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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사람

퇴계집 이황 저 이광호 역 한국고전번역원 2017년 308쪽 2018년 1/12 본문

독서

퇴계집 이황 저 이광호 역 한국고전번역원 2017년 308쪽 2018년 1/12

singingman 2023. 1. 2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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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퇴계 선생의 글들과 그에 관한 글들을 모은 책.
지성과 감성을 함께 갖추어야 진정한 학자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그에게서는 겸손과 온유함이 느껴진다.
도올이나 교만한 학자들에게서는 느껴지는 거드름이 그에게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퇴계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최인호의 소설 '유림'에서부터인 것 같다.
그 후 그가 좋아한 매화를 나도 좋아하게 되었고 지금도 전혀 모르지만 유학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어제 읽은 성호 이익의 책에서도 퇴계를 존경하는 학자들을 볼 수 있었지만 그는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진정한 스승인 것 같다.
그의 시에 매화에 관한 시가 유독 많고 죽을 때 유언이 매화분에 물 주라는 말은 지금도 널리 회자되고 있는
진정한 자연인의 모범이 되고 있다.

인상적인 이 책의 글들을 옮겨 적는다.

"사람들이 갓끈 떨어지는 소리 듣게 하지말라"는 말은 사기 열전중 골계열전에 나오는 고사.

위왕 8년, 초(楚)나라가 군대를 일으켜 제나라를 공격하려 하였다. 다급해진 위왕은 순우곤을 조(趙)나라로
보내 구원병을 청하게 하였다. 그래서 예물로 황금 1백 근과 수레 10대를 가져가도록 하였다.
이 말을 들은 순우곤이 크게 웃었는데 갓끈이 끊어질 정도였다. 왕이 물었다.
“예물이 적어서 그러는 것이요?”
순우곤이 대답했다.
“어찌 감히 그렇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왕이 물었다.
“그러면 무슨 까닭으로 그리 크게 웃은 것이오?”
순우곤이 대답했다.
“어제 소신이 동쪽에서 오는 길에 밭에서 풍년을 비는 한 농부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는 고작 돼지발 하나와
술 한 잔을 놓고 기원하는 것이었습니다. 윗녘 밭에는 광주리가 넘치도록 해주시고, 아랫녘 밭에는 수레가
가득 차도록 해주십시오. 오곡이 풍성하여 우리 집에 넘치고 넘쳐나게 해주시옵소서! 그가 바친 것은 그처럼
작으면서 원하는 바는 너무 컸기 때문에 제가 웃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 그것을 생각하니 또 우스워서
그런 것입니다.”
이에 위왕이 깨달은 바가 있어 황금 일천 근, 진귀한 백옥 열 쌍, 마차 1천 대를 예물로 가져가도록 하였다.
순우곤이 조나라 왕에게 예물을 전하고 구원병을 청하자, 조나라 왕은 정예병사 10만과 전쟁용 수레 천 대를
내어주었다. 초나라가 이 소식을 듣고는 행군을 멈추고 회군하여 돌아갔다.

초나라가 돌아가자 위왕은 크게 기뻐하며 궁중에 주연을 열도록 하고 순우곤을 초대하였다. 왕이 순우곤을
불러 술을 내리며 물었다.
“그대는 술에 취하려면 얼마나 마셔야 하오?”
순우곤이 대답하였다.
“소신은 한 말을 마셔도 취하고, 한 섬을 마셔도 취합니다.”
왕이 물었다.
“한 말을 마시고 취했는데 어찌 한 섬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이오?”
순우곤이 말했다.
“왕께서 술을 내려주신다면, 법 집행 관리가 옆에 서고 어사가 뒤에 서니, 감히 두려워 엎드려 마셔야 합니다.
그럴 경우는 한 말을 넘지 못하고 취하고 맙니다. 부모님의 귀한 손님이 찾아오면 옷깃을 바로 세우고 끓어
앉아 술을 대하나 손님의 장수를 기원하느라 자주 몸을 일으키니 두 말을 넘지 못하고 취할 겁니다.
만약 친한 벗을 오랜만에 마주하게 되면 지난 일을 말하느라 감회에 젖어 대여섯 말은 마셔야 취할 겁니다.
마을의 남녀가 섞여 앉아 자유로이 연애를 하며 술을 마시면 여덟 말은 마실 수 있을 겁니다. 또 남녀가
동석하여 촛불을 끄고 술을 마신다면 한 섬을 마셔도 취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술은 극에 이르면 어지럽고, 아무리 즐거운 것 또한 극에 이르면 슬퍼지는 것입니다. 사물이란 극에
이르면 반드시 쇠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 말을 들은 위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좋은 말씀이요!”
하고는 밤새 술 마시는 일을 그만 두었다. 이후 순우곤을 귀빈으로 삼아 왕의 주연에는 언제나 옆에 두었다.

