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우리 나라는 비슷하면서도 너무 다른 나라이다. 책은 天地人 3부로 구성해서 일본의 자연과 사람 사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 나라보다 훨씬 크고 인구도 많지만 우리는 일본은 倭라고 표현하면서 작다고 깔보는 문화가 있다. 일본의 자연 환경은 아주 열악하다. 그래서 대륙을 넘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비가 많이 와서 산이 무너지거나 눈 때문에 집이 무너지는 경우도 종종 있고 바람도 세고 무엇보다 지진이 가장 큰 두려움이다. 일본은 판이론으로 볼 때 분류하는 북아메리카판, 태평양판, 필리핀판, 유라시아판이 모두 모이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니 수시로 지진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런 자연 환경에 처하다보니 우리와 다른 가치관을 갖게 된다. 저자는 일본인을 말하면서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 부족하다고 오랫동안 비판받는 일본인들의 태도가 도덕성 미비 때문이라기보다 저주받은 땅에서의 정신적인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이해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런 혹독한 자연 환경에 한가지 위로가 되는 것은 온천이 많다는 것이고 그래서 온천에서 지친 몸을 풀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아시아 대륙에서 떨어져 있고 영국은 유럽 대륙에서 떨어져 있는데 두 나라가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고 한다. 일본은 산악 국가다. 그래서 얼마 되지 않는 평지에 사람들이 모여 살다보니 인구 밀도가 높고 좁은 집과 길에 살아야 한다. 우리보다 경제력이 훨씬 높지만 좁은 집과 차없이 사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일본에 대물림되어 온 지진의 여러 징후들 . 수평선이나 지평선이 밤에도 불이 난 것처럼 환하게 보일 때 . 나침반 지침이 흔들릴 때 . 화산분화가 급격히 줄어들 때 . 바닷물고기가 강을 거슬러 올라올 때 . 해초가 급격히 늘고 조개가 사라질 때 . 바닷물이 평소보다 많이 빠져있을 때 . 심해어나 심해 조개류가 잡힐 때 . 물고기가 유난히 많이 잡히거나 전혀 잡히지 않을 때 . 뱀이 대나무 숲등에 모여있을 때 . 지네가 다수 출현하거나 한꺼번에 죽을 때 . 고추잠자리가 대거 출현할 때 . 구멍에 사는 물고기가 나올 때 . 닭이 평소와 달리 소란을 피울 때 . 닭이 모이를 먹지 않고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꼼짝도 않고 있을 때 . 개나 고양이가 흥분하거나 먹이를 먹지 않을 때 . 메기와 장어가 대낮에 다수 출현할 때 . 연못 속의 잉어가 흥분해서 무리를 지어 다니거나 날뛸 때 . 마을의 공용수가 급격히 줄거나 늘 때, 또는 온도가 올라가거나 탁해질 때 우리는 소나무를 가장 좋아하고 일본은 소나무도 좋아하지만 재선충으로 많이 죽고 조금밖에 남아있지 않다. 흐드러지게 다른 꽃들과 함께 봄에 피는 벚꽃은 서민의 꽃이고 가을에 고고하게 홀로 피는 국화는 귀족의 꽃이다. 그래서 천황이나 고위 정치인의 상징은 국화이다. 우리는 매란국죽이지만 일본은 송죽매이다. 일본의 천황숭배는 북한의 김일성 숭배와 비견된다. 학교에 불이 났을 때 천황의 사진이 탈까봐 교실로 뛰어들다가 죽은 교장이나 교사가 한둘이 아니다. 일본의 법정 공휴일 15일 가운데 5일이 천황의 생일등과 관련이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개신교가 가장 영향력있는 종교지만 일본에서는 신도가 가장 영향력있는 종교다. 그래서 신사의 승려들이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조선은 칼보다 붓을 숭상했지만 일본 사무라이들은 붓보다 칼을 더 숭상했다. 우리나라 군부 독재자들도 일단 정권을 잡으면 학자들을 중용했지만 일본은 칼잡이들이 정권을 잡은 후에도 문신들을 중용하지 않았다. 쥬신구라 이야기(47인의 사무라이)가 일본에서는 굉장히 인기있는 이야기다. 주군에 대한 충성심이 중요한 주제다. 일본은 공산국가라고 말할 수 있다. 일본 음식점에서는 먹는 사람의 입맛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주는 사람의 입맛에 맞추어야 한다. 그래서 자기 입맛에 맞는 집을 잘 찾아야 한다. 일본인들은 함께 식사하는 문화보다는 혼자 조용히 먹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식당들도 1인이 식사하기 좋은 배치로 되어 있다. 마치 술집의 u자 테이블처럼 각각 혼자서 요리사를 바라보면서 먹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지진이 심한 일본이지만 대도시에는 엄청난 높이의 건물들이 있다. 도쿄 스카이트리라는 건물은 완성되면 그 높이가 600m에 이르는 강철탑이다. 세계 最高의 목조건물인 도다이지도 일본에 있다. 한중일 3국은 한자문화권이어서 한자를 잘 알면 필담이 가능하다. 그래서 일본어를 모르는 조선 통신사들도 의사소통에 별 문제가 없었다. 일본의 아버지들은 사무라이 문화 때문에 대부분 친근하지 않고 무서운 이미지다. 일이 우선이어서 따뜻한 가족과 사랑을 그린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철도원이라는 일본 영화가 일본의 아버지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일본에는 지금도 귀족 학교가 있다. 와세다 대학이나 게이오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그 유치원에 들어가면 그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거의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 유능한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한다. 공립초중학교의 시설이 워낙 우수해서 사교육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