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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독서여유산(讀書如遊山)

singingman 2025. 11. 1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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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것이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
이 말은 퇴계 선생이 쓴 시 '독서여유산'에 나온다.

"사람들은 글 읽기가 산 오르는 것과 비슷하다 말하지만,
이제 보니 산 오르는 것이 글 읽기와 닮았구나.
공력을 다했을 땐 원래 스스로 내려오고, (혹은 애써 오른 산봉우리도 원래 맨 밑바닥부터 시작되나니,)
얻음이 얕고 깊음은 모두 자기에게 달려 있네.
앉아서 구름 일어나는 것을 보고 오묘한 이치를 알고,
발길이 근원에 이르러 비로소 시초를 깨닫네.
높이 절정을 찾으려 그대들처럼 힘썼지만,
늙어 중도에 그친 나를 깊이 부끄러워하네."

讀書人說遊山似(독서인설유산사)
今見遊山似讀書(금견유산사독서)
工力盡時元自下(공력진시원자하)
淺深得處摠由渠(천심득처총유거)
坐看雲起因知妙(좌간운지인지묘)
行到源頭始覺初(행도원두시각초)
絶頂高尋勉公等(절정고심면공등)
老衰中輟愧深余(노쇠중철괴심여)

위 시는 책을 읽어 지식을 얻는 과정이나 산을 오르며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나, 그 공력(노력)을 들인 만큼 얻는 것이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독서의 깊이나 산행의 깊이가 모두 스스로의 노력에 달려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위의 시와 퇴계의 유소백산록을 비교해보면 퇴계의 유산(등산)은 오늘날의 등산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그의 유소백산록에 의하면
그는 오늘날의 소수서원 근처에서 초암사를 거쳐 국망봉으로 올라가고 그 다음은 능선을 따라 비로봉을 거쳐 삼가리쪽으로 내려왔다.

(그의 기록에 의하면 위 지도의 빨간 선 따라 초암사에서 출발해서 비로사로 내려왔다.)

당시의 산길이 지금처럼 등산로가 잘 닦여져 있지는 않아서 올라가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당시 풍기 군수였던 그는 절에 있는 중들과 하인들의 도움도 받고 해서 말도 타고 견여라는 가마도 타면서 소백산을 올랐다.
가마를 타는 퇴계는 힘들 때 가마에 앉아 쉴 수 있었지만 가마를 메는 중이나 하인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평지도 아닌 험준한 산에서 가마를 메고 다녔으니 그들의 고생은 대단했을 것이다.
오늘날 중국에 가면 산에 가마꾼들이 있다.
이들은 돈을 받고 사람을 산 위로 실어준다.
이것은 자신들이 원해서 하는 직업이니까 힘이 들어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당시 하인들이나 중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다산이 쓴 '견여탄(肩輿歎)'이란 시를 보면 가마꾼의 고달픔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은 가마 타는 즐거움은 알지만,
가마 메고 가는 고통은 알지 못하네.

가마 메고 험한 비탈을 오를 적엔,
빠르기가 산을 오르는 사슴과 같고,

가마 메고 낭떠러지를 내려갈 적엔,
우리로 돌아가는 양처럼 쏜살같다오.

헐떡이는 숨소리는 여울 소리와 섞이고,
땀은 해진 옷에 속속들이 스며드네.

끈에 눌린 어깨에는 흉터가 생기고,
돌에 부딪쳐 굳은살 박힌 발은 낫지를 않네.

스스로 수고하여 남을 편안하게 함은,
그 하는 일이 당나귀나 말과 다를 것이 무엇이랴."

당시 소백산에는 절들이 많았다.
도중에 절에서 밥도 먹고 쉬고 잠도 자고 하면서 등산을 했다.

독서여유산의 유산을 위와 같이 한다면 독서도 그리 힘들 일은 아니다.
독서의 목적이 책을 읽어서 배우고 깨달은 것을 현실에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라면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많은 경서를 읽은 퇴계가 저렇게 행동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노비는 사람이지만 상품처럼 매매될 수 있는 대상이었다.
퇴계도 시대적인 인식을 벗어나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아니면 당시 하인들이나 중들은 가마메는 고통쯤은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나?
다른 기록에 보면 퇴계가 노비의 아들도 아주 소중하게 여겼다.
퇴계의 손자가 서울에서 태어났는데 어미의 젖이 부족해서 안동 근처에 있는 퇴계에게 마침 그때 출산한 노비가 있으니  한양으로 그녀를 보내달라고 아들이 부탁했다.

이때 퇴계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남의 자식을 굶겨 죽이면서 내 자식을 살리는 것은 어진 사람이 차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만약 이 노비가 주인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 한양으로 간다면 자신의 아이는 젖을 먹지 못해 죽을 것이기 때문에 퇴계는 아들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고 결국 자기 손자는 죽고 말았다.

위 두 사건을 두고 보면 하인들이나 중들이 가마 메는 고통은 당시로서는 대단한 일이 아니었거나 혹은 당연히 할 일이었만 노비가 자기 아들을 죽게 두고 주인의 아들을 살리는 일은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퇴계는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손자의 사건에서는 퇴계가 독서의 힘을 충분히 발휘한 것 같다.
하지만 등산에서 가마를 타는 문제는 오늘날의 우리와는 보는 관점이나 견해가 달랐던 것 같다.

위 글을 보면 독서나 등산이 둘 다 힘들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등산과 독서를 즐거움으로 여기는 사람에게도 둘 다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내 개인적인 경우는 독서와 등산이 둘 다 힘도 들지만 힘듦보다는 즐거움이라는 점에서도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또 책을 읽음으로 깨닫는 것이 많이 있듯이 산길을 걸으면서 곰곰이 생각하는데서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듯이  처음으로 여러 산을 오르면서 여러 나라의 아름다운 자연을 알게 되고 각 지역의 특징도 알게 된다.
독서여유산이 여러 면에서 정말 그러하다.

퇴계의 유소백산록에 의하면
그는 1549년 4월22~26일 사이에 소백산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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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소백산을 여러 차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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