15일 유두에는 수단병이라는 냉면을 만들어 먹었다고 하니 조선 초기에도 냉면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이 냉면이 오늘날 우리가 먹는 냉면과 같은 것인지는 알기 어렵다.
숙종과 고종도 냉면을 즐겨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아래는 이한이 쓴 '요리하는 조선남자' 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냉면은 서민과 임금이 함께 좋아한 음식이다.
면과 육수 그리고 위에 올라가는 꾸미가 3대 요소다.
냉면도 중국의 냉도라는 음식에서 온 음식인 것 같고 함흥냉면은 처음에는 냉면이 아니고 회국수였으며 진주식 냉면은 멸치로 국물을 내고 배추김치를 썰어 얹는다."
이런 기록 때문인지 함흥냉면은 비빔냉면이고 평양냉면은 물냉면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함흥냉면도 물냉면과 비빔냉면이 다 있다.
위의 기록에 조금 덧붙이자면 진주 냉면은 면 위에 올려주는 고소한 육전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https://youtu.be/LQXXtfHTyAg?si=lDOlF-xwDS8tQ-TM
나는 평양 냉면에 관해서만 언급하고자 한다.
평양 냉면의 맛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노자 63장의 '청정 담백하고 맛이 없는 것으로 맛을 삼는다(味無味)'는 말로 대신할 수 있겠다.
서울의 냉면집들 가운데 유명한 집들이 많이 있지만 내 입맛 기준으로는 을지로에 있는 우래옥이 이 모든 냉면집들 가운데 으뜸이다.
그래서 이 집의 냉면 맛에 관해서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겠다.
직접 가서 한번 먹어 보기를 권한다.
다만 음식 가격이 다른 집에 비해서 비싼 것(2024년 현재 16,000원)과 점심 식사 시간에는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것이 흠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어떤 분야든지 그 분야의 최고는 그에 걸맞는 대접을 받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신세계 백화점 본점 안에 있는 어느 평양냉면집은 얼마나 맛있는지 먹어보지 않아서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2024년 현재 냉면 한그릇에 무려 20,000원을 받기도 한다.
판교에 들렀다가 우연히 봉피양 냉면을 보게 되었다.
봉피양 냉면은 우래옥에서 60년을 근무한 평양냉면 명장 김태원 장인을 영입하여 자체적인 냉면을 개발했다고 한다.
봉피양 냉면은 입구에 미슐랭 가이드 어쩌고 해서 들어갔지만 내 입에는 우래옥과 맛이 다르다.
서울의 유명 평양냉면은 크게 의정부 계열과 장충동 계열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를 보니
"의정부 평양 면옥이 분가하면서 을지면옥, 필동면옥, 신사역 근처의 본가 평양면옥이 한 라인이고,
장충동의 평양면옥은 논현동, 분당의 평양면옥이 또 한 라인이라고 한다.
을지면옥은 첫째 딸, 필동면옥은 둘째 딸, 강남의 의정부 평양면옥(舊 본가 평양면옥)은 부부의 셋째 딸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삼송에 있는 스타필드에도 의정부 평양면옥이 들어와 있다.
의정부 평양면옥이 그러니 원조쯤 된다고 볼 수 있겠다.
의정부 평양면옥은 맛이 아주 슴슴하고 강한 맛을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육수가 맛있다고 다 마시면 나처럼 위가 나쁜 사람은 고춧가루 때문에 속이 쓰릴 수도 있다.
필동면옥의 면수는 향이 약해서 숭늉같은 맛이다.
육수 첫 한 모금을 마셨을 때의 느낌은 파향만 강하게 느껴진다.
육수는 파향이 강하게 나지만 슴슴한 맛이 난다
고춧가루가 많아서 걷어내긴 했지만 위 나쁜 나는 육수를 다 마실수 없다. 아깝다.
그렇다고 아예 고춧가루를 빼버리면 이 집만의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없다.
삼송 스타필드에서는 고춧가루를 아예 뿌리지 말고 달라고 해서 먹은 적이 있다.
면은 좀 쫄깃하다.
고기 3점은 맛있다.
냉면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양은 약간 부족해 보인다.
달걀 반쪽은 작은 달걀이다.
냉면 안에 그 흔한 무나 배, 오이같은 채소가 전혀 들어있지 않다.
무김치는 새콤한 맛이다.
미슐랭 인증서가 년도별로 많이 붙어 있지만 봉피양처럼 내게는 미슐랭 인증서가 큰 보증이 되지 않는다.
