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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대접

singingman 2026. 1. 28.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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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중앙 아시아를 여행할 때 카자흐스탄에서 우즈베키스탄으로 국경을 넘어야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6월의 더위 때문에 햇볕 아래서는 가만히 있기만 해도 저절로 지치는 때였습니다.
그늘이나 쉴 곳도 없는 국경 검문소에서 검문이 많이 지체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몰려드는데 소수의 사람들만 통과시켜 주었습니다.
평소 길어도 1시간 반이면 통과할 수 있는데 이날은 17시간이 걸렸습니다.

너무 덥고 힘들어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같이 있던 친구와 함께 근처에  나무 그늘을 찾아서 쉬다가 저녁에 시원해지면 국경을 넘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차를 몰고 근처 시골 마을에 있는 길가 나무 그늘에 차를 세우고 낮잠을  자려고 차문을 열어두고 의자에 누웠습니다.
그때 소떼를 몰고 지나가던 한 젊은 청년이 우리가 외국인인 것을 알고 자기 집에 가서 샤워하고 음료도 마신 후에 쉬다가 가라고 초대해 주었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외국인에게 이런 친절을 베풀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집으로 따라갔더니 샤워도 할 수 있게 해 주고 자기 농장에서 나는 재료로 직접 만든 음료수도 여러 종류를 내 왔습니다.
덕분에 더위를 식히고 쉬다가 저녁에 국경을 넘을 수 있었습니다.
중앙 아시아에는 무슬림 국가들이 많습니다.
이 청년도 무슬림이었고 자기의 종교적 관습에 따라 우리에게 이런 친절을 베풀었던 것 같습니다.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국경 검문소입니다.
여기를 통과하는데 17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렇게 나무 그늘에 쉬고 있는데 한 청년이 소를 몰고 왔습니다.


오른쪽의 이 젊은이가 우리를 자기 집으로 초대해 주었습니다.


자기 농장에서 생산한 음료수를 우리에게 대접해 주었습니다.


자기 농산품으로 이렇게 상품으로 개발했습니다.

오랫동안 무슬림권 선교를 하고 있는 친구의 말에 의하면 무슬림들은 나그네 대접하기를 지금도 극진하게 한다고 합니다.
이슬람에서 나그네나 여행자를 대접하는 것은 단순한 친절을 넘어, 알라께 순종하는 신앙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여겨집니다.
꾸란에서는 이들을 '길 위의 아들(Ibn al-Sabil)'이라고 부르며 특별히 보호하고 지원할 것을 강조합니다.

꾸란에서는 부모, 친척, 고아뿐만 아니라 나그네를 돕는 일을 선행의 핵심으로 꼽습니다.
"너희는 알라를 경배하고 그분께 그 무엇도 비유하지 말며, 부모님과 친척과 고아와 가난한 자와 가까운 이웃과 먼 이웃과 옆의 동료와 나그네, 그리고 너희의 오른손이 소유한 자(노예나 하인)에게 친절하라..." (꾸란 4:36)

이슬람의 의무 자선인 '자카트'를 배분할 때도 나그네는 우선순위에 포함됩니다.
"자선(Sadaqah)은 오직 가난한 자와 불우한 자, 이를 관리하는 자, 마음이 (이슬람으로) 기울어진 자, 노예 해방, 빚진 자, 알라의 길에 서 있는 자, 그리고 나그네를 위한 것이라. 이는 알라께서 정하신 의무이니 알라는 전지전능하시니라." (꾸란 9:60)

단순히 예배를 드리는 형식보다, 자신이 아끼는 재산을 나그네와 나누는 마음이 진정한 '의로움'이라고 설명합니다.
"...참된 의로움이란 알라와 내세와 천사들과 성서와 예언자들을 믿으며, 그분(알라)에 대한 사랑으로 친척과 고아와 가난한 자와 나그네와 구걸하는 자들에게 재산을 베푸는 것이니라..." (꾸란 2:177)

꾸란의 정신을 이어받아, 예언자 무함마드는 다음과 같이 가르쳤습니다.
"알라와 내세를 믿는 자라면 손님을 후하게 대접하라."
손님을 대접하는 기간은 보통 3일까지를 의무적인 호의로 보며, 그 이후는 자선으로 간주합니다.
여담이긴 하지만 오늘날은 3일은 너무 길고 보통은 하룻밤만 잘 대접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그네도 하루 이상은 머물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구약 성경 창세기에도 보면 아브라함과 롯이 나그네를 대접하려다가 부지중에 하나님의 천사를 대접하는 기록이 나옵니다.

