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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공감능력

singingman 2023. 1. 2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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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아내와 저녁먹고 산책을 나갔다가 큰 여동생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3명의 동생들 가운데 가장 마음이 넉넉하고 착한 동생이다.
대구에서 살 때인데 여동생이 고등학교 진학하면서 대구에 와서 두 오빠와 함께 살게 되었다.
철없던 나는 여동생을 너무 고생 시켰다.
당시에는 뭘 몰라서 그랬겠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너무 고생을 많이 시켰다.
추운 겨울에 일찍 일어나서 밥해서 먹이고 학교도 가고 빨래나 청소등 많은 일을 정확한 기억은 안 나지만
많이 시켰을 것이다.
그 고생이 얼마나 심했겠나?
그리고 결혼해서는 남편이 암으로 일찍 가버렸고 두 아들을 키우면서 말할 수 없는 고생을 했을 것이고
지금도 생계를 위해서 직접 벌어야 하니까 고생을 하고 있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니 어린 시절에 했던 고생에 대한 미안함과 지금의 어려움 때문에 감정이 북받쳐서
걸어가면서 한참 울었다.
그랬더니 같이 걷던 아내도 함께 운 것 같다.

이 때 아내가 자기도 고생 안 한 것이 아니라며 상도동 살 때 이야기를 했다.
내게 화성학 레슨 받으러 오는 학생이 있었는데 좁은 집 때문에 그 학생이 오면 아들 딸을 업고 손잡고
추운 겨울인데도 레슨 끝날 때 까지 동네를 몇바퀴 돌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 때 내 대답이 나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그래도 당신은 남편이라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이 대답이 아내를 많이 서운하게 했다고 한참 지난 후에 내게 말했다.
아내는 이런 대답을 기대했다고 한다.
"그래 당신도 추운데 고생 참 많이 했어. 그렇지? "
그런데 당신은 남편이라도 있지 라고 한 대답은 자기의 고생을 잘 공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들린 모양이다.
실제로 내 대답이 공감을 못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며칠 후 둘이 부부 싸움을 하고 나서 주고 받은 문자를 보면 내가 공감하지 못해서 그런 것 만은 아닌것
같다.
그 말 속에는 당신도 고생은 했지만 그래도 남편이라도 있으니 여동생처럼 지금까지 심한 고생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말이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남자들이 (혹은 나만) 공감 능력이 정말로 부족해서 이런 말을 할 때 동생이 측은하고
미안하다는 내 감정에만 충실해서 뉘앙스가 글과는 다르니까 퉁명스럽게 들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도 아내의 속마음은 정말 알기 어렵다.
아내는 간혹 자기의 말에 대한 내 반응이 맘에 안 들어서 종종 역정을 내곤 한다.
그러면 내가 당신 속 마음을 어떻게 다 알 수 있느냐, 서로의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니까 다름을 인정하라고
요구하기는 하지만 정말 내가 공감 능력이 많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
다른 사람들은 내게 이런 말을 잘 하지 않는데(다른 사람의 약점을 지적하는 것이 요즘은 주제넘은 일로
비쳐지니까 말을 안 할 수도 있고 혹은 내가 그런 능력이 모자라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내가 유독 이런 말을
자주 하는 것은 아내에게만 내가 너무 무관심하거나 공감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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