장충동 평양면옥은 내 기억에는 면이 특별히 맛있는 집이었다.
맑은 육수에서 은은한 육향이 나기도 하지만 면에서 메밀의 향긋한 향이 강하게 나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고명으로는 무우와 오이 그리고 달걀 반쪽, 고기 4점을 올려준다.
육수에는 파를 잘게 쓴 것이 떠 있다.
두점은 머릿고기이고 두 점은 육수를 우려 낸 고기로 생각된다.
위 의정부 계열과 장충동 계열이 아닌 평양냉면도 맛있는 집이 많이 있다.
그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집은 송추에 있는 평양면옥이다.
송추 평양면옥은 꿩냉면이다,
위 사진에 보이는 달걀 오른쪽의 고깃덩어리가 꿩고기다.
냉면이 왕과 서민이 함께 좋아한 음식이라고는 하지만 조선 시대에 소고기 육수를 사용하는 냉면은 서민들이 먹기 어려운 음식이었다.
조선 시대에는 소고기 자체가 금육(禁肉)이었다.
물론 성균관 근처 반촌에서 노비 계층의 사람들이 소 도살을 업으로 하고 세금도 냈지만 법으로 소를 도살하는 것은 금하고 있었다.
그래서 냉면에 소고기가 아닌 돼지고기나 닭고기 육수가 사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송추의 이 집은 북한산 등산하고 자주 가는 집이다.
등산으로 땀 흘리고 나서 육수를 처음 한 모금 마실 때의 맛은 정말 최고의 맛이다.
음식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을 이 냉면 때문에 알게 되었다.
송추 가마골 앞에 있다가 작년에 송추역 앞으로 건물을 새로 잘 지어서 이사했다.
가마골 앞에 있던 그 건물에는 만포면옥이 들어왔다.
북한에서 탈북한 사람들이 냉면집을 연 곳도 있다.
합정동에서 동무 밥상이라는 평양 냉면집을 연 윤종철 쉐프가 일산 식사동으로 이사를 했다.
그는 평양 냉면으로 유명한 옥류관 요리사 출신이라고 한다.
이 집의 육수는 육향이 강하게 나지 않고 슴슴하다.
냉면이 나오기 전에 주는 깨죽이 고소하고 맛있다.
일산에는 또 다른 탈북민 윤선희라는 분이 하는 평양 냉면 가운데 양각도라는 평양냉면이 있다.
이 집은 육수에서 육향이 아주 강하게 난다.
을밀대와 비슷하다.
편육을 3점 올려 주는데 이 편육도 향이 아주 강하다.
을밀대 평양 냉면도 일산에 들어왔다.
대화동에 있다.
이 집은 육수에 고기향이 진하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북한산 앞에 있던 만포 면옥이 송추로 이사했다.
이 집은 북한산 등산하고 종종 가는 집이긴 한데 어느날 갔더니 육수에서 동치미향이 강하게 난 적이 있었다.
주인에게 말했더니 동치미가 너무 발효되어서 그렇다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했다.
항상 같은 맛을 내야지,
육향 그윽한 고기 육수맛을 기대하고 왔는데 동치미 육수를 먹으니 만족스럽지 못하다.
평양냉면의 육수가 소고기 육수와 동치미 국물을 어느 정도의 비율로 함께 사용하기도 하지만 나는 동치미맛보다는
육향이 은은하게 나는 것이 좋다.
그 이후 아직 가지 않았다.
오류동에도 평양냉면이 있다.
깊은 맛이 살짝 부족하다고 할까 내 입에는 그렇다.
2021년 기준으로 8,000원이란 가격은 확실히 매력적이긴 하다.
남대문 시장 안에도 부원 냉면이라는 평양 냉면집이 있다.
면은 쫄면처럼 면발이 굵고 질기다.
냉면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양이 좀 부족해 보인다.
1,500원을 더 내면 곱배기를 먹을 수 있다.
가만 있으면 아무런 반찬도 주지 않는다.
다른 반찬이 없냐고 물어봤더니 면에 들어있는 무우 백김치를 조금 준다.
가격에 비해 맛있다.
2023년 현재 물냉면의 가격은 10,500원이고 비빔 냉면은 11,000원이다.
요즘 대부분 가게들이 13,000원 이상 받는 것에 비하면 아주 매력적인 가격이다.
독산동 진영면옥에도 좋은 평양냉면이 있다.
가수 성시경 때문에 유명해졌다고 하는데 음식으로만도 유명해질 수 있는 집이다.