3 가로되 내 주여 내가 주께 은혜를 입었사오면 원컨대 종을 떠나 지나가지 마옵시고
4 물을 조금 가져오게 하사 당신들의 발을 씻으시고 나무 아래서 쉬소서
5 내가 떡을 조금 가져오리니 당신들의 마음을 쾌활케 하신 후에 지나가소서 당신들이 종에게 오셨음이니이다 그들이 가로되 네 말대로 그리하라
6 아브라함이 급히 장막에 들어가 사라에게 이르러 이르되 속히 고운 가루 세 스아를 가져다가 반죽하여 떡을 만들라 하고
7 아브라함이 또 짐승 떼에 달려가서 기름지고 좋은 송아지를 취하여 하인에게 주니 그가 급히 요리한지라
8 아브라함이 뻐터와 우유와 하인이 요리한 송아지를 가져다가 그들의 앞에 진설하고 나무 아래 모셔 서매 그들이 먹으니라
(창18:3-8, 개역한글)

롯도 천사를 대접한 기록이 있습니다.

창세기 19:1-3에 의하면
1. 저녁 때에 그 두 천사가 소돔에 이르니 마침 롯이 소돔 성문에 앉아 있다가 그들을 보고 일어나 영접하고 땅에 엎드려 절하며 2. 이르되 "내 주여 돌이켜 종의 집으로 들어와 발을 씻고 주무시고 일찍이 일어나 갈 길을 가소서" 그들이 이르되 "아니라 우리가 거리에서 밤을 새우리라" 3. 롯이 간청하매 그제서야 돌이켜 그 집으로 들어오는지라 롯이 그들을 위하여 식탁을 베풀고 무교병을 구우니 그들이 먹으니라

신약에도
로마서 12장 13절에 보면
"성도들의 쓸 것을 공급하며 손 대접하기를 힘쓰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위 글의 공동번역에 의하면 "성도들의 형편이 어려우면 도와주고 나그네가 찾아오면 정성껏 대접하십시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슬람과 기독교뿐만 아니라 고대에는 여행 자체가 힘들고 위험했기 때문에 나도 언젠가는 될 수 있는 나그네를 잘 대접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었습니다.

고대 사회에서 여행은 지금처럼 '낭만적인 휴가'가 아니라, 목숨을 걸고 떠나는 고행에 가까웠습니다. .

고대 도로는 법보다 주먹이 가까웠습니다.
산적과 해적 때문에 중앙 정부의 통치력이 미치지 않는 성벽 밖은 무법지대였습니다. 혼자 다니는 나그네는 산적들의 아주 좋은 먹잇감이었죠.
지금의 여권 같은 신분증명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낯선 땅에서 붙잡히면 꼼짝없이 노예로 팔려가거나 첩자로 오해받아 처형당하기 일쑤였습니다.

로마 제국처럼 도로망이 잘 닦인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길은 매우 열악했습니다.
 비가 조금만 와도 길은 진흙탕이 되었고, 이정표가 없어 숲이나 사막에서 길을 잃으면 그대로 굶어 죽거나 탈수로 사망했습니다.
호랑이, 늑대, 사자 같은 맹수들이 인간의 거주지 근처까지 내려오던 시절이라 밤에 불 없이 잠을 자는 것은 매우 위험했습니다.

호텔이나 편의점은커녕, 끼니를 해결하는 것조차 거대한 과제였습니다.
나그네는 자신이 먹을 식량과 물을 직접 들고 다녀야 했습니다. 짐이 무거워지니 이동 속도는 더 느려지는 악순환이 반복됐죠.
위생 관념이 부족했던 시절이라 낯선 지역의 물을 마시고 배탈이 나거나(풍토병), 숙박 시설의 불결한 환경 때문에 병을 얻어 여행길이 곧 무덤이 되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마을 하나만 넘어가도 방언이 너무 심해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여행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고대 그리스 등에서는 나그네를 대접해야 한다는 엄격한 도덕적 규칙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나그네를 박대했다가 신의 노여움을 살까 봐 두려워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환대 관습(Xenia)이 있었습니다.
고대의 여행은 "길이 없고, 먹을 게 없으며, 나를 보호해 줄 법도 없는 상태"에서 맹수와 범죄자를 피해 걷는 생존 게임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친구나 가까운 이웃을 만나도 집보다는 바깥에서 만나고 대접하는 것이 더 편리하고 일반적인 관례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낯선 사람을 집으로 초대하는 일은 너무 위험하고 일반적이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지요.
음식점이나 호텔등이 워낙 잘 준비되어 있으니까 그렇기도 하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집으로 사람을 초대하거나 대접하는 일은 아주 드문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오늘날은 나그네를 대접할 일은 별로 없지만 어려운 이웃은 아직도 우리 주위에 많이 있지요.
이들을 잘 대접하는 것도 나그네를 대접하는 것 못지않게 꼭 해야 할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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