우리 나라의 지명에 '구곡'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곳은 우리 나라 성리학자들이 특히 더 좋아했던 주자와
관련이 있다.
주자는 복건성 무이산에서 주로 지냈고 그곳의 아름다운 경치를 노래한 '무이구곡도가'라는 시를 지었다.
여기에서 영향을 받아서 화양 구곡이나 무주 구천동같은 구곡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고

그의 글 유사학사생문(諭四學師生文)은 학교의 기능을 생각하게 해 주는 글이다.
"학교는 교화의 본원이고 선을 으뜸으로 삼는 곳이며 선비는 禮義의 宗主이고 나라의 元氣가 깃든 자이다."
라고 말한다.
이미 이 시대에도 공립학교인 사학에서 선생과 학생이 도리를 제대로 지키지 않음을 한탄하고 중국의 예를
따라 사립학교인 서원을 세울 생각하고 결국 서원을 세운다.

퇴계의 자연에 대한 사랑은 천석고황이라는 말로 표현된다. 비슷한 말로는 연하고질(煙霞痼疾)이 있다.

泉石膏肓
'샘과 돌이 고황에 들었다'라는 뜻으로,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고질병처럼 깊음을 비유하는 고사성어이다.
중국 당(唐)나라 때의 전유암(田游巖)이라는 은사(隱士)의 고사(故事)에서 유래되었다.

칠언절구 도산서당

순 임금 친히 질그릇 구우며 안락하였고
도연명 몸소 농사지으며 얼굴에 기쁨 넘쳤네
성인과 현인의 생각을 내가 어찌 알겠는가만
흰머리 되어 돌아와 은거하여 보네

조정에 나가 정치를 한 적도 있지만 그는 서울에 있을 때도 시골 고향을 그리워 했다.

그의 매화 사랑을 보여주는 매화시중 도산방매(陶山訪梅) '도산에서 매화에게 묻다'
묻노니 산속의 옥 같은 두 신선이여
어찌하여 온갖 꽃 히는 봄까지 머무시는가
예천 객관에서의 만남과는 다른 것 같으니
그때는 추위를 무릅쓰고 내 앞에서 환히 웃었소

위 질문에 대한 답으로 쓴 代梅花答(대매화답) '매화를 대신하여 답하다'

나는 임포가 환골한 신선이요
그대는 요동의 하늘에서 돌아온 학과 같소
서로 보고 한번 웃는 건 하늘이 허락하였으니
예천의 일로 앞뒤를 비교하지 마시게

달밤에 깨어나 매화를 읊다.

군옥산 꼭대기 제일의 신선이여
맑고 깨끗한 모습 꿈속에 고와라
깨어나 달 아래에서 만나니
흡사 신선처럼 환하게 웃는구려

도가 깊은 사람은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부합하지만, 같지 않은 사람은 천 마디 말을 하더라도 깨닫지 못한다.

부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제자 이함형에게 지접 준 편지 내용 중

남편이 반성하여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고 노력하여 잘 처신하여 부부의 도리를 잃지 않는다면 큰 인륜이
무너지는 데 이르지 않을 것이며 자신도 박절하게 구는 처지에 빠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른바 성질이 나빠
교화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대단히
패역한 짓을 저질러 名敎(유교를 달리 이르는 말)에 죄를 지은 자가 아니면 성급하게 결별하는 데까지 이르지
않도록 합당하게처신하는 편이 옳습니다.

이담에게 답한 편지에는
분노의 감정을 외부 사람에게 표출할 때는 제지하기 쉽지만 집사람에게 표출할 때는 제지하기 어렵다.
제지하기 어려운 것은 집사람에세 평소에 책망이 무겁고 또 나의 손아래이기 때문에 노여움이 심한 데
이르기 쉬워도 제지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모든 행위는 공부가 익숙하지 못해서 이성이 기운을
다스리지 못하여 감정대로 해서 仁을 해치는 병통을 면하지 못하는 데서 생기는 것이다.

우주의 중심인 인간에게는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명령인 천명을 실현할 사명이 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퇴계에게 학문이란 바로 이 천명을 실현하는 방법과 실천이었으며 천명을 온전하게 실현할 때 인간의
사람됨이 완성되어 聖人이 된다고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