독산역 1번 출구로 나가서 1.5km 정도 걸어가면 주택가에 가게가 있다.
작은 가게(좌석은 다 합쳐서 20석)에 손님들이 오래 기다려야 하니까 디지털화 되어 있다.
가게 입구에 태블릿이 있고 도착한 손님은 자기 전화 번호를 기록하면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알려주고 차례가 되면 카톡으로 연락이 온다.
들어가서 자리에 앉으면 따뜻한 면수를 한컵 준다.
육수는 아주 맑고 은은한 육향이 나며 파를 썰어서 얹어준다.
양은 내 기준으로는 적당하다.
달걀 반쪽은 없고 지단으로 썰어서 올려준다.
배추 백김치와 무 김치는 상큼하고 배추김치는 새콤한 맛이 살짝 있고 무김치는 신맛은 없다.
면은 질기지 않고 담백하다.
고명은 고기 두점, 동그랗게 썬 오이 3점, 무, 달걀 지단,배가 전부다.
고명으로 올라 온 고기는 아주 구수하다.
오이는 향이 좋다.
배 한쪽도 달고 맛있다.
최근에 천안에 있는 피양옥이라는 냉면집을 알게 되었다.
일산에서 전철 타고 3시간 이상 걸려서 갔지만 갈 만한 가치가 있는 집이다.
서울 여의도 등에도 이 상호의 냉면집이 있지만 천안의 이 집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인이 말해 주었다.
동인천에는 1944년에 개업한 경인면옥이라는 냉면집이 있다.
얼음 육수다.
육수에 얼음을 넣어주는 집은 얼음 때문에 육수의 맛을 즐기기 어렵다.
슴슴한 맛 같기는 한데 얼음 때문에 맛을 잘 모르겠다.
얼음을 건져냈는데도 그렇다.
이 집은 면이 아주 구수한 집이다.
24년 현재 가격은 11,000원으로 착하다.
수원에는 잉계동에 평장옥이라는 평양냉면집이 있다.
육수는 처음 마실 때는 깔끔하고 슴슴한 정통 육수맛이지만 다 먹어갈 때쯤에는 텁텁한 메밀향이 함께 난다.
이 부분은 연구해야겠다.
면은 구수한 메밀향이 진하다.
고명으로 신선한 무와 달걀 반쪽 그리고
파 썰어서 조금 올려준다.
육수 우려내고 고명으로 올라 온 고기 두점은 평범한 맛이다.
반찬으로 주는 무김치는 약간 새콤하면서 맛있다.
24년 2월 현재 가격은 착하게도 1만원이다.
가성비가 좋다.
황해도식 냉면으로 유명한 집 가운데는 양평에 있는 옥천 냉면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맛은 아니지만 이 집의 완자는 맛있다.
면이 쫄면처럼 쫄깃했던 기억이 있다.
진주 냉면은 우리 나라 남쪽 지방의 냉면으로 해산물로 육수를 만든다고 한다.
냉면 위에 올려주는 육전이 특별히 맛있는 집이다.
진주 하연옥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가 보지 못했고 김포에 있는 박군자 진주 냉면과 강화도에 있는 유진 면옥을 다녀왔다.
경상도 사람인 유진 면옥 여사장의 말에 의하면 꼬슬꼬슬하게 찌짐을 부쳐서 만들었다고 한다.
오이를 좋아하지 않는 나도 육전과 면과 함께 오이를 먹으니 맛있다.
얼음을 너무 많이 넣어 주어서 본연의 맛을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얼음을 걷어내고 먹었다.
육수는 해물 육수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고기 육수나 동치미 육수같은 특징적인 맛은 없다.
면의 양이 조금 부족한 듯 하다.
대림동에는 조선족 동포들이 많이 살다보니 연변 냉면이라는 음식도 있다.
비쥬얼은 아주 화려한데 내가 아는 냉면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일단 육수가 내가 아는 육수가 전혀 아니다.
먹다가 그만 두었다.
고양시 원당에는 고자리 냉면이라는 유명한 집이 있다.
우래옥만큼은 아니지만 식사시간에는 상당히 오래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집이다.
이 집은 고명으로 승부를 거는 집이다.
오이와 다른 채소를 아주 푸짐하게 얹어 준다.
오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맛있는 음식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운 여름뿐만 아니라 추운 겨울에도 평양 냉면은 변함없이 맛있고 호불호가 확실한 음식이지만 냉면의 이 맛을 아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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