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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사람
유길준 서유견문 중에서 2013-05-31 본문
* 음악회
이 모임은 서양에서 가장 성행하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은 대개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남녀노소 가맂 않고 노래를 배운다.
만약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면 부끄럽게 여기며, 친구를 사귈 때나 친척들과 이야기할 때도 반드시 가곡이나 음악으로 즐거운
뜻을 나타낸다. (중략) 여름 한철은 덥기 때문에 음악회를 열지 핞지만 봄, 가을,겨울 세 철에는 좋은 밤을 선택하여 음악회를 여는데 젊은 남녀와 노인이라도 운취있는 자들은 각기 작정한 시간에 딸 약속한 곳에 모두 모인다.
회당 안에 층층으로 된 의자는 뒤에 않는 사람이 앞에 앉는 사람보다 조금씩 높아진다.
자리에 앉은 뒤에 악사가 음악을 연주한는데 명창인 남자 또는 여자 한 사람이 앞에 서서 우리 나라의 선성(先聲)같이 한 곡을 부른다.
그 가락은 청아하고도 화창하여 구름이 스러지는 듯하며 부드럽고도 아름다운 여운이 들보취의 티끌을 날려 보내는 듯하다.
그 가락이 끝나면 옆에 있던 사람들(합차단원)이 한꺼번에 일어서서 한 목소리로 부르는데 고저와 장단이 터럭만큼의 차이도 없다.
그 소리가 웅장하여 듣는 사람의 회포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노래 부르는 사람들은 각기 손에 악보를 들었는데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모습은 공중에 흩날리는 눈송이 같기도 하고 떨어지는 꽃잎을 희롱하는 나비 같기도 하다.
남자는 노랫소리가 웅장한 것을 위주로 하고 여자는 맑고 부드러운 것을 위주로 한다.
음악회에 들어가는 잡비는 구경하는 자에게 입장권을 팔아서 충당한다.
* 프랑스 파리
크고 작은 학교들은 파리 서쪽에 많이 있으니 아름답고 훌륭한 동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술집과 찻집이 많이 있어서 학생들이 꽃피는 아침이나 달 밝은 저녁에 한가한 시간이 생기면 옷소매를 나란히 하고
길거리를 배회하다가 술집으로 향하여 일시적인 쾌락을 사는 자도 있고 뚜쟁이집을 찾아가서 순간적인 쾌락을 구하는 자도 있다.
이 주변은 파리 가운데서도 좁고 비탈진 뒷골목인데 한두 동네가 모두 음탕한 소굴을 이뤘다.
오후가 되면 부정한 미녀들이 짙은 화장과 요염한 옷차림으로 길가에 방황하면서 방탕한 자나 바람난 자들을 꾀어서 은밀한
자기 집으로 데려가는 것이 오랜 습관이 되었으며 꽃피는 달밤에 화대 뜯어내는 것을 능사로 여긴다.
유럽주 가운데서도 프랑스가 음풍이 가장 성하므로 식자들이 부끄러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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