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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맑은 사회와 따뜻한 사회

singingman 2024. 2. 1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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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하고 정직한 사회가 좋은 사회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한국인의 특수한 정서인 '정'이라는 측면에서 사회를 바라보면 또다른 면이 있다.
선물인지 뇌물인지 구분이 어려운 것을 주고받는 풍습이다.
선물과 뇌물의 구분이 상당히 애매모호하다.
그래서 투명한 사회로 알려진 선진국에서는 선물의 기준을 정해 놓기도 한다.
예를 들면 가격이 얼마 이상은 선물이 아닌 뇌물로 규정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도 '김영란법'이라는 법이 제정되어서 투명하고 맑은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과 '김영란법'이 상호충돌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우리 사회는 스승을 아버지처럼 존경하는 문화가 오랫동안 계속되어 왔다.
그래서 제자가 스승에게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고마움을 표현하곤 했다.
하지만 교육열이 과열되면서 고마움의 표현이 지나쳐서 일반 국민들의 상식선을 넘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다.
오래 전에 떠돌던 소문에 의하면 한때는 강남에서 고3 담임을 몇년만 하면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었다고도 하고 입시철이 되면 자기 자녀만 잘 봐달라고 승용차를 선물하기도 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이렇게 되니 이건 일반 국민들의 수준에는 선물이라고 하기는 어려워 졌다.

선물과 뇌물의 구분이 모호했던 것은 우리 사회에서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조선 시대에는 과거에 급제하고 관리가 되면 국가의 공금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공금으로 가난한 서민들을 구휼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었지만 그 공금으로 부모를 봉양하기도 하고 친구를 돕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공과 사의 구분이 모호해졌고 이런 관습이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를 내렸다.
오늘날도 국가 정책이 공정하지 않게 특정 지역에 특혜를 준다거나 유력 인사의 말에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

그래서 이런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법령이 만들어지고 그 법을 지킬 것을 종용한다.

한 학생이 자기를 잘 가르쳐 준 선생님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마음을 담은 작은 선물을 하는 것은 참 따뜻하고 아름다운 우리 나라의 미덕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선물의 단위가 커지면서 뇌물로 둔갑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런 선물을 하기 어려운 학부모들은 내 자녀만 손해를 보는 것이 이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결국 법이 만들어지고 일체의 선물이 금지되었다.
결과적으로 맑고 투명한 사회가 되긴 했지만 인간 관계에서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되었다.
현실적으로는 말로 고맙다고 하거나 편지로 고마움을 표현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나는 손자 4명을 한 어린이집에 보냈다.
셋은 이제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유치원으로 갔고 막내 하나가 어린이집에 남아 있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그동안 내 손자들을 지극한 사랑과 정성으로 돌보아 준 것이 너무도 고마워서 작은 선물을 하려고 했더니 원장 선생님께서 극구 사양하며 받지 않겠다고 한다.
물론 말로 고마움을 표현할 수도 있지만 손자 넷을 따뜻하게 사랑으로 돌보아 준 선생님들에게 고마움을 담은 작은 선물이라도 드리고 싶은데 그것도 드리기가 어려우니 이것도 투명한 사회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일까?

스승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어떤 물건으로  선물을 하기가 어색해졌다.
행동이 따르지 않는 표현은 서서히 마음도 멀어지게 만들었다.
우리 사회에서 감사라는 덕목이 약해지고 깨끗하지만 좀 냉냉한 사회가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아직도 우리 사회의 어떤 곳에서는 명품 백인지 파우치인지를 선물인지 뇌물인지 분명하지 않게 주고 받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큰 선물은 뇌물이 되지만 감사를 담은 작은 선물조차도 법으로 금지하니 깨끗하고 투명한 사회는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따뜻하고 감사가 넘치는 사회로 부터는 좀 멀어졌다는 느낌이다.
이는 소위 말하는 '정의 사회 구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일까?
투명하고 맑으면서도 따뜻하고 감사하는 '정'이 넘치는 사회는 만들어 질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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